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교사로서의 삶은 무엇으로 보장받는가?

입력 2023.08.01. 13:56 수정 2023.08.01. 20:11 댓글 0개
김유진의 교단칼럼 산정중학교 교사

교사는 교과 수업, 학생 생활 교육 이외에 학교도 하나의 조직이므로 조직 내 시스템이 운영되기 위한 행정 업무를 담당한다. 필자는 2023학년도에 주당 20시간의 수업과 학년 부장이라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혹자는 일주일 동안 20시간 수업 외에 12~3시간 동안 업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필 시험을 보고 나면 휘발되어 버리는 죽은 지식 말고 몰입하여 배운 교실 안의 산 지식을 자신들의 삶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하려면 꼼꼼한 교과 교육과정을 방학 중에 설계하고 그것을 학기 중에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특성과 수준, 시의성 등을 고려하며 수정해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 많은 학생들이 각자 다른 사연으로 담임 교사를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고, 교사는 학생 상황에 맞는 교육적 지원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협의나 업무도 직접 해야 한다. 품이 가장 많이 드는 영역이다. 특히 폭력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사안 처리는 교사 스스로 만든 불완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만을 바탕으로 거의 무장 해제의 상태로 전장에 나가는 상황과 비슷하다. 학부모에게 사안을 상담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 이외에 앞으로 학생의 성장을 위한 지원책을 함께 협의해 보자는 제안을 교사가 했을 경우 학부모에게 오해를 사 폭언과 민원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주당 12~3시간 내에 교사는 수행 평가 설계 및 채점, 지필 평가 출제 및 채점, 출결 관리, 각종 위원회나 협의회 참석 등을 하고, 결국 다 마치지 못한 행정 업무들은 그대로 집으로 싸 들고 와 가사 노동 후 늦은 밤 일을 다시 시작한다. 교사로서 삶을 돌아보니, 평균적으로 약 30명의 자녀를 돌보면서 가르치기도 하며, 생계를 위한 일도 해야 하는 어느 각박한 가상의 보호자가 그려진다. 그러나 위로가 되는 순간들도 있다. 생활지도 하는 과정에서 관련 학생들 말이 달라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려 하는 질문이 자신을 의심했다고 사과하라는 학생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무기력해진 필자를 위로해 주는 동료 교사분들이 계신다. 학부모라고 신분을 위장한 학원 원장의 폭언을 듣고도 결국 사과를 해야만 했던 필자의 상황을 아시고, 또 민원이 발생하면 본인께서 처리하시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시는 교감선생님이 계신다. 교사들이 처한 작금의 학교가 안전하게 교육할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가?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손보며 해결하되, 충분히 고민하고 해결할 물리적 시간의 보장과 제도적 뒷받침은 없고, 오히려 기계적인 계산법에 의해 교원 숫자는 줄어들고 있으며, 문제가 있어도 너희끼리 심정적 위로만으로 회복하며 그렇게 살라고 세상이, 국가가 말한다.

유네스코, OEDCD 등의 국제기구의 교육 동향 보고서, 시민 의식 수준의 향상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 환경 변화에 맞춰 학교도 구성원들 모두 제 삶의 주인이 되는 학교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누군가의 인권을 제한하며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없었고, 그 시도 중 하나가 전국의 17개 시·도 교육청 중 고작 6개 시·도교육청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였으며 그 이후 학교 자치 구현을 위해 교육적 노력들 이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나 교육청의 역할은 거창한 슬로건 또는 거대 담론 제시뿐이었고,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생활 교육이나 자치의 모습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교한 새 판은 제시하지 못했다.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하여 회복적 생활 교육, 교내 존중의 약속 제정 등 학생 인권 보장과 교사의 교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교사가 직접 설계하고 실천할 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학교 자치 실현 이후에 학교 내에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 등의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교육과정이 구성되는 동안에도 교육청에서는 이와 관련한 예산 지원과 모델만을 제시하였을 뿐, 이 과정에서 목소리들이 들어올 수 있는 채널만 만들어 놓은 채 목소리들의 부딪힘으로 인해 학교가 그리고 교사가 겪게 되는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관련된 지원은 적었다. 사회의 변화에 맞춰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냈다면 그것의 시행으로 인한 윤리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예견적 책임을 져야 할 주체는 교사인가, 국가인가?

현재 교원의 지위 회복과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시도가 여럿 보인다. 사실 진정한 학교 민주주의의 실현은 대학 입시라는 개미지옥과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교권 침해는 이제껏 다양한 행정 기관의 미필적 고의에 의해 오랫동안 있어왔다. 필자가 교원 임용을 준비하던 15년 전의 면접 대비 문항에서 엿볼 수 있듯이 교권 침해는 이미 오래된 역사이다.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의 움직임을 충분히 환영하고 지지하나, 오히려 누군가의 인권을 제한하는 식의 시대를 역행하는 발걸음이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시도되는 노력, 행정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 없이는 이번에도 교사들은 구멍 난 옷에 천을 덧대는 누더기 옷을 입는 것일 뿐 새 옷을 입지는 못할 것이다. 김유진 산정중학교 교사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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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수다 출산율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18시간전 4877 가정이 주는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끼기 어려워진 사회가 된듯합니다. 젊은 친구들은 혼자 살기도 팍팍하다보니, SNS에서 본인 과시도 늘어가고 남과 비교하며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나봐요. 꼭 물질적인 충족이 되지 않더라도,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신뢰, 정 등이 높은 가치를 갖고 인정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봐요.
17시간전 남자직원 육아휴직 남자도 육아휴직 눈치 안보고 쓸 수 있으면, 출산율 자동으로 오름 둘중 하나는 애 봐야되는데 엄마 육휴 끝나면 그 이후엔 누가 키움???
16시간전 눈치챙겨 라떼들 시절엔 와이프가 독박육아 버텨주니까 매일 회식에 야근도 때리고 한거지. 요즘은 맞벌이가 기본인데 남직원 육휴 쓴다고 눈치주는 거 아니라 생각함
15시간전 답없음 동거가 주류가되고 육아휴직하면 시스템으로 보호해주는직장이 5%미만인데 누가 애를키우려할까 결혼도 안하는데. 답은 결혼이민밖에없고 시내의 구주택 고쳐서 신혼집으로 주면됨.재개발 이런거하지말고
14시간전 kjg8 구관이 명관이다 70년대 80년대처럼 베이비부머가 생기도록 남자와 여자가 담당하는 일을 명확하게 하도록 사회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비정규직도 없애고 평생고용직장을 정례화 하는 것이다
재밌수다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