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되돌아보는 사법부 신뢰

입력 2018.10.16. 15:09 수정 2018.10.16. 15:12 댓글 0개
박생환 법조칼럼 변호사

최근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남녀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사건은 성추행으로 징역 6개월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 된 피고인 아내 A씨가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라는 청와대 게시판 글 하나로 시작되었다.

A씨 남편은 한 곰탕집에서 모임 중이었는데 좁은 통로를 지나가던 어떤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A씨 남편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항변했고 “식당에 있던 CCTV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CCTV영상에는 추행장면이 직접 보이지는 않았다”고 주장 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 여성의 진술이 일관적이고 영상에 범행 장면이 직접 나타나지는 않았다 해도 좁은 통로를 지나가면서 순간적으로 범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고 범행일체를 부인한다는 이유로 검찰의 벌금형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까지 했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선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피해 여성의 진술만으로 유죄가 선고되었으며 초범임에도 이례적으로 중형인 징역 6개월 그것도 법정 구속까지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전형적인 “원님재판이다”며 반발했고 급기야 청와대 청원까지 진행되는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무엇이 사태를 키웠을까?

우선 한 가정의 가장인 피고인이 법정 구속되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진다. 내가 그 상황에 처했으면 어찌 됐을까 하는 감정이입이 분노를 확산한 것이다. 법관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지만 양형이 적정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여기에는 우리 사법시스템의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우선 수사기관의 수사관행에 대한 문제다. 우리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수사기관에서 아무리 심증이 가더라도 물증이 없으면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 되며 기소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우리 수사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범죄 사건의 경우 사건의 은밀성 때문에 증거를 수집하기 어렵다. 때문에 대부분의 수사기관에서는 피해자가 일관성 있게 피해사실을 진술하면 혐의가 있다고 봐 유죄의견으로 송치한다. 이 사건 역시 범행 장면을 직접 입증하는 물증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피해자 진술과 목격자 증언이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형사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선고하는 일이 매우 흔하다.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너무 취약하다는 문제를 드러낸다.

또 하나 형사 재판을 다루는 사법시스템의 문제다. 형사 재판 법정에 가보면 10분당 한 명씩 재판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 시간에 수 명에서 수십 명까지 재판을 진행하기도 한다. 한 사람당 10분도 되지 않는 재판 시간 내에 진실을 가려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곰탕집 성추행 사건도 처음부터 재판과정에서 차분히 사실관계를 따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더라면 지금 같은 사회적 갈등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남녀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규탄 집회를 벌일 정도의 극한 대립은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민참여재판이라는 배심원 재판제도를 도입해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는 경우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직접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예산부족, 법관부족 등을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형사사건은 매우 드물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진실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된다. 우리 사법체계에서 많은 사건 수에 비해 절대 부족한 것이 법관 수다. 때문에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없이 형식적인 재판위주로 진행한다면 사법부신뢰는 요원 하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아직도 진실 공방중이다 하지만 이미 재판이 끝난 사건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끝나지 않는 것은 우리 사법부의 비극이다. “스치면 6개월”이라는 신조어를 탄생 시킨 이번 사건이 하루빨리 정리 돼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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