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인공지능 시대,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입력 2023.10.31. 17:47 수정 2023.10.31. 19:33 댓글 0개
노영화의 교단칼럼 일동초등학교 교사

2023년 3월 14일, 오픈 AI가 챗GPT-4를 공개했다.

새로 나온 챗GPT-4는 규모의 법칙을 충실하게 구현하여 컴퓨팅 파워, 학습 데이터 양, 매개변수를 이전 버전이나 경쟁사의 모델보다 월등하게 많이 투입하였다. 그 결과 거대 언어모델 인공지능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사람들이 평상시에 쓰는 말로 질문 채팅 몇 번을 치면 핵심 키워드를 예측하여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응답을 그럴 듯하게 만들어 낸다.

미국 변호사 시험도 상위 10%로 합격했고, 전문적인 주제의 발표 자료들도 순식간에 만들어 준다. 심지어 맥락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다층적인 유머도 알아들어 이제 인공지능도 지능을 가지게 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 세계는 이러한 인공지능의 빠른 진화에 열광했고 냉전시대 군비 경쟁하듯 개발사들은 앞 다투어 후속 모델들을 쏟아냈다.

또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인공지능 개발사들의 플러그인으로 줄서기에 한창이다. 이 모든 것이 불과 지난 1, 2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인공지능은 지금도 무서운 속도로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와 함께 처음 인공지능을 연구했던 과학자들, 세계적인 석학, 해고된 개발사의 윤리팀 직원까지 작금의 급진적이고 경쟁적인 인공지능의 일반화, 거대화에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라고 다를까? 얼마 전, 전교조 광주지부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학교 교육'을 주제로 전문가 강연도 듣고 인공지능이 학교현장에 미칠 영향들에 대해 토의의 장을 열었다. 교사들이 고민하는 것들은 다양했고, 앞으로 모든 교육 주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질문들 또한 선명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학생들의 진정한 배움과 성장을 돕는 도구로서 인공지능은 어떤 방법과 형식을 취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 교육 주체들이 인공지능을 교육에 도입하기 앞서 먼저 합의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2. 우리 사회에서 인공지능이 올바르게 쓰이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나다움'을 지속적으로 탐구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먼저다. 또, 인간이 인공지능의 도구나 부속품이 되지 않도록 인간의 노동을 보호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는 민주적인 방식과 내용들을 계속해서 경험해 나가야 한다. 학교교육과정과 우리 사회 시스템은 학생들이 이를 학습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3. 대부분의 에듀테크 기업의 컨텐츠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교육활동을 흥미롭고 쉽게 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학교 현장을 파고든다. 그렇다면 에듀테크 기업들로 하여금 개인의 저작권과 개인정보보호, 보안 등의 책무를 다 하고 학생과 학교를 상대로 한 이윤추구에 앞서 교육 기업으로서 지켜야할 윤리성과 도덕성에 관한 규정이 문서로 명시되어 있는가? 에듀테크 기업들을 관리, 감독하는 주체는 정해져 있고, 그들이 규정을 어겼을 경우, 학생과 학교를 보호할 장치는 마련되어 있는가?

4. 팬더믹 이후 학교급을 막론하고 SNS를 매개로 한 학교폭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산, 복제, 공유가 훨씬 더 쉬운 인공지능 컨텐츠들은 학교폭력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 시대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가?

이 토의에 참가한 교사들은 인공지능시대에 대처할 윤리의식과 철학,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교육계의 현 상황을 우려했다. 또,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을 관리, 감독하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채 인공지능교육을 민간 에듀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것은 미래세대인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 교사들의 노동 여건을 크게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9월 'AI 광주미래교육 Meet Up Day'라는 행사를 열었다. AI 광주미래교육 추진을 위해 디지털 교육 관련 업체와 교원들이 참여하여 디지털 교육(AI코스웨어·에듀테크)에 대한 정보와 발전 방안을 공유하고, 민간 디지털 교육 콘텐츠와 학교 교육과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민간 기업들이 개발한 디지털 교육 자료들을 관내 초, 중, 고 교사들에게 선보여 학교에서 에듀테크 컨텐츠 활용을 독려하는 기업 홍보의 장이었다.

선도 교사를 육성하고 활용하여 학교마다 찾아가서 실시하는 광주시교육청의 인공지능프로그램 활용 연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의 대표격인 챗GPT 활용법,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시험판 컨텐츠 활용법-이것도 데이터가 쌓여 검증이 완료되면 곧 유료 서비스화 한다- 등을 교사들에게 설파하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학생들의 진정한 배움과 성장, 교사의 노동에 대한 고민, 곧 도래할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인간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교육적 토론과 성찰은 없었다.

2023년 5월,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미 상원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점점 더 강력해지는 모델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개입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 안정성 테스트'를 도입하고, 새로운 모델에 대해 독립적인 전문가의 감사를 받자고 제안하며 국제적인 연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챗GPT를 세상에 선보인 CEO 스스로도 '우리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끔찍한 일'을 했다고 인정한 마당에 우리 교육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도전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광주시교육청과 교육부과 취하는 인공지능 만능론과 대책 없는 낙관론은 너무나 불안하고 위험하다. 지금이라도 교육계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과 함께 인공지능의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괜찮지 않은지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학생들이 인공지능의 활용법 몇 가지 익히는 데 열을 올리기보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행복을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인공지능윤리를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 또한 학생들 개인용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 보다 인공지능시대에도 학생들의 자기 속도대로 배워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하고 견고한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을 지원해야 한다.

더 이상 교육 당국은 학생들을 에듀테크 기업의 실험 도구, 데이터 자료로 내어주지 말아야 하며 인공지능이 교육을 위한 도구로만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 그것만이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길이다. 노영화 광주 일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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