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경의 월드뮤직- 마르 델 플라타, 탱고 그리고 카를로스 가르델에 대하여

입력 2018.10.12. 00:00
수많은 예술가들이 나만의 바다로 잠기다
마르 델 플라타 전경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고… 남미의 파리, 남미의 유럽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은의 바다라고 불리는 "마르 델 플라타"가 있다. 이곳에서 나고 죽은 수많은 예술가들은 모두 이 마르 델 플라타를 자신만의 바다로 삼은 모양이다.

 1938년 이 곳 마르 델 플라타(Mar del Plata)에서 익사한 여류 시인 알폰시나 스토르니(Alfonsina Storni, 1892-1938)의 시신이 떠올랐다.

◆마르 델 플라타에 있는 알폰시나 스토르니 기념비

오랫동안 암을 앓고 있었던 그녀는 마침내 바다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최초의 여류시인이었다. 스토르니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처음으로 인권과 여성의 권리, 남녀평등을 주장했다. 스토르니는 사생아를 낳았고, 여류 시인이라는 이유로 아르헨티나의 문인들은 그녀를 무시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을 애잔하게 여긴 아리엘 라미레즈와 펠릭스 루나는 문인들의 편견, 오만함을 대신 속죄하는 의미로 알폰시나와 바다라는 진혼곡을 썼다. 지금은 이 곡이 지금은 스페인어 문화권의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곡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 받는 곡이 되었다.

이 마르 델 플라타를 유게니오 알바레즈 뒤몽이라는 스페인 화가는 영원히 행복한 도시, 해피 시티라고 불렀다. 일년 내내 진저리치게 덥지도 않고 손발 끝을 에이도록 춥지도 않은 이곳은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도 저절로 예술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곳이다. 라 플라타 강을 끼고 있어 식민지 시대에 무역항으로 개발 되었으며 라틴 아메리카 물류의 허브 지역이었다. 노동력 부족으로 대거로 이민자들이 유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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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 델 플라타

고된 노동을 주로 하는 이곳의 이민자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으로 하루 하루를 버텼다. 그러다 지친 하루를 달래려 더러는 선술집에 모여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곤 했다. 그러다 어떤 날은 함께 하루를 보내고 싶은 여자에게 잘 보이려 거칠게 끌어안으며 춤을 추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이곳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항구지구 보카에서 탄생한 탱고의 처음 모습이었다. 세 다리와 두 개의 심장이 추는 춤이라는 탱고가 처음엔 항구 노역자들이 여자들에게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해 추는 춤이었다니…20세기를 대표하는 중남미의 정신 보르헤스 역시 탱고는 플라타 강에 속해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탱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현대의 음악가인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탱고 작곡자이자 탁월한 반도네온 주자이다. 피아졸라는 탱고 음악이 춤출 때나 사용되던 연주곡에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시켜 그야말로 혁명을 불러왔다. "나는 마르 델 플라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라났고 파리에서 내 길을 찾았다. 그러나 내가 무대에 오를 때, 사람들은 안다. 내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음악을 연주하리라는 걸." 뉴욕에서 처음 반도네온을 손에 잡았는데 그때 그를 키운 사람이 탱고의 황제 카를로스 가르델 이었다.

카를로스 가르델은 가장 팬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을 때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전세계 수많은 그의 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가르델은 날마다 점점 더 노래를 잘한다."라고. 그는 죽지 않았다. 영원히 살면서 탱고의 전설로 아직도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카를로스 가르델은 1980년 12월 11일 프랑스 툴루즈에서 아버지 없이 태어났다. 가르델의 출생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견이 분분하다. 프랑스 군입대를 피하기 위해 우루과이에서 태어났음을 주장했다는 애기도 있다. 1893년 그의 어머니와 가르델은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주해왔다. 가난에 허덕였고 1906년 학교를 자퇴했다. 그 후 호세 베티오티의 지도를 받으며 이곳 저곳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살았다. 1911년 가르델은 우르과이 포크 가수인 호세 라짜노와 듀엣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그들은 점점 유명하게 되고 1914년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과 극장, 캬바레까지 공연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브라질과 우르과이까지 투어공연을 다니게 되었다. 1915년 투어중 이태리의 오페라 가수인 앙리코 카루소로부터 함께 공연 제의를 받았다. 드디어 그의 인생에도 서광이 비추는 했으나 사소한 다툼으로 총을 맞는 일이 생겼고 목숨은 구했으나 그 트라우마는 평생을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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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가르델

카를로스 가르델은 탱고라는 음악 속에 담겨있는 통속적인 감성, 우울함, 삶의 애환, 정열을 가사가 있는 노래로 만들어 춤곡에만 국한되었던 탱고를 좀 더 많은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의 장르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그는 아름다운 음색의 목소리와 수려한 외모, 카리스마 있는 무대 매너를 가지고 있었으나 자신의 노래와 작곡기법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런 면으로 더욱 사랑 받았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수백 곡의 주옥 같은 명곡들을 남겼다. 'Por una Cabeza(간발의 차이로)', 'El Dia que Me Quieras(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날)', 'Mi Buenos Aires Querido(내 사랑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Volver(돌아가네)', 'Adios Muchachos(안녕 소년들이여)' 등이 그의 대표곡이다.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수백만의 그의 팬들이 애도의 대열에 참여했다. 가르델의 운구는 콜롬비아 뉴욕을 거쳐 리오데자네이로에서 몬테비데오를 거쳐 그의 노모가 살고 있던 우루과이를 거쳐 그가 묻힐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라 차카리타의 묘지에 이르는 과정을 온 세계가 눈물로 지켜보았다.

"탱고에 실수란 건 없어요. 인생과는 다르죠. 간단해요. 탱고가 훌륭한 이유는 거기에 있어요." 라는 대사로 유명해진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파치노가 멋지게 탱고를 출 때 흘러나오던 곡이 카를로스 가르델의 Por una cabez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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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사랑하는 남녀가 어울려 추는 사랑의 춤인 것 같다가도 갈망하는 뭔가가 있는 사람들에겐 노스텔지어를 느낄 수 있는 춤이 탱고이다. 그저 어울려 추기만 해도 되는 춤, 탱고. 삶을 포기한 사람에게는 삶의 이유가 되고 사랑에 버림받은 사람들에겐 실연을 달래주며 영원히 갈 수 없는 고향을 꿈꾸는 이방인들에겐 그리움이 되어주는 탱고.

백여년만에 가장 뜨거웠던 2018년 이 여름이 끝이 날까 했는데 벌써 아침 저녁이면 한기가 낯설어 이불을 푹 눌러써야 하는 계절이 왔다. 치열한 여름을 살아낸 우리, 올 가을엔 머나먼 나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마르 델 플라타를 그리며 카를로스 가르델의 탱고 한 곡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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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경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회의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문화강의 교수로 활동했다. 월드뮤직 애호가이자 전문가로 지역방송에서 대중에게 월드뮤직을 소개하는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호주에서 아트앤 인테리어 데코레이션 공부를 한후 지역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신진작가들과 외국인 화가들을 후원하는 전시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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