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매화를 생각하다

입력 2024.02.06. 14:56 수정 2024.02.06. 21:16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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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어릴 적 설날을 손꼽으며 기다리다 애가 타곤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생각은 깊어진다. 설은 봄을 데리고 오는 경사라고 생각한다. 겨울이 가고 봄은 벚꽃과 함께 북상해 온다는데, 예로부터 매화 향기가 봄이 오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다. 나는 벚꽃에 관한 깊은 마음도 있지만 마음 속 깊이 매화에 대한 마음이 큰 것 같다.

나는 아타미 온천의 매화원과 관련하여 매화에 대한 추억이 있다. 매화원에는 2000년에 아타미에서 열린 역사적인 한일 정상회담을 기념하여 조성된 한국정원에 '우호'와 모리 요시로, '평화'와 김대중 이라고 새긴 기념비가 세워졌다. 또 20대부터 아타미에 방문하면 매화원을 산책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매화원에 아타미시립 사와다세이코미술관이 문을 열면서 매화원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졌다.

1987년 11월 3일 그 미술관 개관식에 초대된 계기는 사와다 세이코(澤田政廣)씨(1894년~1988년)와의 인연에서이다. 1980년 초 나는 아키타현 타자와호반에 기도의 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그 박물관 기도의 상징으로 '석가여래상' 조각 작품을 사와다씨에게 의뢰한 인연이 있다.

완성된 작품은 기도의 미술관 계획이 좌절되면서 갈 곳을 잃었지만 2000년 손자의 생일에 사이타마현 히다카시의 세이텐인 본당에 선물해 재일한민족 무연의 영혼의 지킴이 부처로서 모셔지게 되었다.

사와다씨는 아타미 해변에서 자라 19세에 조각가에 뜻을 두고 다카무라 코우운(高村光雲)의 수제자 야마모토 즈이운(山本瑞雲)을 스승으로 모셨다.1973년 문화공로자로 표창, 이듬해인 1974년 아타미 명예시민, 1979년 문화훈장을 받은 일본 대표 목조조각가이다.

매화가 필 무렵 미토의 고라쿠엔, 후쿠오카의 미치자네코 매화원의 꽃소식에 이끌려 아타미의 매화가 성큼 다가온다. 사와다씨와 관계와 인연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매년 생각이 깊어지는 것은 나이 탓일까? 만나는 꽃과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2023년 11월 1일 목포공생원에서 개최된 '목포시민 감사합니다' 감사비 건립 제막식에 참석하였다.11월 3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허승준 편저 하정웅주의 '인연자본' 출판 기념회에 초대되어 있었기 때문에 때마침 참석할 수 있어 운이 좋았다. 목포공생원은 지금까지 10여 차례 방문했을 것이다. 고향의 집 이사장 윤기(타우치 모토이·田基)씨의 공생원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여태껏 느긋하게 원내를 견학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옛날이야기를 하며 산책하고 있는데 오부치 게이조(小三)씨의 이름이 새겨진 작은 기증비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의 우메보시가 먹고 싶다"고 윤기씨의 어머니이자 한국 고아들의 어머니이기도 한 다우치 치즈코씨(田千鶴子(※아래 참조))가 남긴 말을 들은 오부치씨가 "내 고향 군마는 매실 산지니까"라며 매화나무 묘목 20그루를 선물한 기념비였다. 건립된 것은 2000년 오부치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급사한 뒤다. 오부치 게이조씨가 돌아가시고 23년 후인 2023년 공생원 설립 80주년을 기념해 오부치 치즈코(小千鶴子) 여사가 목포를 방문해 한일의 다리가 된 남편을 그리워하며 "매화나무가 꽃피는 모습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 주었으면 한다"라고 인사했다.

오부치씨가 한국 고아들에게 선물한 매화나무는 목포 땅에 한일 우호의 뿌리를 두고 다가오는 봄을 수놓고 있다.

매화를 생각하는 것은 사람을, 그 인생을 생각하는 것과 연결된다. 참고 견디며 피는 매화는 삶 그 자체이다.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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