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위험 외주화 방지를 위한 ‘김용균 법’ 통과 의미와 과제

입력 2019.01.01. 13:45 수정 2019.01.01. 14:29 댓글 0개
김경은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인의)

지난해 11일 새벽 3시 20분, 스물 셋 청년 김용균씨가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석탄 운송설비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 되었다. 구의역에서 죽음의 외주화로 인해 사망 사고가 발생한지 2년 만에 또다시 비정규직 청년이 꽃다운 나이에 스러져갔다.

잇단 젊음이 스러지자 근본적인 대책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규정한 보호 대상 확대, 작업 중지권 확대, 유해 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과 원청업체의 책임강화 등을 논의 했고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에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는 원청 업체가 위험한 작업을 하도급 업체로 떠넘기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안전이나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케 하는 재범이 5년 이내 일어난 경우 2분의1 까지 형량을 가중 처벌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정도로 해서 김용균씨 같은 억울한 죽음을 부르는 위험의 외주화가 근절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먼저 개정안은 납이나 수은 등 유해한 중금속을 사용하는 작업의 사내 도급만 원천 금지 되었을 뿐, 고 김용균씨가 했던 발전소 운영 하청 등은 여전히 도급 계약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남는다. 이번 개정안에서 빠진 정비 업무 근로자인 김용균씨 같은 처지의 근로자는 여전히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원청 사업주의 안전 보건 책임 의무가 커지긴 하였지만, 인력 및 설비 운영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하청업체의 몫이라는 문제도 남아있다.

또 하나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서는 산재 사망에 대한 벌칙 강화가 필요 하다. 위험 업무 도급 금지 외에도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법을 개정 하는 것이 죽음의 외주화를 막는 길이다. 하도급 사업장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장의 실질적인 의사 결정자인 원청업체 사업주를 형사처벌 하는 것 외에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 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죽음의 외주화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필요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청 근로자에게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던 공정들은 원칙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고 유해 위험 업무는 외주화가 아닌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 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원청업체 차원에서 위기상황 대처능력을 키우고 시설개선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작업 현실은 하청 근로자들이 위험을 감지하고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다. 고 김용균씨도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강행해야 했다.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들이 자신의 건강과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작업 도중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완전한 작업중지권을 가져야 한다. 현재 개정된 법에는 급박하게 위험한 상황에서 직접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주도록 하였지만 이걸 사용자가 문제 삼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고 김용균씨가 했던 것처럼 컨베이어 벨트 밑으로 머리를 밀어 넣는 일이 위험한 일인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것도 문제다.

위험의 외주화는 결국 죽음의 외주화를 불러 온다. 어렵고 위험한 일을 힘없는 하청 젊은이에게 전가 시키는 것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문제다. 최근 이 땅에서 더 이상 고 김용균 씨 같은 힘없는 젊음이 스러져서는 안 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에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진일보 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위험 정비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하도급 금지나, 구체적인 작업중지권을 현장 근로자에게 부여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실질적 조치가 나올 때 비로소 우리는 제 2의 김용균을 막을 수 있다. 국회의 긴급한 결단은 이제 시작이며 물꼬를 튼 것에 불과하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국민의 정당한 목소리를 정치권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변호사 김경은 법률사무소 / 변호사 김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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