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지금, 당신은 안전하십니까?

입력 2023.09.10. 14:33 수정 2023.09.10. 19:03 댓글 0개
김경례의 아침시평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2023년 여름은 전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몰아넣을만큼 잔인했다. 7월 21일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을 시작으로 8월 3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8월 18일 신림동 공원 성폭행 살인사건, 8월 25일 전주 산책로 성폭행 미수사건까지 안타까운 목숨의 사망과 상해가 이어졌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 의해 언제든 죽임을 당하고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가 우리를 엄습했다.

사건 이후의 일련의 사태는 우리 사회가 흉악 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SNS 등을 통한 흉악범죄 예고 글이 대거 올라왔고 정부는 게시만으로도 처벌 등의 강력대응 방침을 세웠으며 심지어 도심 한복판에 경찰 장갑차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처벌 강화, 도심 곳곳에 장갑차와 경찰 특공대 배치, 불심검문 등의 공포정치가 국민을 안심시키고 흉악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대책, 근본적인 예방 대책이 없는 강력 대응정책은 실효성도, 공감대도 확보하기 어렵다. 최근 가스총, 전기충격기 등의 호신용품 판매업체가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 주지 않는 '내 목숨은 내가 지켜야겠다'는 국민의 불신과 불안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인하대 성폭력 사건, 신당역 스토킹 사건, 금천구 데이트폭력 사건 등은 아는 사람이거나 연인관계였던 사람에 의해 발생했다. 대부분의 젠더폭력 사건은 지인(아는 사람)에 의해 사적이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며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강남역 살인 사건에 이어 신림동 등산로 살인 사건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 의해 대중적인 공간에서 발생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즉, 여성들은 가해자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공공장소에서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가해자에게 피해자인 여성은 성적인 대상이거나 다양한 이유로 폭력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가해자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소유물이거나 폭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이러한 시각은 낮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구조적 성차별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정책 기조 하에 최소한에 불과했던 성평등 정책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가정폭력·성폭력 재발 방지 사업 예산과 초중고 학생 대상 성인권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여성가족부는 가정폭력·성폭력 재발 방지 사업은 법무부와 초중고 성인권교육 사업은 보건복지부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의 사업만으로는 젠더폭력 예방과 성인권 교육이 충분치 않으며 성평등 관점의 폭력예방 및 성인권 교육의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 여성계의 중론이다.

흉기난동 예고 글의 절반 이상이 10대에 의해 작성되었고 10대, 20대 청소년,청년들의 젠더혐오 문화를 상기해보면, 그 어느때 보다도 성평등 성인권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할 시기에 정책적 후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성평등 성인권 교육에 대한 오해와 왜곡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전문가들은 흉기난동 범죄 가해자들의 범죄 원인으로 가족관계 붕괴, 사회생활 부적응, 실연, 경제적 곤궁 등을 지목한다. 좌절과 실패에 대한 열등감과 오래된 고립생활이 공격성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타인과 사회와의 소통을 통한 사회적 관계의 회복이 중요하다. 성평등, 성인권 교육은 성별을 포함한 계층, 인종, 장애, 종교, 지역 등 차이를 존중하고 차별을 예방하는 교육이다.

고정 관념을 탈피해 타인과 나를 둘러싼 세계와 소통하지 않으면 고립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갇힐 수밖에 없다. 또한 공동체의 회복이 중요하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좌절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과 여건이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만들어져야만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교육, 젠더폭력예방교육, 성인지감수성 향상교육, 청소년 성평등 진로교육, 양육자 성평등 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성평등 성인권교육은 평등사회의 실현과 흉악범죄의 근본적 예방에 기여할수 있다. 김경례(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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