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 김은혜 "민관 원팀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국민들에 위로와 감사"뉴시스
- [단독]"소개비 400만원 라오스서 맞선···알고보니 기혼女?"뉴시스
- 美, '백악관 촬영' 北 주장에 "온라인에도 이미지 많아"뉴시스
- 멕시코 남부에서 사진기자 4명 총격 부상.."살인 미수"뉴시스
- 대구·경북, 대체로 흐림···낮 4~9도뉴시스
- 전북 곳곳 약한 비나 눈···낮 5~9도 흐림뉴시스
- 여성암 1위 '유방암'···"초음파 병행땐 '진단정확도' 향상"뉴시스
- 이재명 작심 비판 이낙연, '선 비명연대-후 신당 창당 모색' 수순 밟나뉴시스
- 프로축구 승격 전쟁 시작···경남 vs 부천, 오늘 준PO뉴시스
- 상장사 스톡옵션 규모, 1조 밑으로 '뚝'···셀트리온 1위뉴시스

많은 교사들에게 고통과 비애를 안겨 준 학부모 갑질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다시 갑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갑질 관련 언론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 나온 어느 기사에 달린 다음 댓글이 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살이 하면서 신기해 하던 부분이 전화 문의상담 할 때 안내 첫 멘트가 안내원에게 폭언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함. 폭언하지 말라고 미리 주의를 줘야 할 정도로 폭언이 많냐며 물어봄."
뭐라고 답해줘야지? 이 댓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마치 자신이 받은 질문인 것처럼 난감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갑질 사회'라고 말해줘야 하나? 그런데 '갑질'을 뭐라고 설명하지? "약자에게 못되게 구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생각할 것들이 많아진다.
지난 2015년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은 수많은 '을'의 눈물로 가득찬 '갑질민국'", 즉 '갑질 공화국'이라고 했다. 이즈음부터 해외 언론들은 갑질에 걸맞은 단어가 없어 우리말 발음 그대로 'gapjil'로 표현했다. 이 때만 해도 갑질을 권력이나 금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나쁜 짓으로 여겼지만, 수년이 흐른 이젠 그렇게 보긴 어렵게 됐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최항섭이 중앙일보 8월 5일자 인터뷰에서 잘 지적했듯이, 어느덧 한국 사회는 "계약 관계에 따라 누구나 갑질을 주고받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사회"로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즉, 갑질은 '내로남불'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의 갑질은 갑질이라는 게 분명해 보이지만, 내가 하는 갑질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문제 제기로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이 말을 하는 순간, 나도 등골이 좀 서늘해진다. 내가 정당하고 합리적인 문제 제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상대에겐 어떻게 받아 들여졌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어느 TV 개그 프로에 옷 가게 짜장면 배달 장면이 있었는데, 이거야말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갑질 사회'를 실감나게 풍자한 '명작'이 아닌가 싶다. 이런 내용이다.
"야, 아까 출발했다면서 왜 지금 오는 거야? 단무지는 뭐 이렇게 적어? 옷도 거지같이 입고 다니네." / "아, 예. 맛있게 드십시오." / "인사성은 더럽게 밝네." 잠시 후 청년이 다시 들어왔다. "꺼지라니까 왜?" / "옷 사러 왔다. 거지 같다고 해서 옷 사러 왔다고. 저거 얼마야?" / "아 예, 만원인데요." / "더럽게 비싸네." / "8000원에 드릴게요." / "2000원이나 바가지 씌우려 했던 거야? 인터넷에 올려야겠구먼." / "아, 죄송합니다." / "야, 그게 죄송한 표정이냐?"(조선일보, 2022년 7월 12일자)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갑질 사회'에선 갑질을 당한 사람이 지위나 위치가 바뀌면 얼마든지 갑질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불평등과 민주주의 연구센터가 2018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갑질을 당한 빈도가 많은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갑질한 경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을 당해본 적 없는 사람의 경우 19%만 다른 사람에게 갑질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갑질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 가운데 다른 사람에게 한 번 이상 갑질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57%를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한국이 세계의 내로라 하는 '갑질 공화국'이 된 걸까? 나는 크게 특권주의, 출세주의, 승자독식주의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고 싶다. 특권주의란 엘리트 계급의 특권은 강했던 반면 책임은 약했던 역사·전통의 산물이다. 상층부 갑질의 그런 특권적·억압적 성격은 '전위 공격성(displaced aggression)' 또는 '억압위양의 원리'에 따라 지위의 미끄럼틀을 타고 낮은 쪽으로 이양되면서 전 국민의 머리와 가슴 속에 삶의 기본 양식으로 내면화되었다.
그렇게 내면화된 삶의 방법론이 바로 출세주의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로 대변되는 출세주의는 한국형 압축성장, 즉 '한강의 기적'을 낳은 동력이자 한국형 '코리안 드림'의 실현을 위한 방법론이기도 했다. 특권에 근접할 수 있는 출세를 위한 경쟁은 승자독식주의형이었기에 다른 경쟁 참여자들을 존중하거나 인간적으로 대접하기보다는, "남을 제치고 이겨야 산다"는 생각의 지배를 받았다. 대학입시전쟁에서 잘 나타난 이런 경쟁 방식으로 생겨난 대학서열제와 서열에 따른 차별은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체득하는 갑질의 원형이 되었다.
한국인들은 맑은 정신 상태에선 특권주의, 출세주의, 승자독식주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동의하지 않는 척 하는 '교양'을 발휘하지만, 조금이라도 분노하는 상태에 근접하면 본심을 화끈하게 드러낸다. 이때 나오는 말이 바로 "내가 누군지 알아?"다. 자신이 오늘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투쟁을 했는지 아느냐는 한맺힌 절규일까?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했거나 내심 그렇게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차라리 누구임을 밝히는 명찰을 달고 다니게 하면 어떨까?
그럼에도 그들을 비웃기 전에 사회 곳곳에서 '내가 누구냐'에 따라 대접이 크게 달라지는 게 아직 한국의 현실임을 개탄하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나 ○○대학 나온 사람인데" 운운하는 허접한 '갑질 멘트'마저 나오겠는가. 그래서 갑질 퇴치를 위해선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는 '문화적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특권주의 청산을 위해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각종 특권을 없애거나 크게 줄여야 하며, 국민의 절대 다수가 의심하고 있는 '유권무죄(有權無罪)·유전무죄(有錢無罪)'를 지속시키는 법조 카르텔과 관행의 부패·타락을 개혁해야 한다. 이어 보통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과도한 출세 보상 격차의 문제, 즉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서울·지방 격차를 혁파해야 한다. 더 나아가 특권주의와 출세주의를 관통하는 승자독식주의를 약화시키는 '삶의 문법'을 확립·확산·실천할 때에 비로소 지금과 같은 '갑질 공화국'의 해체가 가능해질 것이다. 해결책이 너무도 어렵게 여겨져 하나마나한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이대로 사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
<칼럼> 아, 김포! 그 열정과 분노가 부럽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평생을 여성과 노동, 계급 문제 연구에 헌신한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 조앤 윌리엄스의 말이다. 그는 교육방송(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제작진으로부터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사실을 듣고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그렇게 외쳤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말이다.인구학자인 서울대 교수 조영태는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0.78, 그중에서도 서울이 0.59를 기록한 것을 두고 '서울멸종론'을 제기했다. 올해 2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01, 서울은 0.53으로 '서울멸종'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그러나 우리는 의연하다. 한국이 망하게 생겼다고 놀라는 사람도 없고 이대론 정말 안된다며 핏대를 올리는 사람도 없다.한국은 서울에 부, 권력, 일자리, 문화적 향유 기회 등 좋다는 건 하나도 빠짐없이 집중시켜놓고 전국의 청년들에게 "인간답게 살려면 서울로 와!"라고 외치는 이상한 나라다. 서울 진입과 생존을 위한 경쟁이 워낙 살인적인지라 결혼과 출산은 꿈도 꾸기 어려운 사치가 된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53이라는 게 그걸 잘 말해준다.청년들만 서울로 가나? 의사들도 간다. 다음과 같은 최근 기사 제목들이 말해주듯이 말이다. '대책 없이 무너지는 소아 응급실…지방은 이미 '번아웃'', '인구 1만명당 의대 정원, 서울은 0.87명인데… 경북 0.19명 경남 0.23명', '노인 1천명당 의사 수, 경북 6명-서울 20명', '광주·전남·북 환자 4만명 서울대병원에 938억 부담', '울산 울리는 울산대 의대…"왜 울산 놔두고 서울서 수업하나"'한국형 계급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으로 꼽히는 이른바 '명문대학'은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에 지방의 인재를 빨아들임으로써 지방에 삼중고(三重苦)를 강요한다. 첫째, 인재 독식으로 사실상 지방대에 큰 타격을 가한다. 둘째, 지방 출신 학생들의 학비와 거주비 등 지방 재원의 역외유출을 초래한다. 셋째, 서울 맛을 본 지방 학생들은 지방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나중에 출세해서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등을 하고 싶을 때에만 고향을 찾지만, 임기를 마치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이 정도면 지방민들이 모두 다 들고 일어나서 대대적인 시위를 벌일 만도 하건만 그런 법은 없다. 걸핏하면 시위를 벌여 '시위 공화국'으로 소문난 한국이지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으면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순한 양처럼 순응하는 게 한국인들이다.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나의 손가락의 상처보다 전 세계의 파멸을 더 선호하는 것은 이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인은 매우 이성적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렇게 순한 한국인들 중 일부가 최근 뜨거운 열정과 분노로 독설을 퍼붓는 일이 벌어졌다. 김포의 서울 편입으로 대변되는 여당의 '메가 서울' 전략 때문이다. 이 전략은 김포를 넘어서 광명·구리·하남·고양·부천 등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나. 도대체 누가 열정·분노·독설로 들끓는가? 다음과 같은 기사 제목들을 보면 대충 알 수 있겠다.'허찔린 민주당 "김포, 서울 편입? 국힘 나쁜 선거전략" 격앙', '여당의 '메가시티 서울' 추진에 민주당 "또 서울공화국이냐"며 역공', '경기도 "집권여당 대표가 혹세무민" 민주당 "나쁜 총선전략"', '김동연 "김포 서울 편입 추진, 지방 죽이는 대국민 사기극"', '국힘 유정복 인천시장 "김포 서울 편입은 포퓰리즘 정치쇼"'나는 이런 비판에 동의하면서도 뭔가 좀 이상하고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비판들엔 부정적인 의미로 '서울공화국'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는데, 이게 비판의 의미로 이렇게까지 많이 동원된 적이 있었던가? 그것도 주로 수도권에서 '서울공화국'을 비판하다니, 언제 이런 적이 있었단 말인가? 아, 김포! 그 열정과 분노와 독설이 부럽다는 생각을 내내 떨치기 어려웠다.이건 선거의 힘이자 이기심의 힘인가? 그간 수도권은 지방을 상대할 때엔 단일대오였는데, 수도권 내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가 빚어지자 비로소 '서울공화국'의 문제가 눈에 보이게 된 걸까? 그간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러려니 하고 침묵하던 공직자들이 총선을 앞두고 일어날 수 있는 손가락 부상에 대한 염려, 아니 공포로 궐기할 생각을 하게 된 걸까?냉소가 아니다. 비아냥도 아니다. 진심으로 김포 문제를 둘러싸고 분출한 열정과 분노와 독설이 부러워서 하는 말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외면할 게 아니라 지방소멸과 서울멸종, 즉 국가의 폭망 가능성에 대해 그런 열정과 분노와 독설을 보여줄 수는 없는 걸까? 아니, 이건 지방민들이 더 고민해야 할 문제다. 왜 지방민들은 열정과 분노와 독설을 잃어버렸는가? 왜 그걸 자신이 증오하고 혐오하는 진영의 지도자 또는 우두머리를 욕하는 데에만 쏟아 붓는가?우리 사회를 자세히 관찰해보자. 시위를 많이 하는 집단은 시위 조직에 많은 인력과 돈을 쓰면서 연구와 고민을 한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보복하는 응징의 수단도 갖고 있다. 공익을 표방하는 집단도 있긴 하지만, 사실상 사익 추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게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집단 구성원의 '손가락의 상처'에 응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반면 지방소멸과 서울멸종 가능성에 대응하는 건 그걸 해낼 수 있는 주체가 없다. 물론 이론적으론 정부와 정치권이 그 일을 해야 하지만, 이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여론의 호응이 없으면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여론은 없다. 앞서 말한 진영간 전쟁의 일환으로 벌어지는 '증오·혐오의 정치'만이 있을 뿐이다.'증오·혐오의 정치'에 중독돼 있으면서도 자신이 공익과 사회와 국가를 생각하는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엄청난 착각이다. 특정 세력을 타도하거나 배제하는 걸 전제로 하는 정치참여는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 오히려 조용히 사익 추구만 해주는 게 애국에 도움이 된다. 우리는 모두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 · <칼럼> 카페, 서로 말을 섞고 교감하는 공간으로
- · <칼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윤석열
- · <칼럼> 삭제와 폐기의 가을 정서
- 1전일방 사전협상 타결 임박···더현대 광주 입점 속도붙나..
- 2"금리 내리자 고삐 풀린 주담대"···11월 연중 최대폭 늘어..
- 3건설사 10곳 중 4곳, 이자 내기도 어려운 '잠재적 부실기업'..
- 4"겨울 별미 굴구이" 전라도 굴구이 맛집 BEST 3..
- 5신세계·현대, '광주 유통대전' 재점화···"우리가 먼저" 경쟁..
- 6로또 15억 주인 찾습니다···당첨금 지급 한 달 남아..
- 7추위 한방에 녹여버리는 광주 매운맛 식당 3곳..
- 8"패딩 80% 파격 할인" 쿠팡, 아우터 빅세일 연다..
- 910월 가계대출금리 다시 5%대···주담대는 5개월째 '상승'..
- 105대 시중은행, 마통 평균금리 6%대 육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