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5·18 사적지의 복원 가치

@김재형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 입력 2018.09.03. 00:00
김재형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

옛 전남 도청은 5월 항쟁과 관련하여 두 번의 아픔을 간직하게 됐다.

첫째는 1980년 5월 항쟁 당시 최후의 항전지로서의 아픔이다. 5월 27일 계엄군들의 진압으로 많은 시민군들이 이곳에서 끝까지 항전하다가 체포되거나 산화했다.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이 쳐들어온다면서 적막을 깨고 울부짖던 한 여성의 음성이 도청 방송실에서 광주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시민군들은 계엄군의 진압에 대비하여 수시로 도청 시민군 상황실에 모여 대책을 수립하면서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그 날 새벽 계엄군들은 서치라이트로 도청을 환하게 비추면서 투항하라고 방송하였다. 동시에 계엄군들은 도청 뒷담을 넘어 도청 본관으로 침투해 들어가 사무실마다 방문을 걷어차며 집중사격을 가했다. 이곳 도청은 그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둘째는 2013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예술작품 전시공간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로 5월 항쟁의 흔적들이 심각하게 훼손돼버린 아픔이다. 도청 내부가 심하게 변형돼 당시 시민군들이 긴박하게 모이던 시민군 상황실이나 그 새벽 적막을 가르면서 방송을 하던 방송실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당시 숱하게 드러나 있던 총탄 자국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10일간의 시민군들의 흔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5월 27일 새벽 그 공포 분위기 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던 시민군들의 숨결을 어디서도 느끼기가 어렵다.

이 자리에는 '열흘간의 나비떼'라는 예술작품만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열흘간의 나비떼'는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열흘간의 항쟁을 '기승전결' 서사구조에 따라 예술적으로 승화하고자 마련된 전시콘텐츠이다. 나비들로 상징되는 평범한 시민이 이뤘던 광주 정신을 '열흘간의 나비떼'라는 주제로 구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그러나 예술 작품이 아무리 뛰어나다한들 민주화의 상징인 옛 도청 등의 복원 가치보다 높을 수는 없다. 이번 복원 사업의 목적은 옛 전남 도청, 전남 경찰청, 상무관을 1980년 5월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각각의 건축물에 5월 항쟁의 사건을 결합시켜 당시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재현시키는 것이다.

이 복원을 통해 그동안 사라졌던 시민군의 상황실도, 방송실도 그리고 계엄군의 총탄 자국도 드러날 것이다. 1980년 5월 이 공간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시민군들의 함성과 숨결도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5.18 사적지의 복원 가치를 어떻게 예술 작품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오랫동안 표류해왔던 옛 도청 등 복원 사업이 마침내 첫 삽을 뜨게 됐다. 조선대학교 민주화운동연구원이 아시아문화원에서 발주한 옛 전남 도청 등 6개동 복원을 위한 기본 계획 수립 용역 기관으로 선정돼 본격적으로 용역에 착수한 상태이다. 이 복원 기본 계획이 수립되고 나면 이후로 복원설계, 구조 안전 진단, 복원 공사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옛 도청 등의 복원은 2022년 중순경에 완료될 것으로 추정된다.

모쪼록 이 복원사업이 차질 없이 수행되어 옛 전남 도청 등이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으로서 5월 정신과 함께 후세에 길이 보존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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