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응급실 뺑뺑이 해결책은?

입력 2023.07.26. 15:14 수정 2023.07.27. 19:20 댓글 0개
양동호의 건강칼럼 광주시의사회대의원의장

얼마 전, 제주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60대 혈액 투석 환자가 1시간 넘게 대기하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또한, 지난 3월 대구에서 건물 4층에서 떨어져 골목길에 쓰러진 채 발견된 17세 환자가 병상을 구하지 못해 구급차에서 2시간을 허비하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요즈음 환자가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의료계 안팎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응급의료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에 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의료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는데, 대한의사협회는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촉발된 사건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향후 전공의들의 응급의학과 기피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즈음 소아과 의사가 줄어 폐과까지 거론되고 있는 현실에서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2017년에 벌어진 이대 목동병원 사태인데, 이번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인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대목동병원 사태처럼 응급의학과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2017년 12월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집중치료실에 있던 신생아 4명이 사망해 의료진이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말한다. 기소된 의료진들은 1심과 2심 재판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의 원인으로는 경증환자로 인한 응급실의 과밀화, 필수의료분야의 전공의, 병상부족 등이 꼽힌다. 그럼 응급실의 과밀화와 필수의료분야의 전공의, 병상부족 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근본적으로는 경증 환자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이나 2차 의료기관인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중증 환자들은 3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맞는데, 이것을 의료전달체계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의료법은 환자의 전원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응급환자를 본인이 감당 못 할 거면 다른 병원으로 보내라는 것이다. 안 보내고 진료하다가 환자가 사망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할 수 있다. 즉, 병원 선정을 못하고 응급실을 빙빙 돌면 정부 책임인데 병원이 환자를 어떻게든 수용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병원 책임이 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법안 때문에 지금까지 적지 않은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망했다고 생각한다.

그럼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급한 대로 의료법을 조금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최종 진료나 수술이 불가한 상황에서도 부득이하게 환자를 수용했을 때는 법적인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법을 수정하는 것이다. 이것만 해결이 되면 우선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는 사명감에 환자를 수용하려는 의료진이 적지 않다.

두 번째로는 현재 붕괴되어가고 있는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 즉,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숫자가 많아져야 응급수술이나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많아지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첫째로는 필수의료 관련한 수가를 현재 원가의 70%도 안 되는 수준에서 대폭 상향해 주어 유인책을 써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수술이나 진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민사적인 책임은 질 수 있겠지만 형사적인 책임만이라도 면할 수 있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조속히 제정되어 의료진이 응급상황에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하여 경증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이나 응급실로 왔을 때에는 본인부담금이 많이 발생하도록 하여 경증 환자들은 3차 의료기관이나 응급실을 가급적 기피하고 1차 의료기관이나 2차 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 주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의료전달 체계가 잘 확립되어야 현재의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전향적인 법 개정과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의 현실화로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한 조치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 의장  (연합외과 원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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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수다 출산율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17시간전 4877 가정이 주는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끼기 어려워진 사회가 된듯합니다. 젊은 친구들은 혼자 살기도 팍팍하다보니, SNS에서 본인 과시도 늘어가고 남과 비교하며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나봐요. 꼭 물질적인 충족이 되지 않더라도,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신뢰, 정 등이 높은 가치를 갖고 인정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봐요.
16시간전 남자직원 육아휴직 남자도 육아휴직 눈치 안보고 쓸 수 있으면, 출산율 자동으로 오름 둘중 하나는 애 봐야되는데 엄마 육휴 끝나면 그 이후엔 누가 키움???
14시간전 눈치챙겨 라떼들 시절엔 와이프가 독박육아 버텨주니까 매일 회식에 야근도 때리고 한거지. 요즘은 맞벌이가 기본인데 남직원 육휴 쓴다고 눈치주는 거 아니라 생각함
14시간전 답없음 동거가 주류가되고 육아휴직하면 시스템으로 보호해주는직장이 5%미만인데 누가 애를키우려할까 결혼도 안하는데. 답은 결혼이민밖에없고 시내의 구주택 고쳐서 신혼집으로 주면됨.재개발 이런거하지말고
12시간전 kjg8 구관이 명관이다 70년대 80년대처럼 베이비부머가 생기도록 남자와 여자가 담당하는 일을 명확하게 하도록 사회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비정규직도 없애고 평생고용직장을 정례화 하는 것이다
재밌수다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