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광주가 창조적 예술도시로 가려면

@조덕진 입력 2018.12.04. 00:00

 특정 직종이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유리돼 있다면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일까.

 광주문화재단이 지역 예술인 복지정책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광주예술인 복지 실태조사' 자료는 지역 사회에 여러 질문을 던진다.

 짐작가능한대로 지역 예술인들의 생활은 매우 어렵다. 이번 실태조사의 다양한 수치는 광주는 제대로 가고 있느냐고 묻고 있다.

 지역 예술인들은 사회안전망에 절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4대 보험 중 건강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가입율이 10%와 30%대를 밑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예술인 중 불과 21.9%(전국 50%)만이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80% 가까이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배경에는 지역 예술환경이나 관련 예술시장의 규모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있지만 관련분야 인력을 인구 대비 전국 최고로 배출하고 있는 도시 얼굴로는 안타깝고 가슴아픈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예술인의 90.6%가 실업 후 생계문제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인'이라는 특정직군, 그들만의 문제인가.

 외국의 사례를 잠깐 들여다보자.

 국민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국가들은 예술인도 모두 사회안전망에 포함돼 있으니 따로 거론할 것도 없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하게 구비된 나라들도 예술인을 위한 별도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랑스는 비정규직 예술인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엥떼르미땅이라는 제도를, 캐나다와 영국 등은 부분적 예술인 연금제도를, 벨기에는 사회보장 급여를 예술인에게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1년 우여곡절 끝에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됐다.

 그해 1월 젊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생활고로 생을 마감한 것이 알려지면서 어렵사리 제정됐다. 그에 앞서 한 젊은 예술인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처우가 예술인의 사회적 노동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나 유야무야됐다가 한 젊은 여성작가의 생활고가 있고서야 관련 법이 마련됐던 것이다,

 '갑오농민전쟁' '샐러리맨' 연작 등 날카로운 시대의식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대한민국문예진흥원 미술작가 500인, 서울예술의전당 젊은 작가로 선정되며 주목받던 조각가 구본주씨. 2003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보험사가 '지속적인 수입이 없어 소득 입증 자료가 불분명'하고, '예술활동을 경력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도시 일용직에 준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전도유망한 작가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처우에 예술계는 발칵 뒤집혔고 '예술가의 사회적 노동'에 대한 논쟁이 제기 됐으나 조정이 되면서 유야무야됐다.

 그렇게 해서 예술인을 위한 법이 만들어졌지만 광주지역 예술인들은 어려운 여건 때문에 가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다.

 허나 광주는 전시예술과 공연예술, 문학, 철학 등 관련분야 창조적 인력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도시다. 하물며 자타가 공인하는 예술도시일뿐더러 인권도시이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전개되는 도시다.

 그런 도시에서 창조적 인력들이 살아갈 수 있는 토대,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싶은 도시로 나가는 시스템을 고민하는 일은 단순한 경쟁력을 떠나 이 지역의 책무라 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시대에는 창조적 예술가들과 과학기술자, IT분야 테크니션들의 결합이 경쟁력과 관련산업을 창출한다는 것이 이미 보고된 상식이다. 이미 오스트리아 린츠, 미국의 오스틴, 일본의 요코하마 등등이 그 길을 가고 있다.

광주라고 못할 바 없고, 아니 광주라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예술인으로 대별되는 창조적 인력을 위한 사회기반 조성, 하여 예술가들이 살고 싶은 도시는 비단 그들이 아니라 광주시민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정책 담당자들의 장기비전이 요구되는 이유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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