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박원순 시장 죽음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

입력 2020.07.21. 11:19 수정 2020.07.21. 11:33 댓글 1개
김종귀 법조칼럼 변호사(법무법인21세기)
김종귀 변호사(법률사무소 21세기)

박원순 서울시장이 떠났다. 그가 누구인가. 1980년대부터 그는 이름을 세상에 드러낸 인권 변호사였다. 군사정권에 맞서 우리 사회가 형식적 절차적 민주화로 가는 길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군사정부를 극복하고 민주정부가 들어선 후로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이끌어 민주주의 내용을 알차게 채워 넣는 일에 앞장서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 공으로 서울시장에까지 이르렀다.

그런 박시장이 사망 직전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였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우리사회가 앞만 보고 달려 온 것은 아니다. 경제발전만 한 것이 아니다. 경제 발전에 걸맞게 여성인권 등 소수자배려 측면에서도 발전을 거듭했다. 그 방면에 일생을 걸고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박시장이 열어온 여성인권에 대한 평가가 그리 간단치 않다.

박시장은 서울대 조교사건에서 보듯이 소수자인 여성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남성으로부터 받는 수모를 두고 억울함을 풀어줌으로써 우리 사회 여성인권에 새로운 지평을 연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 단순히 모욕이나 수치스러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형사범죄 관점에서도 볼 수 있게끔 안목을 넓혀 준 것이다.

박시장은 그 유명한 서울대 조교사건에서 피해자 변호인으로 활동하여 큰 성과를 거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박시장이 여비서를 추행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으니 충격이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다.

고소를 당했다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박시장의 고소건은 사망으로 피고소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형벌권을 담당하는 수사기관, 법원은 더이상 이 고소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게 됐다. 국가형벌권의 작용으로는 더이상 진실을 밝힐 수 없지만 언론과 학계 등 비국가기관은 얼마든지 사안의 진상을 밝히는 노력이 허용된다.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경찰 등 수사기관이 더이상 다룰 수 없지만 수사를 전공한 교수나 언론인 등은 관심을 갖고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것과 같다. 필자는 박시장 성추행 고소사실이 어느 정도 사실일 것으로 추정하고 간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로 인해 불편하신 분들께 양해 부탁드린다.

과거의 그와 오늘의 그의 평가가 이렇게 동떨어져 있으니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범죄자 박원순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성공한 인권운동가로 봐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시민운동가요 인권운동가인 점을 우선시 할 것인지 성추행범이라는 점을 우선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시민운동가요 인권운동가인 점을 강조하여 성추행범이라는 점을 도외시하거나 반대로 성추행범인 점만 부각시켜 인권운동가인 점을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는 곤란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박시장이 우리 사회에 공헌한 점과 박시장의 과오를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면 어떨까. 박시장의 공(功)이 과(過)를 모두 덮어 버린다는 생각 또는 과가 공을 뛰어 넘어 오로지 과만 남는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를 혼란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36년이라는 짧지 않은 일제강점기, 치열했던 동족 상잔의 한국전쟁, 30년이 넘는 군사독재시절 등을 건너 오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느 한 쪽으로만 서야 함을 지루하게 강요받아 왔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유독 이 점에서 취약함을 보인다.

경제발전 등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어느 한 쪽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다른 쪽의 공을 너무 쉽게 무시해 버리는 자세가 아쉽기만 하다. 일본식민지배와 한국전쟁, 군사독재가 남긴 이분법적 사고의 역사적 아픔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박시장의 밝은 면만 보도록 강요하거나 어두운 면만을 강제하는 일제시대나 남북분단, 군사정권시절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이제는 조금 벗어났으면 한다. 아직도 마음속에 깊게 자리잡았던 무서운 국가권력을 온전히 털어 내지 못했지만 그런 잔재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박원순 시장은 사라졌지만 그가 우리 사회에 던진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

박원순의 공과 과를 있는 그대로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나와 관점이 다르더라도 인정하고 넘어가 주는 것이야 말로 작고한 박원순이 진정 바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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