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의 지리학
이경한 지음/(주)푸른길/1만3천원
자리라는 개념을 적용해 지리 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 나왔다.
지리학자 이경한 전주교대 교수가 '자리의 지리학'을 내놨다.
저자는 지리가 우리와 동떨어지지 않도록 일상 친화적인 주제로 지리교양서를 집필하며 지리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지리 선구자다.
저자는 전작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골목에서 마주치다',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에서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일상의 지리적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지리 관련 서적이 시중에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지리를 에세이적으로 풀어낸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지리 책들이 객관적인 지리적 내용으로만 이뤄져 있다면, 이 책에는 저자만의 지리적 감수성까지 풍부하게 담겨 있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지리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스며든다.
또 복잡한 세상에서 손에 쏙 들어가는 분량을 자랑하며 책을 편 자리에서 완독할 수 있는 뿌듯함을 제공한다.
자리는 위치(position), 입지(location), 장소(place) 등을 아우르는 우리말 개념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리를 뛰어넘어 존재하기란 불가능하며 우리는 각자 자신의 분량만큼 자리를 차지하고 일정한 역할과 기능을 한다. 또 자리는 마음의 경관이 머무는 곳이며,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이런 자리의 특성과 자리와 삶 사이의 상호작용을 살펴보는 것이 바로 '자리의 지리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의 삶 속에서 만나는 자리를 살펴봄으로써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제1장에서는 '자리'는 상징이고, 질서이며, 권력이자 돈이다는 사실을 새롭게 두각시킨다. 또 2장에서는 '자리로 보는 세상 갈등'을 통해 송전탑, 팽목항처럼 자리와 관련된 국내 문제부터 난민이라는 세계 문제, 생물 종이라는 생태계 문제까지 다룬다. 3장과 4장에서는 '자리로 부는 생활문화'와 '자리로 보는 울퉁불퉁한 세상'을 주제로 지리의 현 트렌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살짝 비켜나 친숙하던 자리를 신선하게 바라보고 자리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저자는 "지리를 기존 책과 달리 에세이로 읽기 쉽게 풀어냈다"며 "교과서적인 지리에 넌덜머리가 난 학생들, 재미있는 지리교육 자료를 찾고 있는 교육자, 전과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일반인들이 많이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uglykid7@hanmail.net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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