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과속에 불법주차까지"···외면 받는 노인보호구역

입력 2022.03.24. 13:53 수정 2022.03.24. 19:05 댓글 0개
속도 제한 경고 안보여 오가는 차들 '씽씽'
감시카메라 의무 아니어서 대상지 3% 설치
광주시 "정부 예산 안줘 설치 못해" 해명
광주 서구의 한 노인보호구역의 모습. 노면에 속도제한을 알리는 표시가 돼 있지만 차들이 일제히 빠른 속도로 주행하고 있다.

고령자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노인보호구역은 확대되고 있지만 단속장비는 전무해 보호구역 지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오전 광주 서구 한 노인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도로 위에 시속 30㎞ 속도 제한을 알리는 표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차량들은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이 노인보호구역은 어린이보호구역에 이어지다 보니 운전자들은 어린이보호구역 해제 표지판만 보고 속도 제한을 풀고 빠르게 주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정차된 차량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광주 동구 한 노인보호구역에서 무단횡단하는 노인들의 모습.

도로 옆으로 시장과 요양병원이 있어 이곳을 오가는 보행자 대부분은 노인들이었지만, 과속단속카메라나 과속경보시스템 등 단속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인근에서 거주하는 강모(56)씨는 "매일 이곳을 두세 번 오가지만 노인보호구역인 줄 몰랐다"며 "노인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띄지 않기도 하고, 어린이보호구역이 해제됐다는 표지판을 보고 당연히 이곳은 일반 도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구 한 노인보호구역의 상황도 마찬가지.

도로 위에 속도 제한을 알리는 숫자가 크게 써졌지만, 차량들은 빠른 속도로 지났다. 이 도로를 가로지르는 노인들은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무단횡단을 하며 건너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이모(60)씨는 "아무래도 어린이보호구역과 달리 과속단속카메라가 없다 보니 운전자들이 속도 제한을 지키지 않고 주행하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광주에는 어린이 보호구역 456곳, 노인보호구역 54곳, 장애인보호구역 11곳 등 총 521곳의 보호구역이 지정돼 있다.

이 중 노인보호구역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고령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2007년부터 양로원이나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인근의 노인 이동이 많은 구역을 중심으로 선정해 지정됐다. 시속 30㎞ 미만 주행, 주·정차 금지가 요구되며 위반 시 범칙금과 과태료가 일반 도로의 2배 가중 부과된다.

광주 지자체들도 노인 교통사고가 증가하자 노인보호구역 지정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정률이 미비한 실정이다. 대상구역의 89%가 지정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률과 달리 노인보호구역 지정률은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낮은 지정률도 문제지만,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단속할 무인 교통단속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인보호구역에 무인 교통단속장비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가 아닌데다,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주지 않아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인 일명 '민식이법'의 시행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 교통단속장비 설치가 확대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과 달리 노인보호구역은 무인 교통단속장비 설치가 의무가 아니고 정부의 지원이 없어서 설치를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매년 경찰·자치구와 함께 노인보호구역 교통안전시설 실태에 관한 전수조사를 진행해 사고 위험 예방 방안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 관련키워드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