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마을복지거점센터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2.03. 00:00

구종천 광주 동구 부구청장

주민들 생활터전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행정기관은 '동사무소'라고도 부르는 '동주민센터'다. 혼인신고를 하고 출생·사망신고를 할 때, 주민등록등초본 등 각종 민원서류를 뗄 때 사람들은 동주민센터를 찾는다. 주민들에게 동주민센터는 가장 친근한 최일선 행정기관이면서 마을정보를 주고받는 사랑방인 셈이다.

2016년부터는 동주민센터 대신에 '행정복지센터(약칭 행복센터)'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단순한 민원업무를 취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작은도서관 등 주민들을 위한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보건복지부 산하 복지업무가 결합되면서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광주 동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마을단위 자립적 생활복지를 지원해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주민이 주체적으로 생활중심에 설 수 있는 방안으로 '마을복지거점센터' 설립을 구상 중이다. 행정복지센터가 법적·제도적으로 정해진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면 마을복지거점센터는 복지코디네이터가 마을에 상주하며 필요한 복지사업을 능동적으로 펼치는 특화된 거점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민선7기 구정목표인 '이웃이 있는 마을, 따뜻한 행복동구'를 구현하기 위한 복지 분야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바로 마을복지거점센터인 것이다.

마을복지거점센터는 마을사랑방과 마을부엌이라는 공적공간을 조성하고, 이곳을 마을복지코디네이터가 상주하며 통합관리하게 된다. 복지코디네이터는 마을일꾼들을 조직하고 마을총회를 운영하며, 주민들 스스로 마을 운영규정을 만들어 다양한 마을사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마을복지코디네이터는 초기엔 동주민센터 사회복지 직원을 파견하여 운영하고 나중에는 열의 있는 그 지역주민이 맡아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게 될 것이다.

가령 민원과 복지에 대한 상담이나 정보를 원하면 친절히 들어주고 알려주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장애인·아동 등을 함께 돌보고자 하면 마을 돌봄을, 쓰레기·주차·가로등·우범지대 등 마을 살피기나 전등교체를 원하면 마을해결사인 마을일꾼들이 나설 수 있도록 팔을 걷어붙일 것이다. 나아가 마을택배사업·이동장난감도서관을 운영하고자 하면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을 거점삼아 추진할 수도 있다.

이밖에 주민들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화교육에서부터 건강과 법률교육, 생애설계교육, 취미·여가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배움터 기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눔문화 측면에서도 지역후원자를 스스로 개발해 나가도록 하고 마을부엌을 통한 소소한 먹거리 나눔이 가능해진다.

이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다양한 역할과 기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 주체들이 모이는 상설협력기구나 원탁회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동구도시재생지원센터, 인문도시정책관, 문화교류협력관 등이 기꺼이 협업파트너가 돼줄 것이다. 추진 주체는 동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되고 주민, 외부전문가, 사회복지시설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힘을 보태면 마을을 가장 잘 아는 그물망이 전부 모이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운영방향을 논의하고 운영계획과 사업내용을 알차게 꾸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종합적인 숙의 끝에 시범적으로 산수동 공·폐가 건물 등 1~2곳의 거점센터가 정해지면 인근 지역주민들은 마을총회를 개최하고, 보다 구체적인 주민들의 생각과 의견을 스스로 묻고 마을사랑방과 마을부엌 운영을, 그리고 이곳에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를 정하게 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마을복지거점센터가 동구를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마을로 일구어가는 꿈을 그려본다. 누구나 와서 책을 읽는 곳,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곳, 악기를 연주하는 곳, 어르신이 존중받는 곳, 인문학공부와 학습이 가능한 곳…. 그래서 먼 가족보다 이웃이 함께하고, 함께 요리하여 반찬을 나누는 마을을…. 집안에서 외롭게 사는 어려운 이웃, 좋은 이웃이 이곳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그런 곳이 되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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