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주차장 입구 봉쇄 차주에게 위트로 대응한 송도 아파트 주민들

입력 2018.09.18. 14:59 수정 2018.09.18. 15:06 댓글 0개
조선희 법조칼럼 이광원 법률사무소 변호사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인천 송도 아파트 주차장 봉쇄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분노 조절이 안되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 방식이 어때야 하는 지를 보여 준다.

인천 송도 아파트 주차장 사건은 인천 송도 아파트에서 일어났다. 주민 A씨가 지난 8월 27일 오후 4시 40분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차단속’ 스티커를 붙이자 화를 참지 못해 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사라져 버린 것이 발단이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해당 차량이 아파트 주차규정을 어겨 스티커를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A씨는 막무가내 였다. 항의하는 주민들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파트 단지 내부는 사유지여서 견인할 수 없었다. 결국 6시간 동안 불편을 참다 못한 아파트 주민 20여 명이 나서 차를 인도로 옮겨 놓았다.

이런 소동에도 A씨는 28일 늦은 밤 차에서 골프 가방만 꺼내고 또다시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일부 주민이 8월 29일 오후 차주에게 항의 표시로 차량 보닛 위에 메모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해당 차주에게 사랑을 듬뿍 주세요”라는 애교 섞인 내용에서부터 “네이버 인기 아파트 됐다”, “어른이 이러면 안된다”, “갑질 노노”등의 훈계성 글이 적힌 메모지로 유리창이 도배돼 버렸다. 하루아침에 A씨는 전국적 인사가 되버린 것이다.

결국 경찰은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받는 문제의 차량 주인에게 경찰 출석을 통보했다. A씨는 나흘만에 주민들에게 사과의사를 밝히고 대리인을 통해 승용차를 아파트단지에서 빼내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렇다면 경찰이 처음부터 해당차량을 견인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각 지방자치단체의 견인과 관련한 조례는 ‘도로교통법’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도로교통법 제35조(주차위반에 대한 조치)에 근거하여 견인 하려면, 먼저 주차위반한 장소가 도로교통법에 규정한 ‘도로’에 해당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출입구는 해석상 도로로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도로를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곳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A씨 같은 막무가내식 주차를 견인하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자동차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무단 주차를 한 소유자에게 통지 한 후 20일이 경과하거나 소유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공고 후 7일이 경과하면 견인 할 수 있다. 그러나 송도 아파트 사건에서는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위 규정은 실효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A씨에 대한 형사 처벌은 어떻게 될까. 단순하게 불법 주차를 한 경우 과태료로 끝나지만 A씨는 일반 주민 교통을 방해했으므로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우리 법에는 ‘육로 등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혹시 A씨 차량에 사과를 요구하는 종이쪽지를 붙이거나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차량바퀴에 열쇠를 채운 아파트 주민들의 행동에 문제는 없을까. 형법상 손괴죄라는 것이 있다. 타인의 재물 효용을 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차량바퀴에 종이쪽지를 붙이는 행위는 차량의 효용을 해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차량바퀴에 열쇠를 채워 운행을 못하도록 했다면 손괴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민들의 행동이 여기서 더 나갔더라면 법적 책임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주민들이 차량에 낙서를 하거나 흠집을 내는 방식으로 항의 표시를 했다면 형사처벌과 함께 A씨로부터 손해배상청구까지 당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주민간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사안이었다.

이번 사건의 교훈은 일그러진 분노 표출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것이다. A씨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 표출에 “해당 차주에게 사랑을 듬뿍 주세요”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행동은 사람 사는 격을 달리 한다.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말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 이런 것 아닐까. 오늘도 사랑을 듬뿍 주는 하루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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