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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자 '잠잠'···시들한 안심전환대출

입력 2022.09.28. 06:00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신청 8일차 공급한도 7%도 못 채워

깐깐한 신청자격·금리 조건 등이 원인

정치권 "주택가격 9억으로 확대 조기 검토해야"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안심전환대출 신청 첫날인 1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업무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사전안내 사이트 방문자가 35만명에 이르는 등 높은 관심과 혼란을 우려했지만,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시세 기준)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라는 신청 자격 때문인지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등 수도권 은행은 차분한 모습이다. 2022.09.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출시될 때 마다 '돌풍'을 일으켰던 안심전환대출이 이번엔 잠잠하다.

28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은 신청접수 8일차인 지난 26일까지 1만8667건(약 1조7154억원) 신청되는데 그쳤다.

안심전환대출의 하루 신청건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출시 5일차까진 하루 2400~2900건의 신청이 접수됐지만 지난 23일부터는 하루 신청건수가 1000건대로 줄어들었다.

출시 첫 날인 지난 15일 2406건(2386억원)이 신청됐고, 이튿날인 16일엔 2699건(약 2514억원), 19일 2861건(약 2573억원), 20일 2805건(약 2631억원), 21일엔 2820건(약 2602억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6일차인 23일엔 1464건(약 1269억원)으로 1000건대로 내려오더니 22일과 23일에도 각각 1909건(약 1683억원), 1464건(약 1269억원)에 머물렀다. 26일에도 마찬가지로 1703건(약 1496억원)이 접수됐다.

앞서 지난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 당시, 출시 첫날에만 승인액이 3조3036억원에 달하고, 2019년 2차 신청 당시엔 첫날 오후 4시 이미 신청건수가 7222건(8337억원)에 달한 것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물론 과거와 달리 정부가 이번엔 신청이 급격하게 몰릴 것에 대비해 미리 접수 창구를 주택가격 3억원과 4억원으로 나누고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요일제를 적용하는 등 신청시기를 분산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다음달 17일까지인 신청기간 동안 하루 평균 1조원 이상의 신청이 접수돼야 공급한도인 25조원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도 더 "저조하다"는 평가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준고정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최저 연 3.7%의 금리로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만기까지 고정금리로, 향후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원리금은 동일하다.

주담대 금리가 연내 8%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금리 시대에, 신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신청을 시작한지 8일이 지났음에도 공급한도(25조원)의 7%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지나치게 까다로운 신청 요건으로 인해 신청 가능한 대상자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을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번 안심대출의 신청 자격은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시세 기준)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다. 이는 2019년 신청 요건인 '부부 합산 연소득이 8500만원 이하(신혼부부와 2자녀 이상은 합산소득 1억원)이면서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 1주택 가구'보다 한층 까다로워 졌다. 2015년 안심대출 당시 소득과 보유 주택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던 것에 비해서도 허들이 대폭 높아졌다.

특히 2015·2019년에 비해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이러한 가입 요건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624만원으로, 지난 2019년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8억1131만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9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5600만원으로, 이미 신청제한 기준인 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가 4억원 이하 주택이란 조건 자체가 지나치게 허들이 높고, 대상이 되는 이들은 이미 기금 등 다른 정책금융 대출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금리가 이미 많이 올랐다는 점도 신청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거 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 입장에선 3~4%대의 고정금리를 높다고 느낄 수 있고, 금리가 '언젠가는 내려가지 않겠느냐'는 인식도 있다는 것이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은 구조적 원인과 안심전환대출의 효과'에 따르면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이 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약 2.4%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변동금리는 지난 7월 신규취급액, 잔액 기준으로 각각 82.3%, 78.4%로, 지난 5년간(2017~2021년) 평균인 66.2%, 68.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안심전환대출 금리 자체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여지나, 시기에 따라 저금리 당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차주들 입장에서는 3% 중후반대의 금리도 높다고 생각할 순 있다"며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지라도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당장 이자를 더 내야하니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일단 자격이 되는 대상자가 많지 않고, 대상이 되더라도 이미 시장금리가 올라갈 만큼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꽤 있는 것 같다"며 "이번에 신청건수와 금액을 보니 평균 안심전환대출 금액이 1억원이 채 안 돼 는데 금리가 오르더라도 상환금액에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란 인식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의 주택가격과 요건 등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우선 이번 접수 결과 신청이 미달될 경우, 주택가격 기준을 5억원으로 늘리는 등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추가 20조원 공급시 주택가격 기준을 9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조기에 도입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은 안심전환대출이 가능한 주택가격 기준을 4억원에서 9억원까지 조기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2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이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현재 접수중인 안심전환대출의 주택가격조건을 9억원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며 "내년부터 주택가격조건이 9억원까지 확대된 안심전환대출 일반형 신청을 받긴 하지만, 그만큼 금리가 높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주금공 관계자는 "만약 신청이 미달이 될 경우 순차적으로 기준을 상향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다음달 6일부터 주택가격 4억원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한 신청접수가 시작되는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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