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100세 시대 생물학적 나이와 법적 나이가 충돌하고 있다

입력 2018.12.18. 13:30 수정 2018.12.18. 13:33 댓글 0개
김종귀 법조칼럼 변호사(법무법인21세기)

나이를 분간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했다. 실제 나이는 60대인데 40대같은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른바 꽃 중년이 대세인 시대다. 이런 시대를 반영 하듯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이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다.

네덜란드에서 69세 남성이 자신의 얼굴과 몸은 40대임에도 호적상 69세로 등재되어 있어 “생활 하는데 불이익을 크다”는 이유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나이를 40대로 정정 하려니 받아 달라”고 청구 했으나 법원은 이 남성의 청구를 배척하는 사건이 실제 발생한 것이다.

이 번 사건의 주인공은 외관상 40대로 보여 자신이 40대라고 하면 취업시장이나 만남 주선 시장 등에서 경쟁력이 있건만 실제 나이 69세를 밝히면 외면 당하기에 용기를 내 소송까지 갔다. 나이를 40대로 바꾸려 하니 법원이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개인적으로는 안됐다 싶기도 하다.

오늘날 이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예고된 일이다. 예전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외할머니 회갑잔치에 온 동네 사람들을 초청하여 성대하게 치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오늘날 회갑잔치 한다고 주위 사람들 불러 모으는 광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영양이 풍부하고 의료 기술 발달 등으로 60대 청년인 시대에 회갑 잔치가 잔치로서 의미를 상실하고 만 것이다.

나이는 일상생활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사기업에서는 정년이 큰 의미가 없지만 공무원·교수 등은 정년이 되면 퇴직해야 한다. 남녀 평균수명이 80대 언저리로 높아졌기에 초혼에서 재혼 삼혼이 많아져 재혼 삼혼 시장에서 나이는 경쟁력과 직결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경력직으로 타 직장을 구할 때도 나이는 거의 절대적 고려사항이다.

그렇다면 네덜란드 69세 남성 사례가 우리 나라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명의신탁이나 바지사장의 예로 풀어야 할 것이다. 매매 대금 부담자의 등기 명의인이 달라지는 명의 신탁, 바지 사장을 내세워 사업하는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우리 법은 그 해결 기준으로 형식과 원칙을 고려 한다. 법은 법적 분쟁을 해결 할 때 두 가지 기준을 적용 한다. 해당 사안만 떼어 놓고 보아 설득력 있는 해결점을 찾을지(구체적 타당성) 아니면 유사한 다수의 사안까지 모두 고려하여 해결점을 찾을 것인지(법적 안정성)의 두 가지 목표가 그 것이다.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면 네덜란드 주인공 69세 남성은 40대 청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면 호적 등 공적 장부의 기재대로 69세로 살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인 공무원이나 경찰관·검사·판사 등은 늘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 사이에서 고심한다. 네덜란드 69세 남성 사건에서 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더 중시해 몸은 40대인 꽃 중년을 그냥 그대로 60대로 살게 했다. 우리의 주인공을 본인이 요구한 대로 40대로 살게 했을 때 예상되는 사회적 혼란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실제 나이를 맘대로 정한다면 우리의 호적은 의미가 없게 된다. 또한 선후배 관계 등 인간 관계는 물론 연금체계에까지 그 파급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100세 시대다. 우리나라 100세 인구가 올해 3,159명으로 3,000명이 넘었다. 2010년 1,835명에 비해 무려 72.2%가 증가 한 수치다. 이런 장수 추세를 반영해서인지 공무원시험에서 일부를 제외하고 임용자격으로 나이 상한제가 폐지되었다. 그래서 늦깎이 50대 공무원도 다수 등장한다. 공무원 나이 상한제 폐지에서 보듯 시대 상황은 어쩔수 없다.

뭔가 달라질 필요는 있다. 어쩌면 네덜란드 69세 남성 사건은 막을 수 없는 대세를 예고 하는지 모른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 나이는 의미가 없어지고 심리적 나이가 등장한다는 얘기다. 이제는 “40대로 살겠다는 데 왜 국가가 나서 60대로 살라고 하는가”라고 따지는 시대다. 이것도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 같아 약간은 슬프기도 하다. 나이도 이제는 새롭게 해석해야할 시대가 도래 했다. 나이에 대한 법률적 해석도 융통성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srb7@hanmail.net전화 062-510-115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사랑방미디어'

최근 법조칼럼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