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캄보디아 광주 교육문화센터에서 보낸 한달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0.15. 00:00

김호수 자원활동가

'자신감 그리고 설렘과 떨림'

(사)세상을이어가는끈(이하 세끈)에서 운영하는 캄보디아 광주 교육문화센터에서 한 달간의 교육 자원활동을 지원하면서 품고 있던 감정이었다. 세끈의 취지와 그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이런 감사한 기회를 놓치기 싫었기에 가고 싶은 의지와 믿음이 더욱 확실해졌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생각과 타지에서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부딪혀 나가는 도전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세끈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아시아 개발도상국가를 찾아 의료와 문화, 교육 자원활동을 하는 광주의 NGO로 올해 6월 5일, 캄보디아 깹 주 크롱깹 지역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내 준 건물을 손봐서 매일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한글,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캄보디아광주 교육문화센터'를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기대와는 달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앙코르 왕조를 포함한 9~15세기 크메르 제국과 그의 상징 앙코르와트로 대변되는 유수한 역사와 베트남 전쟁을 틈타 자리 잡은 독재정권이 만들어낸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1970~80년대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고층빌딩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로 대변되는 최첨단을 달리는, 20세기와 21세기가 혼재된 캄보디아. 몇 주 동안 쉬지 않고 내린 비 때문에 도로 곳곳이 누군가 숟가락으로 아스팔트를 푹푹 떠놓은 것 같았다. 지도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았으나 나쁜 도로 상태 때문인지 공항으로부터 차를 타고 세 시간을 꼬박 가야 했고 현지 시간으로 새벽에 도착했기에 일행 모두 널브러지듯이 숙소 침대에 몸을 던졌다. 우기의 끝자락이었지만 언제든지 쏟아지는 빗줄기와 습한 날씨, 당연하게 여겼던 LTE는 3G로 바뀌어 있었고 그마저도 병목현상처럼 막히고 풀리고를 반복했다. 말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서 준비를 꼼꼼하게 했지만 막상 현실로 부딪혔을 땐 조그마한 허들이 넘을 수 없는 큰 장벽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은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느꼈던 감정일 뿐이었다. 말이 통하진 않지만 아이들의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빛과 해맑은 몸짓으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했고 나도 모르게 엄마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내가 무언가를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하기엔 나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아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감정을 교류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 다가가서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도 아이들에게 무언가 배우고 느끼는 점이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일까. 단순히 해외자원활동의 개념을 넘어서 서로 끈으로 이어져서 배우고 교류하며 성장해 나가자는 의미로 이름 짓고 활동하는 '세끈'의 취지를 몸으로 느끼고 이해한 순간이었다. 국어가 아닌 한국어를 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기초적인 한글 자모부터 가르치기 보단 아이들에게 실용적인 한국어 가르침으로 다가가고자 했다. 이러한 진심이 통했던지 처음에는 낯선 사람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아이들이 조금씩 한글을 쓰고 읽어가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있었다. 학생수도 날이 지나며 조금씩 늘어갔고 후에는 옆 학교에서 다니는 학생들도 새로운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걸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아이들과의 헤어짐이 결코 쉽지 않았다. 떠나는 그 순간에도,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그 때를 기억하면 행복함보다 그리움과 미안함이 들 것 같아 아이들에게 더 다가가고 싶어도 한 발짝 물러났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어리석었다. 아마 내가 그은 선 안으로 아이들이 스며들지 않았으면, 폭풍우에도 굳건히 서있던 애써 꽂은 깃발이 옅은 미풍에 흔들릴 것 같아 두려웠었다. 괜한 기우였다. 몇십 메가바이트 밖에 안 되는 한글 텍스트를 알려주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마음에 배움과 행복을 가득 담아왔다. 아이들에게 기쁨을 비롯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귀한 감정을 배워왔고 우리보다 통계 수치적으로 나은 것이 없는 그들에게 동화되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세상을 잇고, 사람을 잇고자 하는 세끈과 광주 사람들 덕분에 자신감, 설렘과 떨림이 배움과 가르침의 과정을 통해 행복이 되었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