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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붕괴참사 책임···현산은 집유, 하청·감리만 실형(종합2보)

입력 2022.09.07. 16:31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 직원 3명 징역·금고형 집행유예

하청·재하청·감리는 실형 선고 "주의 의무 위반 정도 고려"

"깃털만 건드린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 국민 법감정 배치"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일으킨 책임자들이 징역형과 징역·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모두 형의 집행을 유예받으면서 "국민 법감정과 어긋난 봐주기 판결"이라는 유족과 시민사회·노동계의 지적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현수 부장판사)는 7일 302호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건축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시공사(HDC현대산업개발), 하청·재하청 업체(㈜한솔·다원이앤씨·백솔) 관계자와 감리 등 7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현대산업개발 학동 재개발 4구역 현장소장 서모(58)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벌금 500만 원을, 현산 학동 4구역 공무부장 노모(58)씨·안전부장 김모(57)씨에게 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9)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재하청업체 백솔 대표 조모(48)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감리 차모(60·여)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50)씨에게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현산 법인에 벌금 2000만 원을, 한솔·백솔 법인에는 각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공사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지난해 6월 9일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을 무너뜨려 정차 중인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사는 ▲수평·연직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공법(ㄷ자 형태로 흙더미 활용 하향식 압쇄) ▲계획서와 달리 작업 절차를 무시한 철거(후면·저층부터 압쇄, 긴 붐이 달린 굴착기 미사용 등) ▲1층 바닥 하중 증가·지하 보강 조치 미실시 ▲임의 해체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부재 ▲과다 살수 등으로 피고인 모두에게 붕괴를 일으킨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들이 위층부터 건물을 해체키로 한 계획을 지키지 않은 점, 성토체 건물 전체와 하부에 대한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고 안전성 검토 의무를 저버린 점, 공사 부지 상황에 따른 조치를 미흡하게 한 점(버스 승강장 옮기지 않음)을 인정했다.

이들이 해체 계획을 어기고 건물 1층 보 5개 중 2개와 2층·3층을 철거해 12m가량 쌓은 흙더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1층 보 3개가 주저앉으면서 아래로 흙더미가 밀려들어 건물이 균형을 잃고 도로 쪽으로 한꺼번에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조항을 들어 현대산업개발 측에는 해체 작업 시 사전 조사, 작업계획서 작성·준수, 붕괴 위험 시 안전 진단 의무만 있다고 봤다.

즉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도급인)로서 해체 공사 중간에서 관리·감독 역할을 하는 구체적인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산업안전보건법상 해체 계획을 어기고 건물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은 점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리가 해체 현장을 1차례도 찾지 않은 점, 하청업체가 재하청업체에 준 공사대금 일부를 회수하려 한 점, 무리한 공사 방식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 위반 정도와 해체 공사 관여도, 일정 기간 구금된 점,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윤만 추구하는 안전불감증이 참사의 배경"이라며 "이 사건 해체 공사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 의무 정도와 공사 관여 정도, 독자적인 의사 결정권을 감안하되 개별적인 정상들까지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붕괴 요인 중 하나였던 '과다 살수'에 대한 주의 의무 위반은 살수·흡수량 등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학동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사회·노동단체는 하청·재하청·감리만 실형을 선고받은 결과를 두고 "몸통은 내버려 둔 채 깃털만 건드린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든 공정에 대한 관리·감독의 무한 책임을 져야 할 현대산업개발은 이윤만 챙겨 쏙 빠져나갔다. 하청이 모든 것을 해야만 하는 건설 현장을 재판부에서 그대로 인정해 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징역 7년~7년 6개월,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학동 4구역 내 주요 하청 철거 계약 구조는 ▲일반 건축물(재개발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 이면 계약→백솔) ▲석면(조합→다원·지형이앤씨→대인산업개발→해인산업개발) ▲지장물(조합→거산건설·대건건설·한솔) ▲정비기반 시설(조합→효창건설·HSB건설) 등으로 파악됐다.

철거 공사비는 불법 재하도급 구조와 이면 계약을 거치면서 3.3m²당 28만원→10만원→4만원→2만8000원까지 크게 줄었고, 건물 해체 물량이 뒤에서 앞으로 쏠리는 수평·연직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날림 공사로 이어졌다.

[광주=뉴시스] 이형석 국회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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