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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더블 빅스텝' 밟나···인상 속도 놓고 '온도차'

입력 2022.09.28. 15:17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채권 금리는 기준금리 4.0% 반영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추경호(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창용(왼쪽 두번째) 한국은행 총재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2022.09.0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놓고 재정 당국과 통화 당국이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문제를 더 우려한 발언을 내 놓는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시사한 발언을 내놓고 있는 등 고심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채권 시장에서는 다음달 '빅스텝'은 기정 사실이라고 보고 있고,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빅스텝'에 나서는 등 '더블 빅스텝' 가능성까지도 대두되고 있다.

28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이어 11월에도 연속으로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연속 빅스텝 보다는 다음달 빅스텝을 단행한 후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이미 채권 시장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채 3년물 금리가 4.5%를 돌파했다. 국채 3년물이 4.5%라는 것은 시장에서 한은의 기준금리가 4.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물가를 잡고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경기와 대출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며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심각한 고민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너무 커지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가파르게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 문제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여러 대출자들이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장이냐, 물가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차원의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일각에서는 '빅스텝'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자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반면 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수 개월 동안 말씀드린 0.25%포인트 인상 포워드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는 전제 조건이었다"며 추가 빅스텝을 시사했다.

그는 "가장 큰 변화 전제조건은 주요국 특히 미 연준의 최종 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로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새 바뀌면서 4%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는 점"이라며 "다음 금통위에서 전제 조건 변화가 국내 물가, 성장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금리 인상 필요성은 매우 높게 보고 있지만, '빅스텝' 단행 필요성 등 인상 폭을 놓고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폭을 놓고 현재 한은이 가장 주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다. 현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는 2.25~2.50%에서 3.0~3.25%로 우리나라(연 2.5%)보다 0.75%포인트 높다. 문제는 앞으로 한미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과 내년말 금리 수준 중간값은 각각 4.4%, 4.6%로 예상했다. 올해 4.5%만큼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남은 두 차례 회의 중 한 차례는 0.75%포인트 올리고, 한 차례는 0.5%포인트 올리는 등 올해 1.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 한은 역시 미 연준이 올해 4.5%, 내년 4.7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다음달 12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11월 0.25% 인상해 연말 최종 금리가 3.25%가 되더라도 미국과의 금리차가 1.25%포인트 벌어진다. 과거 최대 역전폭(1.5%포인트)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지 않고 미 연준이 남은 회의 모두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최악의 경우에선 한미 금리 격차가 1.75%포인트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경우 원화 가치가 더 큰 폭 하락하고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또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한은은 한미 금리차를 1.0%포인트 내외에서 관리해 왔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때는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3차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최대 역전폭은 1.5%포인트 였다.

미 금리가 연말 4.5%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도 현재 2.5%인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려 최대 1.0%포인트의 금리차를 유지하려면 연속 '빅스텝'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남은 두 차례의 회의에서 0.75%포인트, 0.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한은도 10월과 11월 회의에서 연속적인 빅스텝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11월 0.25%포인트 인상으로 선회하더라도 연준보다 먼저 인상을 끝내기 어렵다는 이 총재의 인식을 적용하면 미국 최종 정책금리가 4.75%가 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 내년 1분기 2차례 추가 인상에 3.75%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의 내외 금리 역전폭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로 채권시장 수급 불균형이 악화되고 원화가치의 추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며 "과거에도 한미 금리차를 1.0%포인트 내외에서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 볼 펀더멘털 여건과 통화정책 기조가 과거 자금유출기와 유사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 금리가 3.5%, 최종 금리가 3.75%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400원을 돌파한 후 1440원선도 뚫린 환율 역시 연속 '빅스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영국이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준기축 통화로 여겨지던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했다. 이로 인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약세를 더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위안화가 달러당 7.2위안을 돌파하는 등 위안화 약세까지 가세해 원화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조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를 쉽게 꺾이기 어려워, 역 환율전쟁 성격의 금리 인상이 당분간 불가피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연속 빅스텝 보다는 다음달 빅스텝을 단행한 후 11월 0.25%포인트 인상해 내년 1분기 1~2 차례 더 올리는 등 내년 말까지 3.5~3.75%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어느 때보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가파른 상황에서 외환개입의 환율 안정 효과가 떨어지고 있어 기준금리 격차를 줄여 대응하는 편이 대응 여력을 높일 수 있다"며 "10월 금통위에서 다시 한번 0.5%포인트 인상에 나선 후 11월에는 0.25%포인트 인상하는 등 올해 말 기준금리가 3.2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까지 인상을 이어가 최종 금리는 3.5%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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