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은 인력난·비용 증가 '이중고 '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 등 보완책 서둘러야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 한 달을 맞았다. 광주·전남지역 기업과 근로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기업들은 수 년전부터 '예행연습'을 한 탓인지 대체적으로 혼란 없이 적응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시간적 여유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 반면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들은 인력난과 비용 증가 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으며, 근로자들은 '임금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중견·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을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주·전남 300인 이상 130여곳 적용
현재 주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사업장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시행 초기 부작용 등을 우려해 내년 1월1일까지 6개월 동안 단속과 처벌을 유예한 상태다.
근로자 50~299인 사업장의 경우 오는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오는 2021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는 광주·전남지역 300인 이상 사업장과 국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총 130여 곳에 이른다.
주 52시간 대상 사업장은 광주와 전남이 각각 98개사, 36개사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휴일근로를 포함해 1주 최대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한도 12시간 등 1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하는 제도다.
그 전에는 1주 최대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사업장에 따라 휴일이 1일인 경우 8시간) 등 총 68시간(60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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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체로 '안착'… 근로자 '호응'
대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에 큰 혼란 없이 적응하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지난 1월 2일부터 선도적으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생산직도 지난해부터 주간 연속 2교대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주 단위 '자율 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직원에게 근무시간 재량권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등을 운영하고 있다.
A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이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 부터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근무제도를 시행해 큰 문제 없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원들은 집중 근무로 업무효율이 높아지면서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며 반기고 있다.
칼퇴근에 유연근무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고 자기 계발을 위한 다양한 여가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취미나 문화생활을 하는 등 직장인들의 저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직원 김모씨는 "예전에는 퇴근시간이 돼도 부장 눈치를 봤는데, 제도 시행 이후에는 회사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줘 편안하게 퇴근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갑자기 저녁시간이 늘어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지만, 지금은 피트니트센터에서 '몸짱'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업무 부담이 늘었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한 직장인은 "근로시간이 법적으로 줄어든 것은 좋지만 개인 업무량에는 변함이 없다 보니 출퇴근 시간 또는 집에서 업무를 하거나, 불가피할 때는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중기 인력난, 근로자 '얇아진 봉투' 걱정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엎친데 덮친 격이라며 아우성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주 52시간까지 도입되면서 비용 부담 증가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긴 업무 공백을 신규 인력으로 메꿔야 하지만,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령 신규 인력을 뽑으려고 해도 기능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
하남산단 한 중견기업은 "경기침체로 일감이 없지만, 갑자기 주문이 밀려오면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월급에다 보험료 등 추가 비용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러다 보니 일용·임시직 채용으로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근로자들은 '얇아진 월급 봉투'로 속이 타고 있다.
가뜩이나 대기업 근로자에 비해 임금이 낮은데 근로 시간까지 줄어들면서 월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10일부터 18일까지 직장인 557 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달라진 점'을 조사한 결과 임금(월 급여) 감소가 18.1%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52시간 근무제 미시행 기업으로 이직을 시도한다'는 답변도 5%로 나타났다.
지역 산단 곳곳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급여와 퇴직금 감소로 제도 적용 밖에 있는 30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직한 한 근로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연장 휴일 근무가 불가능해지면서 임금이 많이 줄었다"면서 "퇴직금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도 적용을 받지 않은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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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보완책 마련 시급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부작용이 터져나오자 정부는 6개월 동안 시행을 유예하고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들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별 연장근로 전면 허용 등 제도 안착을 위한 추가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주 52시간 원칙을 '한 주' 기준이 아닌, 분기나 반기, 1년 단위로 탄력 적용하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노사 서면 합의에 따라 최대 3개월로 범위가 한정돼 있다.
하지만 3개월로 제한된 탄력근무제 가지고는 현장에서 활용하기 빡빡하다는 것이다.
이에 국회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발의된 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3건,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3건 등 총 6건이다.
여당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적용대상 확대와 적용기준 명확화를 통한 제도 정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야당은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동시에 시행되면서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조정 등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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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희비
학원·동호회 웃고 음식점·술집 울고
직장인 회식 대신 '자기계발' 관심 영향
오피스상권 "동네상권보다 매출 안 나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을 넘어서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직장인들은 자기계발과 취미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제품 판매가 증가하고 백화점 문화센터나 각종 학원, 동호회 등에 전화와 방문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으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날인 지난달 2일 월요일 전국 영화 관객 수는 전주 보다 16%나 증가했다.
광주신세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맞춰 실시된 '워라밸 페어' 스포츠 부분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23% 신장했다.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특히 피트니스복과 요가복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중흥동 한 볼링동호회 관계자는 "올해 초 13명에 불과했던 볼링동호회 회원이 현재는 36명으로 늘어 기존 회원보다 신규회원이 많아졌다"며 "주 52시간 시행을 앞둔 지난 6월부터 회원가입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새벽반과 저녁반 수강자가 증가했다"며 "특히 영어회화 수업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역 백화점 내 문화센터도 주 52시간과 맞물리는 가을학기 수강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롯데백화점 광주점과 광주신세계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저녁 강좌와 주말 강좌를 각각 20여개와 50여개 늘렸다.
반면 직장인들의 야근이나 회식 등이 줄고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기면서 오피스 상권은 위축되고 있다.
광주시청을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들이 자리하고 있는 상무지구 업주들은 직장인들의 술자리나 회식이 줄어 울상이다.
상무지구 상인회 관계자는 "최근 김영란법 여파와 미투(MeToo)사건으로 갈수록 술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으로 영세 상인들이 힘들어지고 있다"며 "52시간 근무제로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오히려 동네상권보다 매출이 더 안 나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상무지구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치맥을 즐기러 오는 직장인들이 거의 없다"며 "요즘은 전화로 치킨을 주문해 가져가는 손님들이 주로 매장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김영솔기자 tathata93@naver.com
- 여야, 13일간 총선 레이스 돌입···'거야 심판' vs '정권 심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사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용산살리기' 지원유세에서 권영세 용산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여야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4·10 국회의원 총선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각기 '거야 심판'과 '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총력전을 시작했다.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함께 선거운동이 허용된 28일 오전 0시 서울 가락 농수산물시장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전 0시 행사를 거르고 오전 10시 대통령실 인근 용산역 광장에서 '정권심판·국민승리' 선대위 출정식을 진행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내 최대 규모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며 "국민의힘은 땀 흘려 일하는 생활인을 대변하는 정당이고, 그런 분들이 더 잘살기를 바라는 정당"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이 전진할 것인가 후진할 것인가, 융성할 것인가 쇠퇴할 것인가, 곤경해질 것인가 불리해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라며 "그 전제로 범죄 세력을 심판하겠다. 그걸 넘어서야 민생과 경제를 제고해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 위원장은 곧이어 같은날 오전 서울 한강벨트 등 수도권 격전지를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심판이 곧 민생이라고 역설하고 있다.한 위원장은 한강벨트인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거리인사에서 "범죄자 세력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범죄자 세력이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해야 한다. 그것은 네거티브가 아닌 민생"이라고 강조했다.인 위원장은 한 위원장과 함께 가락시장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인 위원장은 같은날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5·18을 폭동으로 비하하는 것은 광주시민을 두 번 죽이는 것으로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며 호남 표심을 공략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오전 7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출근길 인사에서 "지금 정치가 잘못됐다면 바꿔야 하고, 정치를 바꾸는 일은 결국 국민들이 해야한다"며 정권 심판 동참을 호소했다.이 대표는 이어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에서도 "지난 2년의 시간은 국민에게 하루하루가 절망 고통 그 자체였다"며 "윤석열 정권 심판 열차가 국민 승리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지금 출발한다. 윤석열 정권 심판은 대한민국 정상화와 민생 재건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배반한 윤 정권에게 이제 주권자가, 민주 공화국의 주인이 심판할 때가 됐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압도적 심판 의지를 확실하게 실천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지지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한강벨트인 서울 중·성동갑 등에서 지원유세에 나선다.민주당은 범야권 200석 전망을 일축하며 지지층 이완과 보수층 결집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범야권 200석' 전망에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과반인) 151석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민주당 주도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윤영덕 의원은 같은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은 시대적 과제"라며 "모든 걸 걸고 압도적으로 승리해 민주주의, 민생, 평화, 미래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고 지지를 요청했다.제3지대 정당들도 일제히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녹색정의당은 같은날 오전 0시 이태원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골목을 방문한 뒤 서울시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개혁신당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소방서를 찾아 지역 치안과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새로운미래 지도부도 같은날 오전 0시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후 대전 대덕구 박영순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선대위 출정식 및 출근인사를 진행했다.조국혁신당은 같은날 오전 조국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 출정식을 개최했다. 조 대표는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부산에서부터 동남풍을 일으켜 전국으로 밀고 올라가겠다"고 선언했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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