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뉴시스]박지혁 기자 =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사냥에 나섰던 한국 남자 7인제 럭비가 값진 은메달로 대신했다.

이명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6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사범대 창첸 캠퍼스 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회 남자 7인제 럭비 결승에서 7–14로 패했다. 수비의 중심 한건규(한국전력)가 중국과 준결승에서 다쳐 결승에 나서지 못한 게 뼈아프다.

조별리그(2승)와 8강, 준결승까지 4연승을 달린 한국은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2006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의 은메달에 만족했다.

값진 은메달이다. 그러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명근 감독과 이진규(현대글로비스)는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미뤄지면서 우리는 5년 동안 준비했다. 금메달을 목표로 왔는데 아쉽게도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홍콩에 패했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준비했고, 시합장에서 (경기력이)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응원해준 분들에게 좋은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이진규도 "감독님과 생각이 같다. 우리는 금메달을 따러 왔지, 은메달을 따러 온 게 아니다. 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아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7인제 럭비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1998 방콕 대회, 2002 부산 대회에서 2연패를 거뒀다. 당시 아시아 강자로 평가 받았지만 비인기 종목의 소외를 받으며 긴 정체기에 빠졌다.

이후 일본, 홍콩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정상급 위치에서 밀려났다. 2006 도하 대회 은메달 이후 내리 세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산 대회에서 선수로 마지막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 감독은 "항저우를 준비하면서 12명뿐 아니라 한국에서 응원해준 11명의 선수들이 있다. 올 때까지 함께 훈련해줬고, 경쟁해줘 결승까지 오를 수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당초 팀을 이끌었던 남아공 출신 찰리 로우 감독이 올해 4월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잠시 어수선한 시기도 있었다.

이 감독은 "많은 부분들을 찰리 감독님께서 만들어주셨다. 난 조금 보탰을 뿐"이라며 "베테랑 선수들이 나를 많이 도와줬다. 정말 즐겁게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비록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선수일 때보다 더 가슴이 벅찬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럭비는 다시 뛴다. 올해 11월 2024 파리올림픽 예선에 돌입한다.

이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준비해 출전권을 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진규는 "은메달에 그쳤지만 홍콩전에서 분명히 부족했던 점을 다시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홍콩이 무엇을 잘하는지 분석하고, 열심히 해서 다음 아시안게임에선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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