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학부모 지지·격려 받으며, 배움·성장 경험을 함께 하고 싶을 뿐

입력 2023.07.24. 10:43 수정 2023.07.25. 19:35 댓글 0개
김지선 교단칼럼 각화중학교 교사

방학을 하루 앞둔 저녁, 필자가 가입한 SNS 교과 단체방의 메시지 알림이 갑자기 수십 개를 훌쩍 넘어서기 시작했다. 수업이나 시험 관련 궁금함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면 대략 10개 넘는 새 메시지가 뜨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이 새 메시지가 올라오는 것은 처음이라 놀랍고 궁금한 마음에 메시지를 열어 보았다. SNS에는 이제 갓 2년 차 젊은 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 내용과 함께 슬픔과 애도, 젊은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교육 현실을 규탄하고 분노하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1주일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대한민국은 이 사건으로 여전히 뜨겁다.

문득 작년 10월의 한 사건이 떠올랐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와 인접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발을 당한 일이었다. 피고인이 된 교사는 당시 함께 근무하는 동료 교사들은 물론, 우리 학교에 입학한 졸업생들까지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존경할 만큼 평판이 좋은 분이었다. 선생님의 사정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기에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선처를 위한 탄원에 마음을 모았다. 당시 이 사건을 접하고, 교사의 교육 활동이 아동학대나 정서학대로 오해되고 비난받으며 교단을 떠나야 할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앞으로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서이초 선생님의 비극도, 이웃 학교 선생님의 사건도 모두 내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참담했다. 필자가 20년이 넘는 교직생활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다만 그동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올해 5월 14일 자 경향신문에 실린 '교사 만족도 20%대 추락…교사는 어쩌다 '극한직업'이 되었나'라는 기사를 살펴보자.

"교사들은 교직 만족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에 아동학대 등 형사책임을 묻는 일이 잦아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것은 문제행동에 대한 생활지도(30.4%), 학부모 민원 및 관계유지(25.2%)였다. 교사노조 설문조사에서도 학부모 민원 및 상담(33.0%),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 위험(32.4%)이 담임 기피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은폐가 쉬운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동학대처벌법이 학교에도 일괄 적용되면서 교사가 학생의 문제행동을 지적하거나 제지하는 일까지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만으로도 학교장 판단에 따라 직위해제나 담임 교체 조치를 당하거나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이는 교사들의 사기 저하와 생활지도 포기로 이어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사 92.9%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아동학대 관련한 교사들의 두려움과 사기저하는 지난 3월 7일 방영된 MBC PD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에도 잘 나타나 있다.

서이초 사건은 그동안의 누적된 교단의 폐해를 2년이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웠기에 터져버린 비극의 시작인 것이다.

서이초 사건을 두고 교육단체들은 '과도한 민원 업무 등에 대한 저경력 교사 보호 시스템 수립, 아동학대법을 악용한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교사의 방어권 확립,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학교 공동대응'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다.

서이초 선생님의 비극은 결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을 개인적인 문제로 보지 않기에 아직까지 추모의 분위기가 식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생존권'까지 외치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를 부디 호소한다. 우리 교사들은 학생들의 인권을 억누르며 교단의 권위를 세우기를 바라지 않는다. 학부모님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으며 우리 모두의 교실에서 행복한 배움과 성장의 경험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기를 바랄 뿐이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
재밌수다 출산율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18시간전 4877 가정이 주는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끼기 어려워진 사회가 된듯합니다. 젊은 친구들은 혼자 살기도 팍팍하다보니, SNS에서 본인 과시도 늘어가고 남과 비교하며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나봐요. 꼭 물질적인 충족이 되지 않더라도,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신뢰, 정 등이 높은 가치를 갖고 인정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봐요.
17시간전 남자직원 육아휴직 남자도 육아휴직 눈치 안보고 쓸 수 있으면, 출산율 자동으로 오름 둘중 하나는 애 봐야되는데 엄마 육휴 끝나면 그 이후엔 누가 키움???
15시간전 눈치챙겨 라떼들 시절엔 와이프가 독박육아 버텨주니까 매일 회식에 야근도 때리고 한거지. 요즘은 맞벌이가 기본인데 남직원 육휴 쓴다고 눈치주는 거 아니라 생각함
15시간전 답없음 동거가 주류가되고 육아휴직하면 시스템으로 보호해주는직장이 5%미만인데 누가 애를키우려할까 결혼도 안하는데. 답은 결혼이민밖에없고 시내의 구주택 고쳐서 신혼집으로 주면됨.재개발 이런거하지말고
13시간전 kjg8 구관이 명관이다 70년대 80년대처럼 베이비부머가 생기도록 남자와 여자가 담당하는 일을 명확하게 하도록 사회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비정규직도 없애고 평생고용직장을 정례화 하는 것이다
재밌수다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