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아마추어 보디빌더다. 그는 아마추어지만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내추럴 선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런 그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보면 종종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들어 온라인에서 불법 스테로이드를 구할 수 있다는 광고성 글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운동기구와 씨름하고 식단을 관리하기가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며 “약물을 통해 절반의 노력만으로 쉽게 근육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상실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A씨의 말처럼 보디빌더들을 유혹하는 약물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단백동화스테로이드)로 단백질의 흡수 및 합성을 촉진해 단기간에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단기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기적의 약’이라고도 불렸다. 약물 사용이 확인돼 올림픽 금메달을 박탈당한 캐나다의 벤 존슨이 사용한 약물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해당 약물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인체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올림픽 등 여러 스포츠 대회 및 기구에서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하지만 단기간에 운동 효과를 보려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보니 국내에서도 온라인 등을 통해 불법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법 스테로이드를 유통한 일당을 추적해 검거하는 등 불법 약물을 뿌리 뽑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중심에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있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2021년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을 헬스트레이너, 일반인 등에게 불법으로 유통·판매한 B씨를 구속하고 C씨 등 배달책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결과 B씨는 2015년 4월부터 2021년 2월까지 5년 10개월 동안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총 1만 2000여 명에게 약 18억 4000만 원 상당의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을 불법으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B씨의 오피스텔에서 시가 2억원 상당의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을 발견해 현장에서 전량 압수했다. 특히 B씨는 식약처·경찰 등 수사당국의 적발을 피하고자 대포통장을 사용하고 전문의약품의 바코드를 제거해 판매했다.

배달책들에게는 수사당국에 적발되면 보내는 사람, 내용물 등을 전혀 모른다고 진술하라고 시키는 등 치밀한 방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며 수사당국의 단속을 피해 온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B씨가 불법 유통·판매한 스테로이드 역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의료계는 해당 스테로이드를 잘못 투여하면 면역체계 파괴, 성기능 장애, 심장병, 간암 유발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약처는 “불법 유통되는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은 정상 제품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유통과정 중 변질, 오염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스테로이드는 반드시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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