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나마스테! 네팔 광주진료소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1.30. 00:00

양동호 광주시의사회장

얼마 전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머리에 이고 있는 네팔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10여 년 전부터 봉사를 인생의 목표로 살아가고 있는 친구, 전성현 아이퍼스트소아과 원장의 권유로 약 20여명의 의료봉사 팀을 꾸려 네팔 광주진료소 의료봉사 단장을 맡아 다녀오게 된 것이다.

의료 봉사에는 안과, 치과의사 3명, 외과, 소아과, 한의사, 약사, 간호사로 이루어진 13명의 의료진과 5·18 재단 및 시청의 인권협력팀과 치과 기구상 대표 등 지원팀 6명이 참가했다. 카트만두 공항에 내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포카라라는 안나푸르나 산기슭의 도시로 가서 다시 3시간 동안 위험하고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가서야 디모아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성현 원장을 알아본 네팔 주민들이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고 사비를 털어 그간 18번이나 네팔을 왕래하며 진료소를 세우고 주민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준 친구에게 새삼 존경심이 생겼다.

환영식에서는 네팔 국회의장이 직접 참석해 광주 진료소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진료소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필자는 답사로 민주와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광주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는 것과 이 진료소를 통해 광주의 인도주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지역주민들이 보다 나은 의료혜택을 받게 해 대한민국과 네팔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길 희망한다고 얘기해 주었다.

환영식이 끝나고 간단한 도시락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진료를 시작하였다. 네팔 진료소는 2층 건물인데 치과 팀은 그 동안 전 원장과 함께 여러 번 네팔 의료봉사를 다녀온 박석인 원장의 지휘 하에 광주의 어느 병원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장비와 완벽한 준비로 밀려드는 환자들을 막힘없이 착착 진료했다. 안과 부문에서도 여러 장비를 챙겨가신 윤장현 전 광주시장님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환자를 진료해주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와 함께 네팔 의료진들인 심장외과,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열심히 진료를 하고 있었다. 전 원장에게 물어보니 네팔에서 우리나라에 연수를 오고 싶어 하는 의사들인데 오지인 광주진료소에서 몇 번 근무를 해주면 광주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연수할 수 있도록 소개 해주기로 약속 했다고 한다. 광주진료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 원장의 기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오후쯤 되어 진료 중 5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왼손이 아프다고 내원했다. 8년 전 부러진 나무에 손바닥을 찔렸는데 손 안에 남아있는 나뭇조각 때문에 물건을 집을 때마다 통증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x-ray에도 나오지 않을만큼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 아주 깊숙한 곳에 부러진 나무조각이 박혀 만질 때마다 딱딱하고 압통이 있다고 했다.

연부조직 내의 이물 제거술은 마취 후에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수술이 걱정이 되었지만 방치하면 평생 아파서 고생할 환자 생각을 하니 수술을 미룰 수 없었다. '제발 잘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도를 하며 수술을 했는데 다행히 마취 후에 길이 약 1.5cm 의 나무 조각을 무사히 꺼낼 수 있었다.

던네밧! 던네밧!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겁에 질렸던 아주머니는 얼굴을 환하게 펴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코리아 닥터 최고!'라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그 다음날은 그 환자가 데리고 온 수많은 환자들로 정신없이 바빴지만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더없이 행복했다.

아마 이래서 친구인 전 원장이 봉사라는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지방종, 티눈 등 몇 가지 간단한 수술이 있어 네팔 현지 의사인 야답을 불러 보조를 시키며 필자가 없어도 수술을 할 수 있게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곳에 머물며 600여명의 환자들을 진료해주고 마을 주민과 아이들에게 비타민과 구충제 등을 나눠주는 한편, 준비해간 축구공 등을 마을 주변의 학교에 선물로 주었다.

네팔의 광주진료소는 다른 어느 곳에도 볼 수 없는, 보여주기 식의 일회성 의료봉사가 아닌 지역주민들이 꾸준히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접근과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해외 의료봉사의 모델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힘들었던 시절, 해외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시행했던 의료선교사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벌써 얘기를 전해들은 타 시·도 의사회장들이 자기들도 매년 의료봉사를 가는데 광주를 벤치마킹 하겠다며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아우성(?)이다.

마지막 날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는데 윤장현 전 시장님이 "여기 애들 눈빛에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을 거다. 조심해, 흐흐" 하시며 웃으셨다. 작별인사를 하고 버스가 출발하는데 초롱초롱하고 빠져들 것 같은 순수한 눈망울의 아이들과 마을주민들이 하염없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내 잊혀 지지 않는 얼굴들, '내년에는 무엇을 가지고 올까'하고 생각하며 필자는 선배님(윤장현 전 시장님) 말씀대로 어느결에 서서히 아름다운 중독에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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