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광주에 치과박물관이 있었으면···

입력 2023.09.11. 19:08 수정 2023.09.14. 19:35 댓글 0개
권훈의 건강칼럼 미래아동치과의원


무섭고 가기 싫은 '치과'와 따분하고 지루한 '박물관'이 하나로 합쳐져서 "치과 박물관"이 있다면 어린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수학을 아주 싫어하는 아이가 있는데 수학박물관은 이 아이에게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높여줄 수 있을까요? 치과와 수학은 많은 아이들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치과든 수학이든 아이들에게 '박물관'이라는 형식으로 접근한다면 즐거운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와 예술이 생활의 큰 중심으로 차지하고 있는 요즘 박물관도 함께 활성화되어 지금은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되고 있는 중이다. 박물관은 오래되고 쓸모없는 물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학습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한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전문박물관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치과 박물관(Dental Museum)과 치의학 박물관(Museum of Dentistry)은 둘 다 치과와 관련된 박물관임에는 틀림없지만 관람객의 대상 범위와 내용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날 수 있다. 치과 의료 기술의 발달 과정을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치과 기구, 재료, 사진 등을 전시하는 치의학 박물관은 치과계 사람들에게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겐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치아 또는 치과 치료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전시하는 치과 박물관은 치과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끌 수 있다. 특히 치과박물관은 단순히 관람만 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의 목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치과박물관에서의 체험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과 박물관에 교육적 기능을 첨가하여 구강 건강 관리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면 문화와 건강이 어우러진 또 다른 웰빙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일생동안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습관들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꼼꼼한 칫솔질 습관도 그중 하나이다. 치과 박물관은 아이들에게 이러한 좋은 습관들을 형성시켜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 장소가 될 수 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알맞게 전시물을 설치하고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끼고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스며든 치과 박물관은 그 어떤 새로운 치과 치료 발전보다 구강 보건 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말이 영유아기때 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영유아들에게 교육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박물관이 많지 않은 것이 현재 실정이다.

광주에도 치과와 관련된 박물관이 두 곳이나 있다.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1층에 치의학박물관, 전남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2층에 치의학 역사관에 치의학 유물이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치의학 박물관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관심을 끌만한 전시물도 그리 많지 않다. 필자가 꿈꾸는 치과 박물관은 관람자가 직접 치아 관리에 관한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고, 아이와 부모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전시물이 있는 치과박물관이라면 더욱 인기가 높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먼 훗날 커서 "내가 치아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치과박물관에서 배웠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자녀에게 고기를 잡아주면 한 끼 밖에 못 먹지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다"는 속담이 치과박물관 설립의 주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치과박물관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필자도 틈나는 대로 세계 치의학 박물관을 방문하고 있는데 세 곳을 추천하고 싶다. 첫 번째는 세계 최초로 치과대학이 개설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National Museum of Dentistry이고, 두 번째는 영국치과의사협회에서 관리하는 BDA Dental Museum이고, 세 번째는 일본 아이치현 치과의사협회에서 나고야에 설립한 치과박물관이다. 내 고향 광주에도 어릴 때부터 치과와 관련하여 많은 경험과 교육을 제공하는 치과박물관이 설립되어 시민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날이 빠른 시간 안에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권훈 미래아동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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