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신음하는 순천만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1.09. 00:00

살다 보면 소중한 것을 깜박 잊고 살 때가 있다. 특히 전라도에 산다고 괜히 주눅 들기도 했다. 개발 독재 시절 전라도 홀대가 낳은 현상이다. 그러나 세상사 돌고 도는 법. 홀대 받은 덕분에 지켜진 보물도 있다. 그중에 으뜸이 순천만이다.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순천만은 별 볼일 없는 쓰레기장이었다. "저 놈의 갯벌을 콱 막아서 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들이 많았다. 먹고 살자고 갯벌을 논으로 만들자는 데 누가 마다했겠는가.

서산 간척지가 거대한 논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민들이 언제 까지 멀건 갈대숲만 바라봐야 하는가 하고 한탄 했던게 엊그제다. 그때 그 시절 "쓸모 없는 땅 순천만 막아서 논으로 만들자"라는 득달과 함께 불도저 들이대면 끝이었다. 그랬더라면 지금의 순천만은 논으로 변했을 것이고 하마터면 부끄러운 조상이 될 뻔했다.

지금 순천만은 한해 1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지난 9월 한달만 64만명이 찾았다고 한다. 미래 가치가 2조원을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대박'이다. 전라도에서 이만한 대박 상품 찾기가 힘들다.

순천만의 가치는 외국에서 더 알아준다. 생태계의 보고로 한때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갈대숲은 22.6㎢(약 163만평) 규모로 누구나 한번쯤 봐야할 세계적 명품이다. 순천만의 겨울은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가 하늘을 뒤덮는 장관을 연출한다. 노랑부리 저어새, 큰 고니, 검은 머리 물떼새등 희귀 조류에다 칠게, 농게, 짱뚱어 등이 노니는 그야말로 생태 수도 순천의 상징이자 전라도 대표 관광지다. 대한민국 생태 1번지라 자랑할만 하다.

이런 생태보고 순천만을 와국인들이 먼저 알아 봤다. 눈여겨 본 세계 사람들이 세계 최고 습지로 순천만을 공인했다. 지난달 25일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 13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람사르 습지'도시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제 순천만 습지는 세계적 명소로 국제적 공인을 받았다. 세계 5대 습지로 전혀 손색 없는 대한민국의 보고임을 여실히 입증한 쾌거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순천시민의 노력을 잊어서는 안된다.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과 순천시의 노고가 오늘날 순천만을 만들었다는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그러나 과유 불급이다. 인구 30만 도시에 1천만에 이르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생태계가 간섭현상을 빚기 시작 했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서식지 파괴와 환경 오염을 걱정할 처지에 이르렀다.

자연은 매번 인간에게 아낌없이 내준다. 하지만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순천시는 적정 탐방객수를 고민해야 한다. 순천만이 우리에게 아낌 없이 내 준 만큼 우리가 순천만에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나윤수 칼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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