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어르신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18.10.03. 00:00

수 년 전 '어르신'이라는 호칭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어른이나 노인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어르신으로 불러야 하는 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찬성하는 쪽은 근대화 과정에서 이룬 경제발전과 민주화 진전에 공헌한 점을 존중해서 어른을 높여 부르자고 주장했다.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나이든 분을 높여 부르는데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모든 공문서에 어른 대신 어르신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어르신의 사전적 정의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말이다. 어른이나 노인이 있는데 굳이 어르신으로 부르는 것은 존중과 공경의 마음이 들어있다. 비슷한 의미의 단어는 늙은이, 고령자, 시니어, 실버 등이 있다.

어르신을 존경하고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도 많다.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비롯해 다양한 의료 혜택도 제공된다.

최근에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이 높아 노후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

어르신의 기준은 마땅히 정해져 있지 않다. 같은 의미로 쓰이는 노인의 기준은 오래 전에 세워졌다.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 나이는 만 65세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던 1964년에 도입해 54년째 유지되고 있다.

노인의 날을 맞아 암울한 자료가 잇따라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일 노인인권종합보고서를 내놨다. 전국 노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들은 존엄, 안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고 4명 중 1명꼴로 생계가 곤란한데도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나 방임을 경험했다는 노인은 전체의 10%로 집계됐다. 노인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이라는 답변이 35.1%로 조사됐다. 노인에 대한 더 충격적인 자료는 국회에서 나왔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노인학대 건수 및 피학대자와의 관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발생한 노인학대가 1천62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10만명 당 학대 당한 노인은 광주가 전국 16개 시·도 중 세종시를 제외하고 가장 많았다.

노인학대 가해자는 놀랍게도 친족이 74.2%를 차지했다. 노인 학대는 가족 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가정파탄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가정의 파괴는 사회, 국가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노인학대를 더 이상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다.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어르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양기생 정치부장 gingullov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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