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재의 세계문화기행

민경재의 세계문화기행- 중국 배낭여행 1번지, 리장고성을 가다

입력 2018.08.10. 00:00
구경하고 체험하는 재미, 걷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만고루 밑의 한적한 카페에서 바라본 리장고성 풍경.ⓒ민경재

그동안 중국을 여러 번 다녀온 후 느낀 것이 하나 있다면, 중국의 진정한 매력은 북경이나 상해와 같은 대도시에서 벗어나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매력적인 곳을 세 군데 정도 꼽는다면, 하나는 시안에서 시작하여 우루무치로 이어지는 중국내 실크로드 구간이고, 두 번째는 티벳 지역, 그리고 마지막은 운남성을 위시한 중국서남부의 소수민족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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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을 가다

최근 10여년간 운남성의 리장(려강)이 중국 배낭여행 1번지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이는 리장 부근에서는 진사강(金沙江)으로 불리는 창강(양자강)과 옥룡설산이 만든 천혜의 자연환경이 큰 이유겠지만, 그 밖에도 두 가지의 큰 이유가 있다. 하나는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리장고성과 수허고진(속하고진), 그리고 바이사고진(백사고진)이라는 나시족의 마을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불리는 차마고도(茶馬古道)의 한 구간인 후타오샤((虎跳峽, 호도협) 트레킹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겨울에 다녀온 리장을 한국에서 최고의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7월 말 다시 여행하였다. 리장의 매력을 다시 느끼기 위하여. 해발 2,400미터에 위치한 리장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곳이다. 피서지로서도 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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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고성

나시족의 터전, 리장고성은 1996년 이 지역을 강타한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에도 끄떡없었다고 한다. 그 덕택에 가치를 인정받고 1997년 수허고진, 바이사고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리장여행을 할 때, 숙소는 리장고성 근처에 잡는 것이 좋다. 고성을 하루 어느 때나 산책삼아 걷기에도 좋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데도 적당하기 때문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언제나처럼 골목 이곳저곳을 거니는데, 고성 서쪽에 만고루 라는 전망대가 있어 그곳을 먼저 향한다. 그곳에 오르면 고성 및 리장의 전체 풍경을 쭉 둘러볼 수 있다. 고성을 걷다보면, 고풍스런 건물들과 오랜세월 사람들의 발길로 반들반들 윤이 나는 돌길, 그리고 옥룡설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이용해 만든 수로의 매력에 자연스레 빠지게 된다. 골목과 수로의 양옆으로 위치한 예쁜 카페와 술집에서는 가수들이 나름의 매력을 뽐내며 노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의 큰 매력은 여행객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한 다양한 차들과 다기, 각종 기념품과 먹거리이다. 이런 것들을 구경하고 체험하는 재미가 꽤 크다. 더욱이 저녁무렵이 되면 홍등으로 밝혀진 길거리의 운치가 배가 되니 걷는 것이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곳곳의 클럽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끄러움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싫으면 그곳을 피하면 되는 터이다.

이곳에서 광주를 잠시 생각해본다. 대인시장, 남광주시장과 같은 전통시장에서 건물의 역사성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장기비전을 가지고 한옥건물로 시장을 만들어 역사성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은 어떠할까? 그러나 어쨌든 전통 시장의 활성화 해법은 판매되는 컨텐츠를 다양화하는 것이 최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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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담 공원과 근교

고성의 랜드마크인 물레방아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흑룡담 공원이 있다. 호수 북쪽에는 3층 누각 오봉루가 있는데, 다섯 개의 처마 끝이 봉황이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모습이라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본래 이 건물은 1601년 명나라 때 바이사고진(백사고진)에서 10㎞ 떨어진 보국사에 지었던 건물인데 1979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흑룡담 공원의 백미는 호수 수면에 드리운 이 오봉루와 그 뒤로 보이는 옥룡설산이 만드는 풍경이다. 흑룡담 공원 후문쪽에는 동파 박물관과 동파문화연구소가 있다. 리장의 주요 소수 민족인 나시족은 상형문자인 '동파문'을 오늘날까지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관리하고 연구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노력하는 곳이다. 여행 중 리장의 곳곳에서 그림문자가 보이면 그것이 동파문이라 생각하면 된다.

소수민족의 삶을 좀 더 느껴보고자 한다면 바이사고진과 나시족 전통마을인 옥수채(玉水寨)를 방문하면 좋다. 옥수채는 티벳의 뵌교와 나시족의 토착 종교가 합쳐 탄생한 동파교 성지로서, 동파교와 동파문에 대한 보다 많은 유물 및 설명자료가 있다. 그리고 고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고즈넉함을 기대하고 리장고성을 방문하였는데, 너무나 상업화된 모습에 실망을 느낀 이라면 수허고진을 방문하면 좋다. 차마고도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고, 전체적인 모습은 리장고성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기자기하고 상대적으로 차분하여, 한 나절 또는 며칠 머무르기에도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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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룡설산 풍경구

리장에 와서 호도협 트레킹이 부담스러운 이들도 옥룡설산 풍경구는 다녀와야 된다. 옥룡설산을 다녀오는 데에는 하루를 넉넉히 잡아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는 방법으로는 홍태양광장에서 7번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고성 곳곳에 있는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을 이용하여 다녀오는 방법이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옥룡설산 풍경구는 크게 감해자(甘海子), 빙천공원, 운삼평(云杉坪), 모우평, 백수하(白水河)로 나뉘는데 하루에 모든 곳을 다 가보기에는 쉽지 않다. 리장에서 차를 타면 매표소를 지나서 맨 처음 감해자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목적지로 가는 케이블카 및 관광지를 연결하는 셔틀버스 표를 구입한다. 방문객의 대부분은 옥룡설산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빙천공원을 간다.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4,506m 지점까지 약 3㎞ 정도를 이동하는데 여기서부터 고산병이 조금씩 엄습해 온다. 이곳에서 계단을 따라 풍경을 감상하며 4,680m 전망대에 올라서면, 뭔가 해냈다는 만족감으로 뿌듯하다. 눈앞에 펼쳐진 옥룡설산과 구름 밑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산 아래 풍경이 만드는 위엄은 꽤 크다. 수직 높이로 180m 밖에 오르는 것이 아니지만 그 어려움이 꽤 크기에 느끼는 감정이다.

날씨의 변덕도 큰데다 고도가 높다보니 고산병으로 고생스럽다. 그러기에 많은 이들이 중도에 포기한다. 필자도 전에는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고산병이 조금 있어 고생하였다. 내려오는 길에는 남월곡 이라고 불리우는 백수하를 따라 내려오면 되는데, 설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푸른빛을 띠고, 그 물을 배경으로 옥룡설산이 바라보이는데 이것이 또한 천하명관이다.

리장까지 왔다면 운남성의 소수민족의 삶을 다룬 공연을 한편 정도 보면 좋은데, 두 개의 선택가능한 공연이 있다. 하나는 장예모 감독의 작품으로 유명한 옥룡설산 풍경구 안의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인상여강이 있고, 다른 하나는 홍태양광장의 공연장에서 중국 소수민족의 전통 축제와 문화를 춤과 음악으로 표현한 여수금사 라는 공연이 있다. 규모면이나 웅장함에선 인상여강이 훌륭하고, 실내에서 짜임새 있는 공연을 본다는 측면에서는 여수금사가 낫다. 이 두 공연은 운남성의 소수 민족들의 삶을 알아가는데 꽤 공부가 된다.

기술문화법연구소장 #그림4왼쪽#

민경재는

지적재산권법을 전공한 법학박사로 전남대에서 저작권 및 산업재산권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과 문화 그리고 법의 상호 어울림과 합리적 조정을 통한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저작권법과 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여행과 예술, 아름다움과 자유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전세계를 여행하는 노마드적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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