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진짜 책임져야할 자 누구인가

@조덕진 입력 2018.09.04. 00:00

50년만에 청산된 식민지의 역사. 국가기록원 '기록으로 만나는 대한민국 70년' 코너에서 소개하고 있는 조선총독부 철거에 대한 헤드타이틀이다.

일제가 조선을 지배하기 위해 세운 이 건물은 고 김영삼 대통령이 국민투표까지 붙여 철거했다. 학자들과 전문가 진영에서 슬픈 과거의 역사로 존치해야한다는 견해가 제기됐지만 여론조사라는 함정의 절대적 지지에 묻혔다.

대한민국 후손들은 과거 조선왕궁을 가로막듯이 자리잡고서 조선을 강제 점령했던 일본 만행의 주요 상징 중 하나는 그림과 자료로 만나야 한다.

아픈 과거, 혹은 부끄러운 과거를 대하는 자신감마저 무지한 포퓰리즘에 탈취당해버린 셈이다.

광주에서는 다른 양상의 역사바로세우기가 전개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과정에서 근현대 광주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1980년의 역사가 담긴 건물의 보존투쟁이 벌어진 것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선 구 전남도청일원은 1980년 광주항쟁의 최후의 격전지로 시민들에게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 이를 넘어서는 자긍심, 미안함, 위로, 인간에 대한 존엄 등 다양한 감성과 정서로 점철된 공간이다.

국가가 자행한 학살의 현장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해 광주시민들의 인간중심주의와 호혜를 이웃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시민과 함께 할 꿈을 안고 있다.

학살의 현장이 박물관이나 기념관, 등등으로 기념되는 곳은 많아도 전격적으로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곳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전당의 공간적 상징성은 세계 문화사에도 주요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전당 건립으로 돌아가보면 이 공간은 과거 전남도청과 도청별관, 전남경찰청 등이 자리했던 곳으로 이전 건물이 모두 헐리거나 리모델링돼 재탄생할 예정이었다.

이중 도청별관 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도청별관을 보존시키는 과정에서 공사기간이 지연됐고 건설사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문화전당이 2016년 110억원을 배상했다. 국가손실 110억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소멸 시효(내년 1월)를 앞두고 구상권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한번 살펴보자.

여러 논란은 다 제쳐두자. 전당 건립초기 문광부는 건축현장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언론의 접근조차 극도로 꺼렸다. 지역 사회 의혹과 불신의 벽이 높은 건 당연했다. 이 과정에서 별관 철거 소식이 전해졌고 뒤늦게 이를 안 5월 단체가 보존을 주장하며 2008년 6월 별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문제는 다음이다. 당시 주무부처인 유인촌 문화관광부는 무엇을 했던가.

전문적 자료를 제공해 이들을 설득하거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도출하는 등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도청별관의 문화사적·역사적 가치, 설계변경 등에 따른 비용과의 상관관계,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검토나 5월단체나 시민들과 토론회, 심포지엄 등 설득하기 위한 객관적 자료마련이나 움직임에 나섰는가. 묻고 싶다.

지연에 따른 예산손실 등만 협박처럼 전해질뿐 체계적으로 사안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상 손을 놨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오히려 좋아한다, 나몰라라 하고 있다' '누구 좋은 일 시키느냐'는 말이 공공연히 돌 정도였다.

2년여가 흘렀고 공기 지연은 당연했고 손해는 불가피했다. 광주시가 시민여론조사 등을 진행하고 2010년 광주시관계자와 지역정치인들로 구성된 대책위원회 등을 거쳐 아슬아슬하게 별관 존치로 결론이 났다.

최소한의 책임있는 역할도 하지 않고 사실상 방기한 이들이 누군데, 이제와서 그 책임을 시민에게 돌리려 하다니 안될 말이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해괴망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두 비민주적 정권이라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거니와 촛불국민이 세운 정부라면 더더욱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공공성을 향한 시민사회의 열정과 노력이 사회로부터 평가받아야 마땅하고 그 과정에서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하는 일은 국가의 책임이자 덕목이다. 정부와 광주시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공정성의 틀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문화체육부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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