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살인운전'

@류성훈 입력 2018.11.29. 00:00

벌써 연말이 다가왔다. 연말하면 빠질 수 없는 송년회도 지금부터 슬슬 시작된다. 이맘때쯤 부각되는 이슈가 음주운전이다.

"맥주 한 두잔 갖고 뭘 그래", "나 하나도 안 취했어. 괜찮아", "이 정도는 음주측정 안나와". 술집 주차장 어귀에서 한번쯤은 흔하게 들어봤던 이야기다. 이렇게 음주운전을 정당화하고 운전석 문을 열고 시동을 켠다.

만취 상태에서 사고를 낸 뒤 같은 차량에 탔다 숨진 후배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가 구속됐다. 음주운전 사고로 의식을 잃은 차량 뒷자석의 20대 여성이 7시간 넘게 차 안에 방치됐다가 신체 일부가 마비된 상태로 발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처벌을 대폭 강화하라고 내각에 지시한지 불과 40여일만에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에 적발되는 사고를 치기도 했다.

제대를 4개월 앞둔 법조인의 길을 꿈꿨던 윤창호씨의 안타까운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공동발의하고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법안 발의 뒤 불과 9일만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 많은 지탄을 받았다.

음주운전이 살인행위라는 인식은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고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전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1만4천317건(전체 교통사고의 10.5%)에 달한다. 이중 2천822명이 숨졌고 20만1천150명이 다쳤다. '술 한잔 먹고 무심코 잡은 운전대'로 인해 매일 1.5명이, 매년 평균 6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

음주운전이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은 모든 운전자들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차를 두고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불편함, 나아가 설마하는 안일함이 음주운전을 부추긴다. 음주운전을 2번 이상 한 재범률이 45%가량 된다니, 그야말로 습관이 된 것이다.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일본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스웨덴은 0.02%가 단속 기준이다. 독일에서는 술을 한잔이라도 마시면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

28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됐다. ▲음주운전 수치 기준을 현행 0.05%에서 0.03%로 강화 ▲음주운전 사망사고시 징역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등으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다만 최저 형량이 살인죄에 해당하는 '5년 이상'이 아닌 '3년 이상'으로 수정돼 원안보다 낮게 정해져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처벌 강화나 제도 개선이 능사는 아니지만, 음주운전을 하면 패가망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감히 술 한잔이라도 먹고 운전대를 잡을 생각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 범죄라는 공감대 확산도 중요하다. 류성훈 사회부장 ytt778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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