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창 너머 가을이 바투 찾아왔다. 유난히도 지독했던, 절대 꺾이지 않을 것 같았던 더위는 저만치 물러나고 제법 서늘한 기운이 집 안으로 스민다.
때가 됐다. 가을을 만나러 숲길로 가야 할 때 말이다. 아직 여름의 옷자락 끝을 놓지 못하고 있는 더위는 빽빽한 나무숲이 지켜줄 터.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줄 드넓은 호수까지 더해진 광주 근교 수변길로 지금 떠나자.
장성호 수변길- 드넓은 청정호수 따라 트레킹
전국 수변길 중 으뜸. '어딘가' 하고 봤더니 장성호다. 장성호 제방과 북이면 수성마을을 잇는 1.23㎞ 나무데크로 이어진 장성호 수변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걷기 좋은 명소' 중 단연 최고로 꼽힌다. 호반의 산자락을 따라 길게 이어진 호수, 멀리 백양사를 품고 있는 백암산의 절경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한 폭의 풍경화 같다.
제방 위 장성호관리소를 지나 장성호 수변길이 본격 시작된다. 얼마나 오랜시간 이 자리를 지켜왔는지 모를 나무들이 가지를 길게 뻗어 데크 위로 그늘 아치를 만들어준다. 잔잔한 물결의 호수가 마음을 위로한다. 머리가, 가슴이 차분해 진다. 산은 호수를 품고, 호수는 사람을 품은 격이다. 호젓하게 걷다보면 시간을 잊는다. 이곳에서 시간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나무데크길이 끝나고 산길이 나온다면 이제 곧 장성호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날 수 있다는 신호.
장성호의 또 다른 자랑, '옐로우 출렁다리'가 기다리고 있다. 길이 154m, 폭 1.5m 규모의 출렁다리는 지난 6월 개통됐다. 다리 중앙부로 다가갈수록 흔들거리는 아찔함이 짜릿하다. 안전 걱정은 접어둬도 좋을 듯.
초강력 케이블이 교각을 지탱하기 때문에 초대형 태풍이 불어도, 한번에 1천여 명이 통과해도 끄떡없다는 게 장성군의 설명이다. 온몸을 관통하는 스릴을 진정시키고 눈길을 돌리면 깊은 숲 한 가운데 자리잡은 장성호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담긴다.
간간히 제트스키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도 있어 가히 수변길 코스의 '정점'. 출렁다리를 건너면 수변데크2길을 따라 '용곡마을'까지 이어진다.
장성호 수변길에는 이렇다할 매점도, 자판기도 없다. 마실 물과 간단한 간식을 꼭 챙겨서 나들이 하기를 추천한다.
#그림1중앙#
화순 세량지-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예쁜 길을 논하는데 미국 CNN을 감탄하게 만든 화순 '세량지' 둘레길도 빼놓을 수 없다.
새벽 물안개와 갈맷빛 나무, 수려한 벚꽃들의 조화로 많은 사진사들의 발걸음을 빼앗은 세량지는 광주서 817지방도를 따라 칠구재터널에서 5분여를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값진 보물일수록 그 자태를 쉬이 보여주지는 않는 법. 터널같은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연꽃 가득한 '습지원'이다.
'애피타이저'이지만 이곳 역시 나무데크길로 이루어져 있어 느릿하게 둘러보기 좋다. 시골같은 생태관찰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좀 더 오르면 눈 앞에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짧게 이루어진 나무데크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인생사진 완성. 자연이 만든 '인생사진관'이 따로 없다.
풍경 구경이 끝나면 이제 호수를 빙 둘러싼 둘레길을 걸어보자. 700m 정도의 둘레길은 함께하는 이와 도란도란 소담을 나누기에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길이다. 장성호 수변길처럼 호수를 향해 탁 트여진 길은 아니지만 우거진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호수 풍경이 담담하게 다가온다. 아스팔트 대신 흙 위를, 건물 숲이 아닌 나무 숲길을 거닐면 열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진다고 한다.
가시지 않은 더위에 몸을 움직여 땀을 빼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라. 갑갑한 도심에서 벗어나 만나는 시원한 자연 바람이, 에어컨 바람에 지친 몸을 위로해 줄 것이다.
통합뉴스룸=주현정기자 doit850@gmail.com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 전남 공공배달앱 먹깨비, 농협카드과 손잡고 경품 이벤트
- · '당신도, 광주에서는 e스포츠 선수'
- · 시암송
- · 현대차 美 전기차공장, 조지아로···6.3조원 투입 '年30만대'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