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4년4개월 만에 정규 7집 '사우전드 이어스' 발매
24년째 친구 신재평·이장원이 결성한 20년차 밴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참을 터덜터덜 빗속을 헤매던 날 기다리는 그대의 모습을 아마 잊지는 못할 거 같다('우산'). 난 사나운 비바람 속으로 온몸을 던지고 크고 당당한 고래처럼 운명에 맞서('태풍의 눈')기를 원한다. 깊은 침묵에 잠긴 밤의 아쿠아리움, 먼동이 트기 전 굿바이 난 다시 아주 깊은 꿈을 꾸려('사파리의 밤') 한다. 스위치를 꺼 나는 어둠 속으로 저 깊은 침묵 속으로('코마(COMA)') 내 인생은 이미 예전에 모두 전부 끝나버린 것처럼 의미가 없다('어디로 가는가'). 깊은 밤 온통 빛나는 별들 숨죽인 물결 위로 끝없이 물든 우주의 색깔('고래'). 지지 않는 별처럼 끝나지 않는 꿈처럼 '절망이여 나를 포기해라' 나지막이 중얼거렸던 해가 비춘 어느 날, 마침내 멈춘 곳 거기 남겨져있는 천 개의 우산('기브 업(GIVE UP))'.
절망해야 희망을 말할 수 있다. 밴드 '페퍼톤스(PEPPERTONES)'(신재평·이장원)가 최근 발매한 정규 7집 '사우전드 이어스(thousand years)'가 어둡고 절망적인 디스토피아를 노래해도 희망이 배어 있는 이유다.
잘 써진 모험담이 담긴 짧은 단편 소설을 읽은 듯한 이번 음반에 실린 7개 트랙을 끊지 않고 듣다보면, 끊임없이 비가 내릴 거 같은 어두컴컴한 상황 속 빛이 서서히 비춘 곳에서 마치 '천 개의 우산'을 발견한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아주 오랫동안 가사를 썼고 마지막 한 줄을 채우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신재평)는데, 자연스레 위로와 응원을 받는 듯하다.
신재평은 지난 28일 소속사 안테나를 통해 "유독 길었던 장마. 미세먼지 가득한 노란 하늘. 아쿠아리움에서 죽은 벨루가 고래. 마스크를 낀 아이들. 지난 4년간 보고 겪은 것들이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누구나 처음 각인된 첫인상을 떼어내기는 쉽지 않다. '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 2인조 밴드'를 표방하며 출발해 올해 결성 20년차를 맞이한 페퍼톤스 역시 마찬가지다.

2003년 카이스트 출신 동갑내기 신재평(41·기타)과 이장원(41·베이스)이 결성한 이 팀은 홍대 앞을 기반 삼아 빽빽하게 채워진 진보적인 사운드를 앞세워 특유의 밝고 건강한 음악을 선보였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재즈, 보사노바 등을 쌓아 올려 1990년대부터 큰 인기를 끈 일본 도쿄 시부야 지역의 '시부야케이' 스타일의 세련된 음악으로 지지를 얻었다.
2012년 정규 4집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으로 첫 변곡점을 겪었다. '비기너스 럭'에서부터 밴드 사운드로 전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2014년 5집 '하이파이브(HIGH-FIVE)'에서는 1960년대 밴드 사운드를 지향했다. 예쁘고 완벽했던 음악은 나이를 먹고, 여유가 들어감에 따라 공감대를 더 형성할 여지를 줬다.
2018년 5월에 발매한 전작인 정규 6집 '롱 웨이(long way)'는 균형 감각이 돋보였다. 활동 초기의 진보적인 사운드와 후반부의 밴드 사운드가 조화로웠다. 4년4개월 만에 발매한 이번 7집은 또 다른 변곡점이다.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프레임워크'(framework·기본 골격)가 있고, 이전 작들에 비해 사운드와 가사에 무게감이 좀 실려 있다.

이장원은 "예전에는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커다란 희망으로 확대하는 것이 우리의 원천이었다면, 요즘은 삶 곳곳에서 느끼는 기분 좋은 에너지들, 주위에 많이 생겨난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존재들이 우리 음악의 모든 부분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특히 "'사파리의 밤'은 동물원 속 사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함께 지내는 고양이들인 준팔이, 아르, 나타샤 생각이 나더라. '혹시 얘네는 집에서만 있느라 심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특히 준팔이는 나이를 많이 먹어 노래 속의 사자와 좀 닮았다. 모든 것이 다 영감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른다섯 때 또 다른 친구 한 명과 에버랜드에 가서 셋이 사파리 버스를 타며 평소에도 열심히 추억을 쌓는 이들이다.
신재평은 "늘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지만 잘 모르겠다. 그저 살아가면서 그 나이와 시기에 만들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같은 사람들의 음악이므로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라고 여겼다.

타이틀곡 '태풍의 눈' 역시 본질적으로는 페퍼톤스 표 음악이다. 심장박동을 빨라지게 하는 그 고양감(高揚感) 말이다. 이장원은 "태풍의 눈 안은 한적하다고 하지 않나. 풍파 속에서도 굴하지 말고 태풍의 눈을 향해 달려가자는 내용을 빠른 템포의 '차력 연주쇼'에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또 이장원은 전체적으로 늘 그렇듯 베이스 기타 라인에 가장 신경을 썼다. 베이스 기타가 단음 악기라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곡의 분위기를 대단히 좌우하는 악기다. 그는 "밴드 초기에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연주를 했다면, 최근작들에서는 부드럽지만 노련하고 날카로운 연주를 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양쪽을 다 취하고 싶었다. 손가락 힘을 많이 길러두었고, 세심하게 녹음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신재평은 "'어디로 가는가'에 담긴 양재인, 양태경 브라더스의 스피리트 가득한 연주, 이진아의 독보적인 피아노, 그녀의 남편인 신성진의 아름다운 스트링 편곡이 담긴 '사파리의 밤'"도 이번 음반의 핵심 포인트로 꼽았다. "새로운 시도였던 콰이어 편곡을 도맡아 유니크한 사운드를 선사해 준 스윗소로우 김영우 형과 쇼머스트의 목소리, 그리고 페퍼톤스의 영원한 페르소나 신승규의 연주는 이제 단순한 드럼 연주 그 이상인 듯하다"고 부연했다.
이장원은 다채로워진 신재평의 보컬을 중요한 지점으로 짚었다. "속삭이기도 하고 냅다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리고 신재평이 피아노도 친다"고 귀띔했다. 이장원은 이번 음반 수록곡 중 '사파리의 밤' 한 곡을 불렀다. 최근 들어 발성법에도 관심이 생겨 관련 트레이닝을 한다는 그는 "녹음할 때 신경 쓴 만큼 들으시는 분들도 좋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떻게 보면 워낙 작은 차이일 수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다. 스윗소로우의 김영우 씨와 쇼콰이어 쇼머스트의 강력한 코러스가 '태풍의 눈'과 '사파리의 밤' 두 곡에 담겨 있는데 재미있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내년이면 밴드 결성 20주년이다. 여전히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단단하다.
이장원은 "친구로 지낸 지는 24년째이고 둘이 밴드를 결성한지 19년째다. 써놓고 보니 징글징글하다. 인생의 절반을 함께했다. 시간만큼 확실한 비결은 없는 것 같다"고 여겼다.
사실 페퍼톤스는 항상 변화를 추구해왔다. 2세대 대표 K팝 걸그룹 중 한팀인 'f(x)'와 '스탠드 업'을 작업했고, 신재평은 내달 3일 첫 방송하는 SBS TV 캠퍼스물 드라마 '치얼업'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장원은 "무작정 기분 좋은 음악만 하자며 2003년에 밴드 결성할 때 충동적으로 지어낸 '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 2인조 밴드'라는 프레이즈가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고 했다. "'뉴'라는 말을 표어에 넣으면 '늘 새로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거구나'라는 걸 이제야 느낀다. 사람이 '뉴' 하기는 이제 좀 힘들 수도 있으니, 음악이라도 한껏 새로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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