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고슴도치는 두려울 때 가시를 세운다

입력 2023.07.20. 16:02 수정 2023.07.20. 19:08 댓글 0개
서해현 건강칼럼 서광요양병원장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면, 우리는 나를 공격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도망갈까? 때려잡아야 할까? 고민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이것은 고슴도치의 본능이다. 남을 해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려는 것이다. 고슴도치는 위기에 처할 때 가시를 세운다. 위협을 느끼면 몸을 웅크려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인 얼굴과 배를 감추고, 가시를 세워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고슴도치 가시는 사실 털이 변형된 것이다. 고슴도치 가시는 체온을 유지하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반응하는 역할을 한다. 고슴도치의 가시는 평균 5000~7000개 정도 있으며, 길이는 약 2.5cm이다. 가시는 케라틴 단백질로 만들어져 있으며, 서로 엇갈리게 나 있어 찔리지 않고 들어갈 빈틈이 없다.

대한민국, 분열과 양극화, 혐오와 배제가 심화되고 있다. 부의 불균형 뿐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대화하고 소통하며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도 입장이 다르면 대화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내편의 잘못은 선의로 포장하지만 상대편의 실수는 악의로 치부한다. 날선 비판이 넘쳐나고 나와 다른 의견은 용납하지 않는다.

독일의 신경과학자 요하임 바우어는 '공감하는 유전자'에서 "인간은 공감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이기적 유전자가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생존하려면,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흔히, 폭력적이며 무자비하고 몰인정한 유전자가 유리하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전쟁에서 살아남아 현대인에게 전해지는 우성 유전자는 협력적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유전자이다.

인류는 상대적으로 연약한 신체를 가지고도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가징 큰 이유는 다른 종에서 볼 수 없는 인간관계 때문이다. 집단을 이루어 사냥하였고 배고픈 이들과 음식을 나누었다. 친밀한 인간관계는 모든 종류의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서로 돌보고 협력할 때 맹수의 위협과 기아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독한 말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증오 그리고 수치심을 일으키는 이들은 어쩌면 고슴도치 같은 존재가 아닐까? 고슴도치는 겁먹으면 가시를 세운다. 가시를 곧추 세워 자신을 보호 한다. 힘자랑이 아닌 공포와 두려움의 표현이다.

그러니 가시 세운 고슴도치를 보고 놀라지 말라. 섣부르게 공격하지 마시라. 가시에 찔려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잠시 멈추어 서서 기다려라. 달래고 적응해야 한다.

무시하고 모욕하는 일, 사회적 소외와 차별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행동이다. 타인은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해를 끼친다. 고통은 공격성을 낳는다. 공격성은 고통을 마주한 우리 몸의 방어 반응이다. 왕따 당한 청소년이 더 공격 성향을 보이는 법이다. 고통이 분노로 전환된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위한 기도'의 고백과 같이, 증오 대신 사랑을, 분열 대신 일치가 필요한 시기이다. 담대한 희생과 헌신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이 시대에 진정한 용기란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응시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해와 존중이 살만한 세상을 만든다. 대화와 협력이 건강한 개인과 사회를 만든다.

고슴도치 가시 세우기는 경계신호이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고슴도치가 환경에 적응하고 사람과 유대가 생기면 가시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가시를 내리고 편안하게 잘 지내기 위해서는 매일 접촉을 하고, 적당한 먹이와 쾌적한 환경이 중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친해지면 귀엽고 온순하고 사랑스러운 친구가 될 수 있다. 용기는 변화를 만든다. 도망가거나 때려잡아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이다.

여러분은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계신가요?

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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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수다 출산율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17시간전 4877 가정이 주는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끼기 어려워진 사회가 된듯합니다. 젊은 친구들은 혼자 살기도 팍팍하다보니, SNS에서 본인 과시도 늘어가고 남과 비교하며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나봐요. 꼭 물질적인 충족이 되지 않더라도,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신뢰, 정 등이 높은 가치를 갖고 인정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봐요.
16시간전 남자직원 육아휴직 남자도 육아휴직 눈치 안보고 쓸 수 있으면, 출산율 자동으로 오름 둘중 하나는 애 봐야되는데 엄마 육휴 끝나면 그 이후엔 누가 키움???
15시간전 눈치챙겨 라떼들 시절엔 와이프가 독박육아 버텨주니까 매일 회식에 야근도 때리고 한거지. 요즘은 맞벌이가 기본인데 남직원 육휴 쓴다고 눈치주는 거 아니라 생각함
14시간전 답없음 동거가 주류가되고 육아휴직하면 시스템으로 보호해주는직장이 5%미만인데 누가 애를키우려할까 결혼도 안하는데. 답은 결혼이민밖에없고 시내의 구주택 고쳐서 신혼집으로 주면됨.재개발 이런거하지말고
12시간전 kjg8 구관이 명관이다 70년대 80년대처럼 베이비부머가 생기도록 남자와 여자가 담당하는 일을 명확하게 하도록 사회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비정규직도 없애고 평생고용직장을 정례화 하는 것이다
재밌수다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