새책
◆게을러도 괜찮아(임주하 외 지음)=죽어라 공부해서 서울대를 갔지만 놀 궁리만 하는 대학원생, 매뉴얼대로 착실하게 살아 왔지만 나이 먹어서도 여전히 진로 고민을 거듭하는 6년차 직장인 등 인생이라는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세 여자의 찌질하지만 멋지고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다른 사람보다 느리고 부족할 것 같아 초조한 마음이 든다면, 막연한 의무감과 책임감에 시달리며 필요 이상으로 애를 쓰고 있다면, 게으름의 미학을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맛볼 수 있다. 별글. 23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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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배(민혜숙 지음)=흥남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있었던 포니 대령의 아들인 에드워드 포니와 손자인 네드 포니를 주인공과 화자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실존인물이지만 그들의 심리상태와 갈등은 모두 허구다. 역사가 말하지 않은 빈 공간을 빌려 세대를 통해 이어가는 우리 민족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노래한다. 케포이북스. 18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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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팝니다(장인수 지음)=고졸 말단 영업사원에서 대기업 CEO가 된 장인수 전 오비맥주 부회장의 영업 원칙이 담겼다. 특히 직장 생활의 많은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본 경험을 담은 일과 영업, 인간관계와 조직의 기본을 아우르며 새겨야 할 부분을 함께 짚어냈다.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회생활의 길을 모색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행복한 북클럽. 212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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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 끝난 교사 이야기(유기창 지음)=교육민주화운동 1세대인 유기창 선생의 회상록이다. 저자는 교단일기이자 전교자 활동가의 역사 기록인 이 책을 통해 교육자로서의 실존적, 실천적 고민과 함께 참교육 운동가로서의 30여년의 시간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단순한 교단일기를 넘어 전교조 활동가의 눈으로 본 지난 36년의 역사 기록을 살필 수 있다. 도서출판 살림터. 380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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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쌤의 재미와 의미가 있는 수업(나승빈 지음)=데일 카네기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 말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만큼 몰입을 할 수도, 오래 지속할 수도 없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저자는 재미있는 놀이 활동들을 통해 어떻게 수업을 디자인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전개하면 좋은지, 어떻게 의미 있는 배움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맘에드림. 432쪽. 2만1천원.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 · 음모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
- ·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는 우리 역사
- · '문정희 시인의 문학과 인생' 대담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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