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 하는 남자
강남순 지음/한길사/1만7천원
인간이 지닌 공통점은 누구나 한 번은 태어나고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자신이 '죽음을 지닌 존재'라고 인식하는 순간 '행복한 삶,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행복'에 대한 정의는 각자 다르겠지만, '매니큐어 하는 남자' 저자 강남순은 '나'의 행복에서 시작해 타자와 '함께-살아감'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결국 우리를 '좋은 삶'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은 저자의 철학적 사유를 생생하게 담은 에세이로, 그동안 SNS와 여러 매체의 칼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 내용이 구성됐다.
강의실, 아침 산책길, 한국의 지하철, 세계 곳곳을 향하는 비행기 등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은 물론 우리를 둘러싼 사건과 사고가 모두 사유의 대상이 됐다. 책의 순서에 따라 '나'라는 하나의 세계(World)를 완성하고, 소외당한 사람들과 진정으로 연대하고,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꾸었다면 그것으로 독자들의 '좋은 삶'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강의실에서 열 손가락 손톱에 청록색 매니큐어를 칠한 남학생을 마주하면서 갖게 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성소수자만을 대변하는 책이 아니라 억압적인 엄숙주의와 위계주의를 매니큐어라는 작은 몸짓으로 무효화시키고, 폭력적 젠더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뒤집는 행위의 상징이다.
저자는 책에서 촛불혁명 이후 우리가 만들어내야 할 미래는 젠더·나이·성적 지향·장애·빈부·종교·인종 등 다양한 차별과 배제를 넘어 '모든' 인간의 자유·평등·정의가 실현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한다. 인류 역사에서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한 새로운 변화를 가능하게 한 이들은 언제나 '소수'였으며 우리 안에는 세속적 이득을 넘어 인간됨을 지켜낸 '저항자'들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철학자 강남순이 품은 '희망'이다.
저자는 책에서 "페미니즘의 출발 지점은 '여성'이라는 젠더 문제지만 도착 지점은 젠더만이 아니라 인종·계층·장애·성적 지향 등 다양한 근거로 차별받으며 제2등 인간으로 살아가는 주변인과 소수자들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평등과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다"고 말한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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