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뉴노멀´ 시대, 각양각색 추석 풍경 ´눈길´

입력 2023.09.21. 00:02 수정 2023.09.26. 17:52 댓글 0개
엔데믹 첫 명절 풍경
내달 2일 임시공휴일 지정 등
최장 12일에 달하는 황금연휴
미리 성묘·선물로 마음 전달
고향 방문 대신 가족여행 계획
어민·상인 日오염수 영향 시름
"취업 성공" 자리 지키는 취준생
지난 19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묘지공원. 이른 아침부터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첫 추석명절을 맞는다.

특히 이번 추석은 10월 2일 대체 공휴일 지정으로 6일간의 연휴가 보장되면서 새로운 명절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고 해외 입국 규제를 비롯한 각종 제한이 풀리면서 연휴기간 '늦캉스(늦은 바캉스)'를 계획하는 시민들이 늘었다. 코로나 시대 이후 자연스러운 명절 풍경이 된 온라인 성묘와 온라인 장보기 역시 대세다. 반면 일부는 고물가와 경제불황 여파를 고려해 집에서 쉬면서 '혼자만의 힐링 시간'을 갖겠다는 시민들도 있다. 한껏 달아오른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곳도 있다. 일본 오염수 방류로 근심에 빠진 수산업계가 대표적이다. 어민들과 상인들은 연휴를 앞두고 수산물 시장은 특수는커녕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성묘는 '미리미리'…연휴 당일엔 여행

"오랜만에 긴 연휴잖아요.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일찍 왔습니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인한 6일간의 황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성묘객들의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미리 성묘를 마친 뒤 연휴 당일에는 여행을 가는 등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묘지공원. 이른 아침부터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입구 앞 꽃집에 들러 노란색과 분홍색 등의 형형색색의 꽃을 산 성묘객들은 묘역으로 이동해 묘비 앞에 꽃을 내려놓았다. 이내 묵념하거나 큰절을 올린 성묘객들은 묘 주변에 자란 잡초를 손으로 뽑으며 "올해는 일찍 왔어요"라며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돗자리를 깔고 미리 준비해 온 음식을 먹는 성묘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최모(55)씨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에 가려고 일찍 아버지를 찾아왔다. 코로나 이후 대부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정말 오랜만에 찾아오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여행을 함께 갔다면 아이들에게도 훨씬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9일 오후 6시 기준 추석 연휴가 시작하는 28일과 추석 당일인 29일 광주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모든 운항 편수(대한항공 3편·아시아나항공 5편·진에어 4편·티웨이항공 4편·제주항공 2편)는 예매율 100%를 보였다.


◆추석 장보기도 온라인 열풍

"스마트폰 하나로 집에서 장을 볼 수 있으니 명절에도 시장이나 마트로 나갈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상품도 주문한 다음 날 바로 도착해서 편리하네요."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비대면 서비스와 고물가 현상이 장보기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가 배송도 빠르다 보니 점차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26일 무등일보 취재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추석을 앞두고 배송 서비스를 강화했다.

먼저 '쿠팡'은 이번 추석 연휴 6일 내내 물류 터미널을 가동한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쿠팡 배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 CJ온스타일은 토요일 주문 상품을 일요일에 받아볼 수 있는 휴일 배송 서비스 '일요일오네(O-NE)'를 선보였으며, 11번가는 자정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무료배송으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슈팅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울러 컬리도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배송받을 수 있는 샛별배송을 선보이고 있다. 샛별배송 서비스는 28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이와 관련 시민들은 온라인 장보기가 직접 발품을 파는 것보다 훨씬 신뢰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주부 윤해성(44·여)씨는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원산지가 명쾌하게 공개돼 있어 믿음이 간다"며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구매 전에 일일이 원산지를 물어볼 필요가 사라졌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 임민주(35·여)씨도 "일정 금액 이상만 주문하면 배송비도 없어 정말 만족한다"며 "필요한 물품들을 생각날 때마다 바로바로 구매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 명절 음식 밀키트 종류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황금연휴에 10명 中 3명은 '집콕'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최소 6일이 된 황금 추석 연휴에 시민 10명 중 3명은 '집콕(집에서 콕 박혀서 지난다)'을 하겠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26일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지난 4~5일 롯데멤버스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을 통해 20~50대 이상 소비자 4천명을 대상으로 2023년 추석 연휴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0%가 '집에서 쉬겠다'고 답했다.

추석 연휴 6일 전체를 쉬겠다는 응답이 44.1%로 가장 많았다. 5일을 쉬겠다는 답이 18.5%로 두 번째로 높았으며, 4일 10.5%, 3일 8.3%, 7일 이상 7.9%, 10일 이상 4.0%, 2일 3.5%, 1일 3.3% 순으로 뒤를 이었다.

김근수 롯데멤버스 데이터사업부문장은 "고물가와 교통체증 등을 고려해 집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남광주시장. 생선에 '국산'이라고 적힌 원산지 표시가 하나하나 붙어있다.

◆고물가에 日 오염수 방류까지…수산업계 '울상'

"일본산이 절대 아니라고 입이 닳도록 말해도 소용이 없네요. 방사능은 몸에 쌓여 중독됐을 때가 가장 문제라던데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은 웃음을 잃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에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여파로 인해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남광주시장. 광주를 대표하는 수산물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텅 빈 시장에는 "절대 일본산 수산물이 아니다"는 상인들의 힘없는 목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남광주시장. 주차장 입구에 '일본산 수산물은 절대 팔지 않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시장을 찾은 몇 안 되는 손님들도 생선의 원산지 표시와 생선의 상태를 한참 동안 번갈아 가며 확인하고는 이내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추석 대목 하나라도 더 팔려고 새벽부터 장사 준비에 애를 쓴 상인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서 25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박정수(65·여)씨는 "오늘만 해도 '일본산 아니죠?'라고 물어보는 손님만 5명이었다. 찾아오는 손님마다 '괜찮겠죠?'라고 물을 때마다 속상하다"며 "원래 이맘때쯤이면 한창 바빠야 하는데 파리만 날리고 있다.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막지 못했으면 소상공인을 위한 명절 대책이라도 세웠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상인 윤순덕(78·여)씨는 "지금이 꽃게철이라 가격이 많이 저렴한데도 손님이 없어서 죽겠다.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며 "국내산이라 안전하다고 말해도 보고만 가는 사람이 태반이다. 정부 차원에서 수산업계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도서관. 추석 연휴를 일주일여 앞두고 있었지만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황금연휴도 사치일 뿐"…명절 잊은 취준생들

"다른 사람들 쉴 때 하루라도 더 해야죠. 연휴는 잊은 지 오래입니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황금연휴가 찾아왔지만, 취업 준비생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남들이 마음 편히 놀 때 조금이라도 더 공부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압박감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도서관. 추석 연휴를 일주일여 앞두고 있었지만 들뜬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열람실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적막감만 흐르고 있었다. 20대 중후반의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모두 이어폰을 낀 채 인터넷 강의를 보고 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취준생들은 연휴가 남 일처럼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ROTC 전역 후 경찰 시험을 준비 중인 서모(27)씨는 "쉬는 만큼 뒤처진다는 조급한 마음에 연휴라는 생각도 딱히 들지 않는다"며 "집에서 불편하게 공부하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게 속이 편하다"고 했다.

또 다른 취준생 박모(30)씨도 "6일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랑 다를 게 없다"며 "최대한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뒤 집에는 잠깐 들릴까 한다. 마음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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