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꼭꼭 숨기고 싶은 나의 마을, 나의 해남

입력 2023.12.05. 11:13 수정 2023.12.06. 19:12 댓글 0개
독자 발언대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박성재 전남도의회 의원


나는 땅끝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한적한 어촌마을 '중리' 마을을 자주 들른다. 드라마 허준의 유배지 촬영장소가 되면서 꼭꼭 숨겨져 있던 나의 중리 마을은 관광지로 유명세를 타게 돼 괜한 억울함(?)도 있는 것 같다.

깨끗한 물, 넓은 해변이 자랑인 중리마을은 빼어난 경관뿐 아니라 최고의 조개잡이 체험장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물이 빠진 갯벌은 바지락, 고동, 게등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으며, 아이들과 함께 호미질을 하면 직접 캐는 조개잡이로 남녀노소 즐거워 한다.

젊은 부부들이 자녀들과 함께 조개잡이 하는 모습이 너무 화목하고 예뻐 보여 "보기 좋네" 한마디 했더니 "어릴 적에 나랑도 저렇게 놀아주시지..." 하고 아들 핀잔을 듣는다. 괜시리 미안하고 어색함에 쭈뼛쭈뼛 해진다.

아들이 장성해 지기 전에 나는 어쩌다 한번 송지면 중리마을 앞에 하루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신비의 바닷길 '증도'를 데리고 갔는데, 바지를 허벅지까지 걷어서 증도와 건너 작은 섬'죽도'를 걸어가다 물이 차올라 달려갔다 오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재미와 상관없이 한번쯤은 아빠 노릇도 한 것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전국을 돌며 캠핑을 하고 해외 여행도 내집 드나들 듯이 가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그냥 자연 속에서 방목을 당했다.

'좋은 경치 이거나 보고 그냥 잘 자라다오' 하셨는지 우리의 어린 날은 다들 그렇게 자분자족 하면서 새까맣게 살았다.

몇 해 전만 해도 내가 본 해남의 풍경은 나무의 신록이 돋기 전 바다가 더 푸르렀던 기억이 있다. 분명 봄은 바다에서 시작됐고 봄 마중은 바다로 가야했지만 요즘은 지역의정활동 하기에 바빠 동분서주 홍길동이 돼 바다 내음도 맡지 못하고 정신없이 살아 해남에게 미안하고 아름다운 중리에게도 미안하다.

남도의 아름다운 사찰 중 한 곳인 달마산 미황사는 내가 홍길동이 되어서도 마음의 안식을 얻으려 자주 가는 절이다.

해남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손꼽히는 풍경과 달마산 트레일 코스인 달마고도, 기암괴석의 암릉 등산의 묘미와 스릴이 있는 등산코스가 있다. 연중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가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전라도의 단풍 여행지로도 널리 소개가 됐다.

나는 미황사 입구에 서정지 라는 아담한 저수지가 너무 황홀하다. 물 건너편에 민가와 산장형 식당이 영업 중인 곳으로 주변 단풍이 곱게 물들 때 아침 물안개가 피면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곳이다.

나의 낡은 핸드폰으로 대충 절경을 찍어도 멋진 한 폭의 작품이 돼 버린다. 해남 달마산 미황사 일원은 명승 제59호로 지정될 만큼 수려한 경관을 가졌으며 산의 이름에서 알 수 있는 불교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마음이 심란할 때 복잡한 마음을 버리려 108계단을 올라 대웅전 마당까지 가는길은 계단 주변 숲에서 지저귀는 산새들의 노랫소리와 가을의 풍경을 보노라 계단의 수를 잊게 만든다.

나만 아는 단풍절경의 하이라이트가 있는데, 천왕문 왼쪽에 찻집 맞은편 화장실 뒤편에 수백년은 됐을 단풍나무는 그냥 붉디 붉다가 약간 검게까지 보이는 절경이 펼쳐져 있다. 나뭇가지와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눈이 부시게 찬란하다.

내가 해남에 쭈욱 정착하고 사는 것은 비단 이러한 절경만은 아닐 것이다. 어디서나 함부로 먹지 못하는 남도음식의 끝판왕 해남 한정식과 횟집은 그냥 가는곳마다 맛의 절정을 이룬다.

보리밥, 산채정식, 떡갈비, 닭코스 요리, 삼치회, 생고기, 황칠오리백숙 등 해남 미남(味南)축제는 괜히 있는 축제가 아니다. 땅끝 여행 삼시세끼, 어떤 음식을 택하더라도 해남의 푸짐한 인심만큼이나 맛도 일품임을 장담한다.

이렇게 좋은 나의 고향 해남을 나 혼자 꼭꼭 숨겨두고 즐기고 싶다. 다도해의 빼어난 풍광에 눈이 호강하고, 볕 받은 바다가 눈부시게 오글거리며 작은 섬들이 여백을 메워 풍광까지 좋으니 나 홀로 만끽 하고 싶은 맘 뿐이다.

발길이 닿는 곳 마다 정신과 영혼이 우주의 신비로운 법칙대로 흘러가는 듯 한없이 편안하고 고요한 내 마음을 나의 고향도 받아주면 좋겠다.

해남 짝사랑 중인 나는 오늘도 홍길동으로 변신해 겸손과 충신의 마음을 품고 의정활동에 전념해야겠다. 박성재 전남도의회 의원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