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채무 미투'와 연좌제 논란

@선정태 입력 2018.11.30. 00:00

선정태 정치부 차장

마이크로닷이라는 래퍼로부터 시작된 '채무 미투'가 연예인들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확히는 그들 부모의 빚에 대한 대처 논란이 맞겠다. 채무 불이행이 사기이든,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이었든, 논란의 중심은 '부모(혹은 조상)의 채무를 자녀 (자손)들이 갚아야 하느냐'다.

이 설전은 연예인들의 유명세가 끼어 들면서 도의적인 책임 공방으로 확대되다보니 결국에는 '연좌제'로 이어졌다. 부모가 사기라는 죄를 저질렀고, 그 자녀는 잘못이 없다. 그러나, 부정한 부를 토대로 성장해 현재의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토대가 없었다면, 부모의 금전적 지원 등을 통해 현재의 위치에도 오르지 못했을 테니 그 자녀도 일정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자녀가 연예인으로 돈이 많다고 자신이 직접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부모의 채무를 대신 갚는 것은 현대 법이 정한 연좌제 금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사실, 범죄인과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자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연좌제는 형법 범주지만, 채무 관계는 민법 범주라 전혀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쨌든, 법적으로 부모의 채무를 자녀가 갚아야할 의무는 없다. 내가 가해자 혹은 채무를 갚아야할 위치에 있는 한 사람이라면 연좌제를 언급하며 '그럴 의무 없다'고 거절했을 것이다. 돈은 내가 현실이라는 튼튼한 땅을 걸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일테니까.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우리 부모님에게 사기를 친 가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부를 축척하면서도 뒤늦은 보상이나 어떤 사과도 없었다면 어떨까.

그동안 우리는 돈이 없어 힘겹게 살아가면서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공부를 못했거나, 꼭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건강하던 부모가 당시 사건으로 중병을 얻어 병수발 하는데 시간을 보냈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면. 가해자의 자녀들은 연좌제 금지 조항으로 채무에서 벗어나는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왜 연좌제를 당해야 할까.

가만. 피해자 연좌제 패턴은 기시감이 있다. 데자뷰도 아니다. 우리는 친일파 후손들이 부를 대물림하는 동안 독립유공자 자손들은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전두환은 '29만원 밖에 없다'고 발뺌하는 동안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와 그 가족들은 40년의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나 현대사를 관통하며 피해자들이 겪는 연좌제는 상당하다.

일련의 '채무 미투'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연좌제'나 그에 가까운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범죄 수익으로 가족과 친족이 혜택을 봤다면, 가문 단위로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는 의견은 연좌제가 아니라 공동 정범이라는 것이다.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고 범죄 수익이 환수된다면 '연좌제' 논란도 나오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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