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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사 허가 놓고 '불통 행정' 주민 신뢰 잃은 보성군

입력 2021.07.27. 09:12 댓글 0개
주민 삶과 직결된 소송 개시·항소 포기 미통보에 반발
보성군수 상대 법적 대응 또는 감사원 감사 의뢰 논의
보성군, 공무원들 보내 주민 의견 청취…"죄송하다"
[보성=뉴시스] 전남 보성군 공무원들이 지난 26일 득량면 도촌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돈사 건축허가 문제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도촌마을 주민)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구용희 기자 = "불통행정이 보성군이 지향하는 '열린행정, 한 발 빠른 행정'입니까"

전남 보성 지역 한 마을 주민들이 군청의 돈사(돼지농장) 건축허가 과정을 놓고 '불통행정'을 지적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 삶과 직결된 돈사 건축허가 문제에 대한 소송 개시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가 하면 1심에서 패소하자 통보나 설명도없이 조용히 항소마저 포기하는 등 보성군이 주민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주장이다.

27일 보성군 득량면 도촌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외지인인 A씨가 2018년 3월 마을 윗쪽 한 부지에 돈사 등을 짓겠다며 건축허가 신청서를 보성군에 접수했다.

보성군은 일종의 지침서 격인 농림축산식품부의 해설서를 토대로 이를 허가하려 했다.

이 과정에 도촌마을 한 주민이 축산법 시행령(개정 전)을 근거로 들며 돈사 건축허가는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성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자 해당 주민은 직접 정부 부처를 찾아가 관련 조항의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관련 정부 부처는 이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 부처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결국 보성군은 2019년 12월 돈사 건축허가 처분을 거부했다. 그러자 허가 신청인인 A씨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지난해 전남도행정심판위원회는 A씨의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끝으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 것으로 판단한 주민들은 더이상 이 문제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최근 이 마을 이장은 보성군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소송에서 패소해 건축허가를 내 줄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A씨가 보성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건축허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보성군이 패소했다는 것이다. 사정을 파악해보니 이미 항소도 포기한 상태였다.

지난 4월 법원은 최근 개정된 축산법 시행령, 다른 지역이 유사한 사례에도 허가를 해 준 점, 행정의 일관성 등을 고려해 보성군이 A씨에게 한 건축허가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보성=뉴시스] 지난 26일 전남 보성군 득량면 도촌마을 주민들이 마을 내 돈사 건축허가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사진 제공 = 도촌마을 주민)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를 놓고 마을 주민들은 보성군이 소송 개시와 진행 상황, 항소 포기 사실을 제 때 알려주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 B씨는 "삶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주민들에게 소송개시 때부터 이를 알렸어야 했다. 소송이 진행중인 줄 알았다면 재판에 참석해 주민들의 의견도 전달했을 것"이라며 "보성군이 기치로 내 건 '열린행정, 발 빠른 행정'이 이 같은 불통행정이냐"고 성토했다.

이어 "마을 인근에 세계 최대 구들장 터가 있는 오봉산이 위치해 있다. 보성군은 이를 국가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이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저수지도 있다"며 "청정마을 윗쪽에 6611㎡ 규모의 돈사가 들어선다고 한다. 주민들로서는 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우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C씨는 "마을 주민들이 방어 논리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보성군이 사실상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소송 상황이나 항소 포기 여부를 주민들에게 고지할 법적의무는 없다고 하지만 우리도 쾌적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주민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고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행정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이 마을에는 70여 가구,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보성군은 지난 26일 관계 공무원들을 마을로 보내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보성군 관계자는 소송 개시와 항소 포기 여부에 대해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판례를 살펴보고 각종 법리를 검토한 끝에 소송 실익이 없다고 판단, 항소를 포기했다"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보성군수를 상대로 건축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하거나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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