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문닫은 화순 탄광 랜드 마크로 거듭 나야

입력 2023.08.14. 18:40 수정 2023.08.16. 19:01 댓글 0개
양기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화순군 이양 깡촌에서 태어난 필자는 어려서부터 자연을 벗삼고 들녘을 누비며 자랐다. 60여호 정도의 시골 마을은 집 마당에서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면 앞산과 뒷산의 메아리가 들릴 정도로 좁디좁은 골짜기였다.

그리 좋을 것, 먹을 것이 없던 평범한 농촌 부락에서 무엇이 좋은 지 친구들과 마냥 어울려 쏘다녔다. 여름에는 시냇가 모래 사장에서 라면을 끊여먹고 빼곡히 박혀있는 별들을 이불삼아 밤새워 노닥거렸으며 겨울에는 눈썰매와 쥐불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공부 보다는 놀기에 바빴던 유년 시절, 아니 산골짜기를 벗어난 것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다. 중학교는 면 소재지에 있었는데 시골 집에서 10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중국집과 약국, 다방이 있었고 학교 입구에는 낡은 기차역도 있었다.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다음 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 앞 마당은 학생들의 놀이터 역할을 해냈다.

중학교를 다니는 3년 동안 시외버스로 통학하며 다녔다. 매일 오전 6시 40분 집 앞에서 버스에 올라타 10개 마을을 차례로 거치면서 40여 분을 달리다 보면 학교 입구에 도착했다.

낡아빠지고 덕지덕지 때가 묻은 시외버스 비닐 의자에는 창틈 사이로 들어온 뽀얀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어 자리앉기가 꺼려지고 했다. 장날이면 생선 비린내, 땀 냄새가 진동하고 시골 어르신, 학생이 뒤범벅 되어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버스 안은 북새통을 이뤘다. 1980년대 비포장 도로를 달리던 털털한 시외버스 흔한 풍경 중 하나다.

그 시절 시골 도로는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였다. 덜컹거리는 버스 소리와 흩날리는 흙먼지는 비포장 도로의 대명사였다. 겨울이야 창문을 닫고 버스가 달리기에 조금 나았지만 여름 혹서기에는 창 밖에서 들어오는 먼지가 곤혹이었다. 버스타고 귀가하면 머리카락이 하얗게 바랠 정도로 먼지를 뒤집어썼다.

먼지투성이 시외버스의 불편함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해 준 것은 탄광이었다. 시골 집에서 면 소재지로 가는 중간에 이양 탄광이 있었다. 화순탄광의 지류 정도였는데 규모는 아주 작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탄광에서부터 면 소재지 학교까지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었다. 당시 이양에서 화순 읍내까지도 비포장도로였음을 생각하면 5km 정도의 짧은 거리지만 아스팔트 포장은 주민들에게는 자랑거리였다. 매일 트럭이 오가며 석탄을 날랐는데 먼지나지 말라고 일부러 석탄공사에서 아스팔트로 포장해 줬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탄광이 주민들에게 안겨준 혜택은 또 있었다. 이양역에 하루 두 차례 새마을열차가 정차한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특급 열차였던 새마을호는 인근 춘양이나 능주역에도 정차하지 않았지만 간이역이었던 이양역에는 멈췄다. 새마을호 정차는 면민들에게는 자랑거리이자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추억과 낭만, 광부들의 땀과 한이 서린 화순 탄광이 지난 6월 말 118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았다. 탄광 주변의 환경오염 문제와, 진폐증에 걸린 광부들의 치료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탄광 폐광으로 인한 지역경기 침체와 대체산업 발굴 등 후속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폐광지역개발기금을 둘러싸고 강원도와 강원랜드가 3년 동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불똥이 화순 탄광까지 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화순을 비롯해 강원도 6개 시·군으로 분배되는 폐광지역개발기금을 강원도가 관리하고 있는데 강원도와 강원랜드가 폐광기금 산출에 대한 해석 차이를 보이며 법적소송으로 이어졌다.

강원도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강원랜드 순이익의 25%를 폐광기금으로 납부해야 된다며 모두 2천250억원을 부과했다. 강원랜드는 폐광기금 산정이 잘못됐다며 법원에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지루한 공방을 전개한 끝에 강원랜드가 1심에서 승소하고 오는 23일 2심 재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대법원의 최종심이 남아 있지만 2심에서 강원도가 패소하게 되면 1천71억원의 페광지역개발기금을 강원랜드에 반납해야 한다. 화순군도 50억원을 강원랜드에 돌려줘야 한다. 가뜩이나 열악한 군 재정을 감안하면 패소 확정시 화순 폐광지역 복구 및 대체 산업 발굴이 물건너 갈 판이다.

지난달 말 화순군의회는 임시회의에서 '강원랜드의 폐광지역개발기금 과소징수분 부과처분 취소 소송 즉각 취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군의회는 폐광에 따른 지역경기 타격과 대체산업 및 주거환경 개선 사업 등 후속 조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강원랜드의 소송 취하를 촉구했다.

화순군도 소송 진행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유관기관과 탄광 폐쇄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이번 기회에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수렴해 국내 1호 화순 탄광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양기생 경영관리미디어본부장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
재밌수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집콕VS여행
7시간전 saintiron7 외식비 부담에 밖에 나가기 두려워. 그냥 집에서 피자 치킨 시켜서, 따숩게 보낼겨
7시간전 사람미어터져 밖에 나가면 사람 미어터져, 집에 있을겨
5시간전 메리크리스마스 예전만큼 연말의 설렘이 느껴지지 않네요. 비싼 외식비 숙박비 연말 성수기라고 더 받을거고 사람은 많아 서비스도 더 떨어질텐데 크리스마스엔 집에 있으려구요.
5시간전 맵도사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그른가... 길거리에 캐롤이 안들려서 그른가.... 영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안남 날씨도 비오고... 연말 분위기가 하나도 안나다 이말이야. 집에서 놀 것 같음 여행은 돈없어서 못감.
5시간전 크리스마스 그냥하루쉬는 고마운 휴일
재밌수다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