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미투 그 후 두 달

입력 2018.04.03. 10:19 수정 2018.04.03. 17:30 댓글 0개
조선희 법조칼럼 이광원 법률사무소 변호사

미투 당사자로 살아온 두 달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세상은 달라지기 시작했고 나는 끊임없이 뭔가에 시달렸다. 평범한 개인의 일상이 어그러져 불편한 느낌과 적어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기여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

지난 2월 18일자 본 칼럼을 통해 나와 후배 변호사의 동의를 얻어 미투 운동에 동참 한바 있다. 반응은 뜨거웠다. 여러 동료 선후배들로부터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진심어린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멀리 있는 지인들부터도 따뜻한 지지의 뜻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특히 김민선 광주 장애인 가정 상담소 소장 등으로부터 지면을 통해 “조 변호사의 용기있는 고백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과정이 될 것으로 본다”는 말씀에 큰 용기를 얻기도 했다. 그 외에도 다수 단체와 수많은 이름 없는 분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았으니 그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을 생각이다.

세상사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한편으로는 여느 미투 동참자들 처럼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평범한 일상이었던 저녁모임에 참석하는 것조차 꺼려졌다. “오지랖 넓게 후배 변호사까지 칼럼에 넣어서 광주 법조계의 전체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수근 거림이었다. 후배변호사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고 필자 스스로도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후배 변호사까지 등장 시켜 광주 변호사 이미지를 실추 시킨 당사자로 지목되는 상황은 내심 불편했다. 언론의 과도한 관심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였다. 세상 관심은 본질 보다는 곁가지에 관심이 많은 법이어서 흥미 위주의 보도로 팔자에 없는 미투 투사가 된 기분이었다. 한편 아직도 내 이미지가 ‘불쌍한 성폭력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갖힌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남아있으며,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생각하거나 남성 혐오 감정에 사로 잡힌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도 두렵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내 작은 용기로 우리 사회 아니 지역 사회 여성의 어려운 처지를 조금은 낫게 변화 시킬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수많은 여성들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내 불편은 얼마든지 감내할 각오다. 실제 나와 내 후배 동료 변호사의 미투로 광주에서 법조계 성폭력 실태 조사가 이뤄진 것도 작은 성과였다. 남성 위주의 지역 법조계에 만연한 성폭력 실태를 전국 최초로 밝혀 낸 것이다. 성범죄 근절을 위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실시, 성폭력 피해 전담 기구 설치 등의 변화도 있었으니 내가 용기를 낸 미투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미투 물결은 남성위주의 가부장적인 사회가 상호 평등과 존중의 사회로 변화해가는 시대적 흐름에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문명사적 변화로 받아들여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남성들 스스로 여성을 무례한 말과 행동으로 상처주어도 되는 야만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여성과 서로 어울려 같이 사는 선진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하는 것이다.

지역 법조계 실태 조사를 보더라도 여전히 여성들의 처지는 열악하다. 제발 오랜 침묵과 인내 끝에 간절히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왜곡하거나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부족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가정과 일터에서 성별, 나이, 직위를 떠나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

어쩌면 미투는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하자는 운동이다. 남자와 여자가 어찌 다를 것인가, 함께 사는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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