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급변하는 가족형태 친생자 예외사유도 늘어나야 한다

입력 2019.11.05. 14:04 수정 2019.11.05. 14:39 댓글 0개
오광표 법조칼럼 법률사무소 미래/변호사

최근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태어난 자녀도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혼인·가족의 형태가 다양화 되는 과정에서 혈연관계 여부를 기준으로 친생자 추정이 적용 또는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법이어서 주목을 끈다.

사건의 주인공 A씨와 부인 B씨는 1985년 결혼했지만 남편 A씨의 무정자증으로 자녀가 없었다. 이후 1993년 시험관시술을 통해 첫째 아이에 이어 1997년 둘째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이혼소송중 유전자 검사를 한결과 두자녀 모두 A씨의 친자식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추정을 받을 경우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고 친생부인의 소에 의해서만 친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다. 친생부인의 소는 친자식이 아님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만 한다. 이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친생자가 아니더라도 친자관계가 확정된다.

친생부인의 소는 우리나라 민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된 것이다. 당시에는 유전자 감식 같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친부에 관한 정확한 감별이 어렵고 처의 부정행위가 드물었던 시대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조속히 부자관계를 확정해 가정의 평화와 자식의 복리를 실현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인공수정 자녀를 둘러싼 가족관계도 다른 자녀와 차별을 두어서는 안되므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친생추정 규정이 미친다고 했다. 또한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가족관계가 오랜 기간 유지되어 견고해졌다면 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유전자 확인 기술의 발달로 혈액형 또는 유전자에 대한 감정을 통해 혈연관계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검사도 비교적 간단해 부부의 내밀한 사적 비밀을 침해하지 않고도 혈연관계 유무를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친자 감정을 통해 친자관계가 아님이 확실한 데도 친자 추정을 받는 경우 실제 혈연관계로 친자 관계를 변경할 수 없는 것이 자식의 복리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등으로 간단히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고, 정조보다는 성적자기결정권이 중요해지는 시대적 변화를 고려해 친생자 추정 규정도 탄력적으로 해석·적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교통수단 발전 등으로 부부가 각기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 거주하며 직업을 갖는 혼인형태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거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정상적인 혼인생활이나 임신 가능성의 지표로 삼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부와자 사이에 혈연관계도 없고 유대관계도 없는 상황에서 단지 친생자 추정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수정할 수 있는 길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 최소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직업상 부자가 같이 살면서 가족관계등록부상 남남인 사람들의 고통을 많이 본다. 미성년인 경우 심리적 타격도 심각하다. 이런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변화하는 혼인·가족 형태를 감안해 친생자 추정이 배제되는 예외사유를 시대적 상황에 맞게 보다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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