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정상’이라는 폭력

@조덕진 입력 2018.10.02. 00:00

"이 나라는 왜 이렇게 장애인이 많아요?"

몇 년전 한 강연장에서의 이야기다. 스웨덴 유학중이던 강사에게 한국인들이 묻더란다. 장애인들이 소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생활하다보니 일상에서 장애인을 만나기 어려운 한국인들 눈엔 이채롭게 보인 것 같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언론 기사들이 수년전 에피소드와 질문을 불러냈다. '정상국가'의 위상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정상국가'로 발돋움 하려한다 등등.

'정상'이란 무엇인가, 새삼 이 사회의 '정상'에 대한 터무니없는 추구와 그 울타리 밖 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의 문제가 떠올랐다.

'정상'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다.

문제는 이 사회의 '정상'은 비정상을 전제로 하는데다 정상에 속하지 못한, 정상 밖 이들을 배제와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는 점이다.

더 위험한 것은 이 구분이 가족에까지 작동한다는 점이다. 한국인 엄마 아빠가 있는 경우를 '가정(정상가정)'으로, 엄마나 아빠 어느 한쪽 또는 조부모와 사는 가정은 각각 다른 이름으로 구분한다. 한때는 후자를 '결손가정'이라고 칭했다. 이 그룹에는 외국인 결혼 가정(다문화)도 포함된다. 단 미국인 영국인 등 서구유럽 출신은 제외다. '동남아'나 이웃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가난한 국가출신과 가정에 국한된다.

더구나 많은 경우 지원계층이다보니 자존감은커녕 자손심이 깃들 틈도 없다. 대명절에도 홀로인 '할머니'나 '엄마' 손잡고 선뜻 나들이에 나서지 못한다. 이들에게 암묵적 강제적으로 규정한 결핍과 결손이라는 구획에 움츠러들어서다. 물론 여기에는 이들의 곤궁이 가장 큰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이 너무 상처만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들으면 '꼰대'라 할 만한 이야기 하나 덧붙여야겠다. 20세기 미국 최고의 지성으로 꼽혔던 고 수전손택은 불행한 가정 출신에 21세기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애자였다.

청소년시절 만난 한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우리가 아는 그녀가 됐다. '우리가 아는' 그녀는 사회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거나 강제하는 것들에 의문을 던지고 문제를 제기하며 본질에 다가갔다. 미국 지성계는 물론 대중도 그녀에 화답했고 그녀는 죽음에 이르도록 자신에 충실했다.

지난 주말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미국 메사추세츠 예술대 교수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하는 유순미 교수 초청전이 열렸다.

3차례 방북을 통해 4년여에 걸쳐 만든 북한에 관한 보고서'북녘에서 온 노래'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에세이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의 이 작품은 감독이 개입하거나 생각을 보여주기보다 최대한 거리를 유지한다. 유 교수의 지적처럼 '객관적'이라는 것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유 교수의 이 지적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체제 선전에 열을 올리며 외부와 접촉을 통제하는 북한, 끊임없이 위대한 지도자를 칭송하며 혼연일체가 되고자하는 북한주민의 노래, 그 속에도 피어나는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웃음소리. 수수께끼 나라 북한에 대해 묻는다. 당신은 누구냐고, 누굴까라고.

당최 정상이란 무엇인가.

제도교육이 존중해 마지 않는 그리스 로마시대,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상과 우주를 논하던 그 시절에 동성간 연애는 하나의 문화(정상)였다. 21세기에도 이슬람권에서는 여성이 자유연애를 하면 가족이 나서 살인(명예살인)하는 것이 '정상'이다.

문화체육부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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