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고압 산소치료의 확대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2.10. 00:00

허탁 전남대 의대 교수

올해 12월 첫째 날 밤 여수의 무인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국가 재난방SNS에는 다수의 연기 흡입환자에 대비해 지역 내 고압산소쳄버의 사용 가능여부를 수소문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목포 한국병원에서 1명의 환자에게만 고압 산소치료가 가능했다. 전남대병원은 다른 화재로 인해 2명의 환자가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근 전북에는 고압산소쳄버가 1대도 없다. 사람에게 생명유지의 제일 원리는 숨을 쉬는 것이고, 그 구체적인 실체는 O2, 산소다. 대기 속에 산소는 숨을 쉬면서 콧구멍을 통해 폐에서 혈관 내 적혈구에 붙어 심장의 펌프질로 신체의 모든 기관의 세포에 공급된다. 세포내로 들어 온 산소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생명의 에너지원, ATP를 만든다. 따라서 생명 유지를 위한 에너지 생성의 핵심은 세포내 산소의 공급이다. 세포에 공급되는 산소의 양은 적혈구에 얼마의 산소가 붙어 있냐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그러나 화재로 인해 유독 가스가 적혈구에 산소를 붙지 못하게 하거나 미세혈관의 이상으로 적혈구가 조직의 세포로 산소를 보내지 못하는 비정상상적인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답은 고압산소쳄버의 사용이다.

과학적 근거는 부족했지만 1662년 영국의 신부 Henshaw는 'Domicilium'이라는 주거 공간에서 가압을 통해 소화와 호흡을 돕고자 하는 시도가 고압쳄버의 사용에 관한 최초의 문헌 기록이다. 1877년 프랑스 의사 Fontaine은 이동형 고압 수술실을 개발하고 탈장과 천식환자에 사용했다. 그러나 Fontaine은 사고로 사망해 고압의학에서 최초 '의사 순교자'가 됐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고압챔버는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1928년 미국 의사 Cunningham은 고혈압, 당뇨 같은 질환이 협기성 감염에 따른 원인으로 가정하고 5층의 거대한 고압챔버를 운영했다. Cunningham은 미국의학회(AMA)로부터 고압치료의 효과를 요청 받았으나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의학회는 Cunningham이 의학적 목적보다 돈벌이에 고압치료를 이용한다고 비난했고 5층의 고압챔버는 1937년 해체됐다. Cunningham사례는 이후 얼마 동안 고압치료의 암흑기를 가져 왔다.

1959년 네덜란드의 의사 Boerema가 고압탱크 내 실험을 통해 발표한 저서 'Life without blood'에서 적혈구 없이 산소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후 고압 산소치료는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됐고 Boerema는 '현대 고압의학의 아버지'로 인정받았다. 대기압보다 높은 압력에서 산소는 혈장에 녹아 조직의 세포에 공급됐다. 고압챔버는 '생명의 숨결' 산소를 더 많이 그리고 더 멀리 말단부까지 보내 생명을 깨웠다. 고압치료는 1940년대까지 가정과 경험에 기초하여 환자를 치료하다가 Boerema이후 동물실험을 근간으로 과학적 근거 하에 임상적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처음에 사람에게 시도하고 이제 동물에서 성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라는 아픈 유머가 있다.

얼마 전 광주 시내버스에서 '당뇨발, 버거씨병!! 절단하지마세요!!'라는 타 지역 병원의 충격적인 광고가 실린 적이 있다. 이 지역병원에서 제대로 못한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뇨발에서 고압 산소치료가 내년부터 보험적용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최근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 중독환자가 증가하고, 연탄가스 환자도 줄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파악된 고압산소쳄버는 총 22개의 의료기관에서 운영하고 다인용 쳄버는 12개이다.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낮은 사회적인 관심과 수가로 고압산소챔버의 보급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전라도 지역은 2개의 의료기관이 운영하고 중증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다인용 쳄버는 1개도 없어 상황이 심각하다.

경영에 영향 받는 개별 의료기관에 이런 문제를 맡겨둔다면 고압산소챔버의 절대적인 수량 부족과 지역별 수급 불균형을 발생시킨다. 국가와 지역의 정책적인 판단에 의해 고압산소챔버를 보급해야 한다. 새로 보급될 고압쳄버는 다인용이어야 중증환자와 경증환자에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고압쳄버를 통해 산소를 혈장에 녹여 뇌신경세포에 보내고 조직의 말단부, 상처에 보내 죽기에 아까운 사람을 살리고 불필요한 장애를 줄이는 것은 21세기 복지사회에서 필요한 환자에게 제공하는 최소한의 '생명의 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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