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간호사 태움 문화 진정 해결책은 없는가

입력 2018.03.27. 15:00 수정 2018.03.27. 15:09 댓글 0개
윤형주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송훈)

얼마 전까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했던 간호사 ‘태움’문화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간호사계에서 ‘태움’이란 신참 간호사를 선배 간호사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 단어는 다수의 종합병원에서 행해져온 간호사들의 업무관행을 간략히 표현한 것에 불과하지만 환자들의 최측근에 있는 간호사들의 이야기다보니 ‘그냥 그런 표현이 있나보다’ 정도로 넘어가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 섰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다.

혹자들은 막연히 “비인간적인 적폐인 ‘태움’의 가해자들이 나쁜 사람이니 가해자들을 처벌해‘태움’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고 감정적 대응을 주문 한다. 실제로 ‘태움 방지법’을 제정해 태움 가해자들을 형사 처벌 하고 면허를 정지시킨다는 계획도 수립돼 있다. 그러나 이정도 법으로 뿌리 깊은 태움 문화가 사라지리라는 생각은 너무나 순진하다. 이는 ‘태움’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현상에 대한 일차원적 처방에만 머무르는 미봉책일 뿐이다. 진정 ‘태움’을 없애려면 왜 유독 우리나라 간호사 사회에서 ‘태움’이라는 못된 악습이 널리 퍼져 있는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지난 수년간 우리 지역 전남대 병원에서 간호사가 과중한 업무스트레스를 못 이겨 자살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대형 대학병원인 전남대 병원에서 여러 명의 간호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과중한 업무스트레스’가 바로 ‘태움’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간호사들의 ‘과중한 업무’는 ‘태움’을 만들어 내고, ‘태움’은 다시 신참 간호사들에게 되물림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선임 간호사가 신참 간호사들을 야단치거나 냉대하는 문화는 선진문화권에도 존재한다고 한다. 작은 실수 하나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일부러 신참 간호사들을 긴장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태움’은 그 정도를 넘어 폭행이나 명예훼손에 이를 정도로 범죄 수준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태움’이 범죄 수준으로 발생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우선은 간호사들의 업무강도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은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병원 내 다른 의료진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큰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인원이라도 많으면 낫겠지만 우리나라의 다수의 병원들은 간호 인력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맞춰놓고 정기 점검 때만 일시 증원하는 등 편법을 써, 우리나라 간호사들의 업무강도는 선진국의 몇 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같은 간호사 집단 내에서 가장 약자인 신참 간호사에게 분출되어 ‘태움’이라는 이상 반응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지적 하고 싶은 것은 교육시스템이다. 신참 간호사들이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과 실제 임상과의 간극은 매우 크다. 때문에 신참 간호사들이 임상에 충분히 익숙해 질 때까지 옆에서 그들을 전담하여 가르칠 전문 인력(프리셉터)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병원의 간호사 인력수급 현실은 가히 악질적이다. 프리셉터로 지정된 선임 간호사들은 추가교육수당은 고사하고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하는 동시에 실수투성이인 신참 간호사들의 교육까지 떠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연히 신참 간호사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가질 수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실수투성이 신참 간호사들에게 인간적 가르침 보다는 보다 손쉬운 ‘태움’이라는 방법이 동원되기 일쑤다. 결국 견디지 못하는 신참 간호사는 이직 할 수밖에 없고 병원은 다시 인력난에 허덕이게 된다. 2016년 기준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은 26%에 달한다는 통계다.

어떻게 보면 문제의 해결책은 비교적 단순하다. 일단 일선 병원은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좇지 말고 적극적으로 간호사 인력을 확충하여야 한다. 이에 더하여 관할 행정청은 병원별 법정간호사 수 충족여부를 상시로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정치권 역할도 필요하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담당환자 수를 법제화하여 간호사들의 살인적 업무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한다. 또한 간호사들의 보수 등 처우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간호사들 내부에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 하다. 베테랑 간호사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체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일터를 떠난 경력 간호사 인력이 절반이 넘는다. 신규간호사 수급 증대도 중요하지만 경력 간호사들을 다시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간호사의 복지 개선은 환자 안전과 감염관리와 직결된다. ‘태움’현상이 결코 남 일이 아닌 이유이다. 더 이상 우리의 소중한 간호사 인력들이 최악의 선택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악습을 두고 선진사회로 갈수는 없는 노릇이다.

/ 윤형주 변호사(법률사무소 송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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