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에세이- 똑 같은 사주팔자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1.15. 00:00

이행원 극단 크리에이티브드라마 대표

요즘 어린이들 장래 희망 상위는 연예인, 스포츠인, 웹툰작가, 그리고 유튜브크리에이터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장래희망이 대통령 이라고 답하는 또래들이 많았다.

최근 구속된 양진호 회장이 점쟁이가 관상을 보고 대통령이 될 상이라며 큰 절을 하자 그 말을 믿고 정치권에 줄을 댔다는 코미디 같은 뉴스가 나왔다. 심지어 직원들의 사주를 분석해서 충성도를 가늠해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로봇 메소드-2를 개발한 '한국미래기술' 회장이니 더욱 아이러니 할 것이다. 하기야 미국 나사 에서도 아폴로 11호를 쏠 때 성공여부를 점성술사에게 물었고, 레이건 대통령도 국정운영을 점성술사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늘 왕의 옆에는 방술사(무당,점술사)들이 있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 전에 유명한 역학자에게 모 실장을 보내 성공여부를 물었다.

79년 12·12사태 주역들 또한 명리학의 대가를 남산에 끌고 가 사주를 보게 했다가 좋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몽둥이 찜질을 했다는 유명한 일화 말고도 여러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걸 볼 때 인간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호기심은 지위고하와 전혀 무관 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주팔자는 생년, 생월, 생일, 생시를 네 기둥이라 하여 사주라고 하고 각 기둥에 들어간 간지 두 글자를 합쳐 팔자라고 한다. 이 여덟 글자로 미래의 길흉을 예측하고 운과 명을 풀이한다.

사주팔자 학은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이 '명리학'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오면서 현대에는 여러 가지 학설이 난무하여 공부를 하는 것이 여간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오랫동안 정진 하였음에도 포기 하는 경우가 많다. "산에 백명이 들어 갔는데 내려오는 사람은 몇 명 없다"는 비유를 들기도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몇 년을 공부 했지만 사농공상 시대의 고전이 현대와 동떨어진 부분이 많고 적중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태어난 띠로 궁합을 봐서 상극 이라 해서 사랑하는 연인끼리 헤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올 한 해에 태어나는 인구가 한국만 40만명이라 가정했을 때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기야 아직도 삼재니, 아홉수니 하는 미신들이 남아 있으니 ... 그저 한 숨이 절로난다.

그래도 명리학이 좀 더 역사가 깊고 통계적이어서 대학에 관련된 과도 있지만, 문제는 같은 시간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문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사주가 1천명이라 가정 했을때 그 사람들은 똑 같은 삶을 사는게 아니고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 환경에 따라 다르고 심지어 쌍둥이의 삶도 다른 경우도 있다.

그래서 차라리 요즘 말하는 금수저, 흙 수저로 구분 하는게 편할 수 도 있다는 농담 까지 한다. 그래서 양심적인 술사들이 병원에서 의사가 어디가 아파서 왔냐고 문진하듯 이것저것 물어보면 손님은 줄어들고 파리만 날린다. 그래서 사이비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또 예술가들과 연예인들의 사주가 일명 '도화살'이 있어야 된다고 하기도 하고 상관(자기를 표현하는 신살)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헌데 실제 도화살이 없어도 유명한 예술가나 연예인이 된 경우도 많다. 연극인들 사주를 여러명 봐도 특별한 공통점은 찾기 힘들다.

양진호 회장과 똑 같은 날 똑 같은 사주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힘들어도 성실하게 자기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주팔자가 같다고 운명이 같은 것 이 아니라는 걸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난 사람의 관상만 보았지 시대를 보진 못했소" 영화 "관상"의 대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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