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초의문화제(草衣文化祭)

@김영태 입력 2018.10.22. 00:00

초의(草衣)(1786~1866)는 조선 후기의 대선사(大禪師)다.

그의 사상은 '선(禪)'과 '다선일미(茶禪一味)'로 집약된다. "차를 마시며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 차(茶)안에 부처의 진리(법·法)와 명상(禪)의 기쁨이 다 녹아있다는 이야기다. 선사가 남긴 법어에 그 의미가 전해온다.

"차의 진예(塵穢·더러운 티끌먼지)없는 정기(精氣)를 마시거늘, 어찌 큰 도를 이룰 날이 멀다고만 하겠는가." 승려에게는 차와 선이 둘이 아니고 시와 그림이 둘이 아니며, 또한 시와 선이 둘이 아니다.

초의의 발자취는 전남 지역 곳곳에 남아있다. 나주 남평 운흥사에서 민성(敏聖)을 은사로 삼아 출가한 뒤 영암 월출산에 올라 해가 지면서 바다 위로 떠 오르는 보름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명성이 자자해지자 해남 대흥사의 동쪽 계곡으로 들어가 일지암을 짓고 40여년 동안 홀로 지관(止觀)에 전념, '불이선(不二禪)'의 오묘한 진리를 찾아 정진하며 다선삼매(茶禪三昧)에 들기도 했다. 나주시 다도면의 불회사(佛會寺)도 그와의 인연이 깊다. 이곳에 머물러 차를 달여 마시며 다선삼매에 빠졌다. 다도(茶道)라는 지명은 그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해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그는 강진으로 유배온 다산(정약용), 진도의 소치(허련), 평생 친구인 추사(김정희) 등과 깊은 교유를 가졌다. 특히 추사와 함께 다산 초당을 찾아 다산을 스승으로 섬기며 유학의 경서를 읽고 실학정신을 계승하고 시부(詩賦)를 익히기도 했다. 다산과 더불어 지내는 가운데 다산은 '각다고(?茶考)'를 쓰고, 초의는 '동다송(東茶頌)'을 지으며 우리의 토속차(茶)를 예찬해 마지 않았다.

선사는 선(禪)과 교(敎)의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수도하며 중생을 제도했다. 그리고 법랍이 다할 무렵 대흥사에서 서쪽을 향해 가부좌한 채 열반에 들었다.

전국의 다인(茶人)들이 지난 19~20일 해남에 모였다고 한다. '초의문화제(草衣文化祭)'. 대흥사의 동쪽 계곡 일지암에서 다선삼매에 들었던 선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치른 전국 최대의 차 관련 행사다. 조선후기 선(禪)과 차(茶)의 세계가 하나로 묶는 다선일여(茶禪一如) 사상으로, 쇠퇴해져 가던 우리 차의 부흥을 이끌었던 선사의 다도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난 1992년부터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초의와 대중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행사는 여러 의미있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특히 선사가 기거했던 대흥사 일지암에서 길어온 유천수로 끓인 찻물을 초의선사와 선고 다인들에게 바치는 헌(獻)다례 의식이 돋보였을 터다.

차향기 그윽한 깊어가는 가을 밤, 전국에서 찾아든 다인들이 우리의 토속차를 마시며 선사의 다선일여 사상을 음미해보는게 아주 뜻깊었을 듯 하다. 김영태논설주간 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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