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생일이 제삿날 된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

입력 2021.06.23. 14:09 수정 2021.06.23. 14:46 댓글 2개
지난 25일 홀로 작업하던 50대 노동자 기려
1달 지난 뒤에야 대표 찾아와 유가족 사죄
얼굴 못 드는 유가족…현장엔 오열 소리만
23일 광주 서구 화정골드클래스 신축공사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A(58)씨를 위한 제사가 치러졌다. 금화건설 대표가 A씨에게 절을 올리고 있다.

"여보 이제 집에 갑시다…여기 차가운 바닥에 있지 말고 집으로 갑시다."

한달여 전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계단 아래로 추락, 목숨을 잃은 노동자 A(58)씨의 부인은 남편의 영정 사진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골드클래스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홀로 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은 A씨가 하루가 지난 뒤에서야 발견됐다는 무등일보 보도(5월27일 7면 참조)와 관련, 시공사인 B건설 대표와 현장소장 등이 A씨가 사고당한 곳에 간이 제사상을 차린 뒤 뒤늦게나마 A씨와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23일 광주 서구 화정골드클래스 신축공사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A(58)씨를 위한 제사가 치러졌다. 현장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시정하라는 노동청의 시정명령서가 게시돼 있다.

23일 정오께 화정골드클래스 공사 현장 곳곳에는 '오늘도 무재해현장', '생명존중, 안전우선'이라는 플래카드가 큼지막하게 걸려있었다.

A씨의 아내는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공사장 한 켠에 앉아 A씨가 홀로 작업을 하다 떨어진 건물만 하염없이 쳐다봤다. 딸과 사위가 현장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A씨의 아내는 남편의 흔적을 지켜봤다.

유가족들은 제사상 앞에 놓인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했을 A씨의 영정사진을 넋 놓고 바라본 뒤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한참을 오열했다.

23일 광주 서구 화정골드클래스 신축공사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A(58)씨를 위한 제사가 치러졌다. 유가족이 A씨에게 절을 올리며 오열하고 있다.

B건설 대표와 현장소장은 A씨에게 절을 올린 뒤 유가족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사무실로 이동해서 하는게 어떻냐"고 말했지만 딸은 "아버지에게 사죄하는 게 먼저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자 대표는 "지켜드리지 못해 깊이 사죄드린다. 미리 안전조치를 해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A씨 유가족과 함께 현장을 찾은 이준상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지부 조직부장은 "사고 발생 후 한달 동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시공사가 항의 차원에서 집회를 연다고 하니 당일 바로 유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며 "건설사 대표가 사과를 한다는 점은 의의가 있지만, 향후 시공사의 대응을 유의깊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5월25일 서구 화정동 화정골드클래스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A씨는 계단에 놓인 1~2m 높이 사다리에서 추락했고, 다음날 오전 6시30분이 되서야 동료 노동자에 의해 발견됐다.

이에 공사 현장을 수시로 돌면서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안전관리자의 부실 관리, 2인1조로 작업을 하는 원칙 등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돼 경찰이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시공사와 현장소장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임장현기자 locco@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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